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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빈 롯데그룹…수천억 부동산 매각 나서

롯데백화점 부동산 자산 매물로…재무구조 안정화 작업의 일환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 자금 투입으로 재무 부담 증가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 하락, 재무 건전성 빨간불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 롯데쇼핑]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롯데쇼핑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롯데백화점 부동산 자산 매각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의 양 축인 화학(롯데케미칼)과 유통(롯데쇼핑)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내려가자 재무리스크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매각주관사 엔에이아이(NAI)코리아를 통해 롯데백화점의 보유자산 매각 티저레터를 잠재 매수인들에게 발송했다. 조만간 투자설명문(IM)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다. 

매각 자산은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백화점 자산 9개다. ▲분당 물류센터 ▲안산 공장 ▲부산 중앙역 개발부지 ▲포항사업소 ▲청주 영플라자 ▲관악점 문화센터 일부 ▲롯데시네마 홍대점·합정점 일부 ▲엘큐브 부산 광복점·이대점 전대차 등으로 구성돼 있다. 희망 매각가는 2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번 매물로 나온 곳들은 롯데쇼핑이 직접 영업하고 있지 않는 시설들이다. 매각 자산 중 가장 대형 자산은 분당 물류센터로 대지면적 5만7023㎡(1만7249.5평)인 대형 자산이다. 공시지가는 지난해 기준 680억원이다. 매각가액은 약 1500억원으로 거론된다. 

롯데쇼핑과 매각주관사는 자산 성격이 모두 달라 통매입을 원하는 매수자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개별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 쇼핑의 이번 자산 매각 움직임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이후 자산매각 규모가 축소된 데다 한샘 지분 취득 등으로 자금 소요가 늘어 순차입금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조정순차입금 규모는 2021년 11조6700억원에서 지난해 12조1300억원으로 늘어났다.

롯데쇼핑 실적도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6222억원, 영업이익 51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7.2%, 30.8% 감소했다. 이에 더해 지난 2021년 IMM PE와 공동 인수한 한샘의 실적 부진도 부담이다. 최근 롯데쇼핑은 한샘 인수에 사용한 IMM PE 사모펀드 지분 2595억원 중 1400억원 가량을 손실 처리했다. 주당 22만원대에 한샘을 인수했지만, 현 주가는 4분의 1 수준으로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실적 부진을 겪으며 최근 한샘은 대표 교체도 단행했다. 

롯데쇼핑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롯데그룹 전반적으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 자금 투입도 재무 부담에 영향을 줬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부진에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포함해 롯데렌탈‧롯데캐피탈‧코리아세븐 등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그만큼 대출 금리가 높아지고, 이자 비용도 늘어나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불황이 이어지며 현금 창출 규모가 줄어든 데다 차입금이 많다는 이유로 6월 신용등급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낮아졌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770억원을 기록,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은 전년 동기 대비 30% 확대됐고, 같은 기간 매출도 6% 줄었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롯데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차임금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롯데케미칼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21년말 3000억원에서 2022년말에는 3조1000억원으로 늘어났고, 올해 3월말 기준으로는 3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계열사 지원을 자처한 것도 재무구조 악화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와 금리인상 등으로 롯데건설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롯데케미칼이 5800억원가량의 자금을 지원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최대주주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의 경우 미니스톱 인수로 높은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신용팡가도 “기존점 성장과 신규 출점, 롯데씨브이에스711(옛 한국미니스톱) 편입 등에 따른 규모의 경제효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간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점포당 매출액은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영업수익성 저하 폭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월 일본 이온그룹 소속 미니스톱으로부터 한국미니스톱의 주식 100%를 약 3133억원에 취득하며 미니스톱 점포 2602개를 손에 쥐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자산 매각에서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하면 롯데리츠에 매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리츠는 롯데그룹의 스폰서 리츠로 롯데그룹의 자산을 매입하며 규모를 키워왔다.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 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 매각으로 보인다”며 “롯데리츠의 경우 롯데 그룹의 자산유동화를 위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어서 리츠에 자산이 담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사례로 SK리츠가 SK하이닉스의 수자원처리시설을 매입 추진한 것을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SK하이닉스가 수처리 시설을 계열사인 SK리츠에 매각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회사의 영업 현금 흐름이 악화하는 가운데 자산 매각으로 자금 확보에 성공하면서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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