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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절벽’ 가속화 시대…존폐 기로 선 대학이 살아남는 법 [이코노 인터뷰]

‘제이앤드컴퍼니’ 김재훈 대표 인터뷰
57개 대학,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학생 중심 교육’ 중요
“대학 혁신 위해선 기존의 것 버려야… 특성화에 초점”

김재훈 제이앤드컴퍼니(J&Company) 대표이사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제이앤드컴퍼니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대학 존립에 대한 위기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미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지방 대학의 경우 수도권 쏠림 현상 가속화와 신입생 감소 등으로 생존 위협이 턱밑까지 차오른 상황이다. 

대학의 존폐 위기 속 대학 컨설팅 전문 기업 ‘제이앤드컴퍼니’(J&Company)는 지난 6년간 57개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해 왔다. 특성화 및 학사구조 개편은 물론 맞춤형 컨설팅으로 대학의 생존 전략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제이앤드컴퍼니는 글로벌 Top 컨설팅사인 액센츄어(구 앤더슨컨설팅)의 경영 및 정보통신(IT) 분야 컨설턴트들이 의기투합해 2017년 탄생한 곳이다. 

그 중심엔 김재훈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대학이 치열한 전쟁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생 중심 교육’의 실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제이앤드컴퍼니의 수장인 김 대표를 만나 대학의 역할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구 절벽’ 위기에 놓인 대학…중장기적 계획 중요 

한국 대학은 위기에 놓였다. ‘인구 절벽’으로 인한 신입생 수 급감이라는 난제에 직면한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수 급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위기는 금방 해소될 문제가 아니기에 ‘생존 플랜’을 모색, 즉 대학을 컨설팅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입장이다. 

“대학 입학 정원은 그대로인데, 신생아 수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요. 수도권과 지방 국립대에 학생이 몰리고 나머지 지방 사립대는 학생이 없어요. 학교를 발전시키고 전략을 세워야 하는 데 저희의 역할이 필요한 거죠.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는 게 먼저일 것이고, 또 그 학생들에게 올바른 길라잡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또 교수님들은 세상을 변화시킬 만큼의 저명한 저널을 발표하고, 논문을 게재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합니다.”
김재훈 제이앤드컴퍼니(J&Company) 대표이사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제이앤드컴퍼니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김 대표는 아메리칸 대학 MBA(경영학석사)를 취득한 후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에서 컨설턴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를 인수하면서 펼친 ‘중앙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입지를 굳혔다. 김 대표는 MBA 시절 경험한 ‘학생 중심 대학’의 비전을 중앙대에 이식했고, ‘중복 학과 정리’, ‘30년 뒤 존재할 학과 10개 신설’, ‘광역 모집’ 등 3가지를 제안했다. 이후 김 대표는 중앙대학교 미래전략실로 자리를 옮겨 3년 간 자신이 제안한 정책을 실행시켜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김 대표는 각 대학마다 ‘특성화’에 초점을 맞춰 어드바이스를 제공한다. 또 대학의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버려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고성과를 저해하는 옛날 제도부터 깨야 해요. 학교를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주특기 3개만 잘하자’를 강조합니다. 이를 ‘특성화’라고 해요. 예를 들면, 각 대학에서 강점을 가진 학과인 디자인이나 사회복지 등 특성화된 분야를 발굴해 학과를 지원하는 방식이에요. 중앙대를 컨설팅 할 때는 서울 캠퍼스와 안성 캠퍼스의 겹치는 학과를 과감하게 없앴고, ‘융합공학부’, ‘국제물류학과’, ‘산업보안학과’ 등을 신설, 현재 중앙대 대표학과로 자리매김했어요. 또 신입생을 학과가 아닌 단과대 단위로 선발해 교수가 아카데믹 어드바이저의 역할을 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김 대표는 그간 무수한 대학의 컨설팅을 해오면서 대학의 중요성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됐다. 우수한 대학을 가진 나라가 결국은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MIT, 하버드, 프린스턴 등 저명한 대학교에서 양산되는 인재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좋은 학교를 나온 졸업생들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그만큼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대학의 첫 번째 미션은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뭘하고 싶은지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하죠. 학교는 등록금만 받고 가르치는 게 아닌, 학생이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게 취업·창업까지 도와줘야 해요. 학생의 적성이 뭔지, 하고싶은 일이 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죠. 미국은 학생 한 명에 지도교수, 아카데믹 어드바이저, 조교 2명까지 총 4명이 붙는 시스템이 있어요. 미국 대학은 졸업 이후까지 어떻게 보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우리나라는 반면 이런 면에서 약한 게 아쉬운 점이에요.”

김재훈 제이앤드컴퍼니(J&Company) 대표이사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제이앤드컴퍼니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월세 29만원 송파동 창고에서 시작…연매출 30억 돌파 

제이앤드컴퍼니는 대학뿐만 아니라 기업 컨설팅 분야에서도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한 기업들의 디지털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국내 1위 주류회사의 스마트팩토리 도입 및 디지털화 전략을 컨설팅하며 해당 기업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탄생하면서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옛날에는 사장님 결재하나 받으려면 직접 싸인받아야 했잖아요. 컨설팅하는 기업에게도 ‘옛날 방식만 고집하면 경쟁력 잃을 수 있다’고 조언해요. 디지털로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꾸라고 하죠. 사람 간 만나지 않고 일 처리 할 수 있는 건 다 찾아서 시스템으로 경영하고 나머지 자원이나 시간은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을 쏟아야 하죠. 결재판 들고 다니는 시대는 이제 지났잖아요.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30대 임원을 쓰고, 컨설팅도 받고. 효율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 대표는 6년 간 ‘대학의 중장기 발전전략’과 ‘기업의 디지털전환(DT)전략’에 핵심을 두고 제이앤드컴퍼니를 키워왔다. 최근에는 전략컨설팅을 수행한 대학들이 정부 사업을 다수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며, 19개 기업의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그는 “의미있는 6년이었다”고 자평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컨설팅 펌으로 성장하기 위한 포부를 전했다. 

“다 잘하긴 힘들더라고요. 7년 전에 월 29만원짜리 송파동 창고에서 4명이서 시작했어요. 지금은 13명이 됐고, 역삼동에 사옥도 있고, 매출이 30억이 됐어요. 비약적인 성장을 했죠. 로컬 넘버투(No.2) 규모죠. 내년 매출은 40억 정도 예상하고 있어요. 패스트 팔로워죠. 현재 대학 7, 기업 3 비율로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기업 쪽을 더 키우고 싶어요. 디지털 전략 쪽으로 말이죠. 로컬 넘버원(No.1)이요? 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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