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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도 잘 나간다”…초코파이, 러시아 ‘국민간식’ 등극한 까닭

[러시아의 재발견] ①
롯데·오리온롯데웰푸드·팔도 등 러시아 실적 상승세
국내 식품기업 러시아 현지 경쟁력 오히려 높아

러시아 한 마트 매대에 초코파이가 진열돼 있다. [사진 오리온]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넘게 장기화 되면서 물류난과 원자재 가격 폭등, 고금리 등으로 많은 기업들이 타격을 받았지만 예외인 기업이 있다. 오리온, 롯데웰푸드 등 러시아 내수 시장에 진출한 국내 식품 기업들은 오히려 함박웃음을 지었다. 현지에서 초코파이 인기가 오르면서 역대급 판매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사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업체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전면 철수해 현지 내수 경기가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분석했다. 또 적극적 현지화 전략으로 러시아 현지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데다 전쟁 특수 상황에 식량을 비축하려는 ‘전쟁특수’ 수요도 성장을 이끌었다고 했다. 불안한 시국에서 식품 수요가 증가하는 ‘전쟁특수’ 덕으로 풀이된다. 

오리온·롯데, 초코파이 판매 호조…팔도 ‘국민 라면’ 등극

오리온은 초코파이 판매 호조로 러시아 법인 매출액 급증했다.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 러시아법인의 올해 1분기 잠정 매출액은 482억원으로 전년동기(303억원) 대비 59%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79.4% 성장한 2098억, 영업이익은 106.9% 증가한 348억원을 기록했다. 2003년 러시아 진출 후 처음으로 연매출 2000억원을 넘었다. 1분기 매출을 고려하면 올해에도 양호한 실적이 기대된다.

롯데웰푸드의 러시아 사업도 호황이다. 1분기까지 실적이 성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러시아 사업 매출은 1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1% 늘었다. 롯데웰푸드는 8개 해외사업 실시 국가 중 러시아 성장세가 가장 높다. 러시아 사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5억원 늘었다. 러시아 인근의 카자흐스탄 법인은 같은 기간 전년 대비 55.1%오른 65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러시아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오리온, 롯데웰푸드의 대표 제품은 초코파이다. 초코파이가 현지에서 국민 과자로 자리잡은 가운데 각사의 제품 라인업 확대 및 영업망 강화 등 효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은 러시아에서 12종의 초코파이를 판매하고 있다. 마시멜로 대신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라즈베리 크림 등을 넣은 특화 상품이 많이 팔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초콜릿류를 가미한 비스킷 신제품도 출시하는 등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가동한 트베리 신공장(제3공장)도 본격 가동, 가동률이 100%를 넘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지에서 초코파이 품목 다변화와 비스킷 등 신규 카테고리도 늘면서 매출 규모가 확대됐다. 올해에는 300억원을 투자해 젤리 등 생산라인을 구축, 러시아 젤리 시장에 도전한다.

롯데웰푸드 러시아 칼루가공장 전경. [사진 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도 지난해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CIS(독립국가연합) 국가 현지 법인의 영업력을 강화했으며 현지 가격인상 등 효과에 힘입어 매출이 늘었다. 초코파이뿐만 아니라 맛과 모양을 차별화한 몽쉘도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21년 수입판매 형태로 현지에 선보인 몽쉘 인기가 높아지자 롯데웰푿는 지난해부터 몽쉘의 현지 생산을 준비해왔다. 오는 9월쯤 현지에서 생산한 몽쉘을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몽쉘 판매가 본격화되면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팔도는 러시아에서 용기형 라면 제품인 ‘도시락’ 6종을 판매 중이다.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어 러시아 ‘국민 라면’으로 불릴 정도로 시장에 안착했다. 팔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도시락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락의 러시아 매출액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증가했다. 2005년 7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2016년 처음으로 연매출 2억 달러 돌파했다. 수량으로는 3억 개 가량 판매된 것으로 러시아인 1명당 2개씩 먹은 셈이다. 최근 5개년 평균 신장률은 15%에 육박한다. 

팔도는 러시아에서 용기형 라면 제품인 ‘도시락’ 6종을 판매 중이다. [사진 팔도]

팔도는 도시락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도시락루스, 리잔, 코야 등 3곳의 러시아 법인 합산 매출 49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62.4%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2021년 팔도 국내법인 매출액(4871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팔도 러시아법인 순이익은 9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2019년 러시아에 진출한 팔도는 현지에서 2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2021년 약 280억원을 들여 생산라인과 일부 건물을 증축했다.

전쟁에 ‘먹는 것’ 예외…규제에 자유로운 국내 기업 유리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 내 경제가 어렵지만, ‘먹는 것’은 예외다. 전쟁 여파로 주요 원자재 수입이 막힌 러시아 기업 생산에 차질을 빚었지만, 이같은 규제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내 식품기업이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위기감이 고조되면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생활필수품 사재기를 시작한다”며 “그중에서도 식품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이지만 전쟁 관련 큰 영향은 없다”며 “신공장을 완성하고 제품을 다양화하는 등 러시아 시장 내에서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러시아는 K콘텐츠보다 먼저 도시락 컵라면이나 초코파이 등의 식품들이 인기를 선점한 상황이었다”며 “국내 식품기업은 현지 제조업으로 이미 현지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류 영향이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K푸드의 관심이 쏠렸고, 러시아 시장에서의 리스크도 낮아졌다”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 악화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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