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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유명한 아프리카 출신이 한국에서 창업하면…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해외 창업가·스타트업 유치로 창업생태계 다양성 만들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2일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베트남 파트너십 박람회 중 스타트업 챌린지 행사장을 방문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세계 3위 커피 소비 국가답게 거리에는 커피전문점들이 빼곡하다. 하지만 커피 관련 혁신기술이나 스타트업은 쉽사리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만약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아프리카 국가에서 성장하고 있는 해외 스타트업이 국내에 들어온다면 어떨까? 국내 시장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분명 신선한 효과를 기대할 볼 수 있다.

익숙한 환경 속 작은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새로운 가치와 해결책을 제안하는 스타트업은 지역 특성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영국이나 싱가포르같이 금융 인프라가 뛰어난 국가에서는 핀테크 혁신 스타트업이 계속 등장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럽에서는 환경 및 기후 관련 선도 스타트업이 많다. 식량자급률이 낮은 국가는 스마트팜을 필두로 다양한 푸드테크와 애그리테크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창업 생태계는 ICT 플랫폼 관련 스타트업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오랫동안 ICT 기술 기반 창업에 많은 지원금이 투입된 결과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창업 생태계 육성에 상당한 지원금을 투입하면서 지원 분야도 함께 전달한다. 최근에는 소위 D.N.A.(Data·Network·AI의 약어) 영역에 공적재원이 많이 흘러 들어가며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양성, 창업생태계 경쟁력 높이는 필수조건으로 꼽혀 

특정 산업에 자원이 집중되면 창업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를 해소할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다양성이다. 이에 더해 다양성은 기업가정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다양성이 혁신과 기업가정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구는 실증적으로 증명되어 왔다. 미국 경제연구국(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에 따르면 미국 이민자들은 미국 원주민들보다 더 많은 기술 특허를 출원 및 등록하고, 혁신 및 창업 생태계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NBER는 대학과 대학원 학위를 보유한 미국 이민자들이 혁신 생태계에 더 기여할 뿐만 아니라 파급 효과도 더욱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견했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이민자들이 기술과 지식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확산시키는데 더 많은 기여를 하기에 혁신의 외부 효과가 더욱 강력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창업 선도국을 표방하는 국내 창업 생태계도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때다. 국내 스타트업을 해외로 진출시키거나 혹은 플립(flip,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는 전략 및 현상을 말함)을 지원하는 일방적 글로벌화의 관점을 벗어나 외국인 창업자와 해외 스타트업을 국내에 유입해 국내 창업 생태계를 다채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들이 국내 창업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하다. 해외 스타트업은 국내 창업 생태계가 비교적 관심이 적거나 기술적 성숙도가 낮은 영역의 활성화를 이끄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서두에서 말한 커피 생산 관련 스타트업이 좋은 예이다. 또한 해외의 선진 혁신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국내 도입을 빠르게 할 수 있다. 국내보다 10년은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럽의 기후 관련 스타트업들이 국내에 유입된다면, 국내 기후 산업과 스타트업의 성장은 가속화할 것이다. 

2022년 이탈리아 무역공사는 자국의 스타트업을 한국으로 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사진 이탈리아 무역공사]
이에 더해 국내에 정착한 해외 스타트업들은 사회적 자본과 같은 무형의 가치를 창출한다. 스타트업 특유 관계의 유연성은 네트워크의 확장과 사회적 자본의 확대에 유리하다. 실제로 국내에 정착한 많은 해외 스타트업들은 자국 정부 기관 및 기관과 함께 활동한다. 이들이 국내 시장과 새로운 접점을 만들면 이는 해외 교류의 시발점이 된다. 

국내에서 창업을 모색하는 외국인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한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단기 창업프로그램 초청으로 입국하는 외국인 창업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유형의 외국인 창업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 자국의 스타트업을 선발해 한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다. 좋은 사례로 이탈리아 무역공사(Italian Trade Agency)는 자국의 스타트업을 한국으로 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CJ1] 

고등 교육 기관에 속한 외국인들도 잠재적 외국인 창업자들이다. 근래 들어 외국인 유학생들의 창업 도전과 외국인 교원창업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시각과 창업 아이템으로 국내 창업 생태계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창업 선도국들 외국인 창업가 유치 전쟁 치열

오늘날 창업 선도국들은 능력 있는 외국인 창업자와 잠재력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창업의 중심지인 미국은 바이든 정부에서 외국인 창업을 촉진하는 외국인 사업가 특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권의 여러 국가는 국가 주도로 해외 스타트업의 정착 편의를 제공하는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남미의 칠레나 동남아의 베트남은 선진국에 비하면 창업 관심도가 낮지만, 그런데도 지난 여러 해 동안 인바운드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국으로 글로벌 스타트업을 유치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모두 자국 창업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생태계라는 어원은 자연계에 있다. 본래는 다양한 생물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물리적 공간을 이르는 용어다.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다양성이 필수적이다. 역사적으로 다양성이 부족한 생태계는 외부 충격에 취약했고 도태됐다. 

창업 생태계도 예외는 아니다. 특정 영역에 지나치게 창업 아이템이 쏠려 있다면, 생태계는 전반적으로 정체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특히 이종 산업 간 협업이 일반적이고, 구성원 간의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한 창업 생태계에서 다양성은 행위자들 사이에 서로 도움이 되는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만 지나치게 치중된 국내 창업 생태계가 외국인 창업자와 해외 스타트업 유치를 능동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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