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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출신 주도하는 법률 시장서 ‘검사의 시각’으로 차별성 보여준다 [이코노 인터뷰]

김기동 로백스 대표변호사
“기업 법률 리스크…‘공격수’ 검사라 밀접한 예방책 마련”
‘이재용 경영권 승계’ 변론서 합 맞춘 인연으로 창업 결정

김기동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사옥 입구에 마련된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국내 법률 서비스 시장은 사실 판사 출신 변호사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검사로 일했던 이들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죠. ‘공격수’였던 검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법률 서비스가 분명 존재합니다. 이 장점을 시스템적으로 잘 구축한다면 승산이 있으리라고 본 거죠. 검사 출신이 주도하는 법무법인(로펌)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면, 후배들에게도 좋은 선례가 되지 않을까요?”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최근 만난 김기동 로백스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1기)는 인터뷰 내내 푸근한 인상을 전해줬다. 말투도 몸짓에도 배려가 묻어났다. 검사 시절 굵직한 사건을 도맡아 ‘특수통’으로 불렸던 그의 이력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변호사란 새로운 옷이 그에겐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규제나 현안들을 묻는 말엔 검사 특유의 냉철한 시각으로 맥을 짚기도 했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이란 단어에 인격이 부여된다면 김 대표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66대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공직 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김 대표는 ‘인생 2막’으로 창업을 택했다. 대형 로펌에서 안정적인 일상을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불확실성을 내포한 길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맨파워’ 갖춘 강소 로펌

3년. 법률 서비스 시장에선 통상 신규 로펌의 영속성이 이 기간에 정해진다고 본다. 로펌 역시 기업인만큼 시장 경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생존이 가능하다. 법률 서비스 특성상 로펌 경쟁력에 대한 판단이 사업 초기 모두 이뤄진다는 얘기다.

2022년 2월 출범한 로백스는 승부를 봐야 하는 시기를 딱 절반 보냈다. 김 대표는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경쟁력을 이른 시기 갖추면서 ‘강소 로펌’으로 빠르게 자리 잡은 곳이란 평가받고 있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금까진 차분히 성과를 잘 내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김기동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검사 출신 변호사가 제공할 수 있는 특화된 법률 서비스가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법률 서비스 시장은 특히 ‘맨파워’(Manpower·특정한 분야에 숙련된 인력)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로백스의 맨파워는 단연 업계 최고 수준이다. 김 대표와 이동렬 대표변호사(제18대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22기)가 의기투합해 설립했다는 점만으로도 사업 초기부터 업계 이목을 사로잡긴 충분했다. 제23대 법원도서관장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을 지낸 유상재 대표변호사(21기)와 제54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등을 지낸 김후곤 대표변호사(25기)도 순차 합류하면서 특화 분야를 빠르게 넓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 등을 지낸 허경호 변호사(27기)도 곧 로백스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설립 1년 6개월 만에 소속 변호사는 총 12명으로 늘었다.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국세청장을 지낸 김대지 고문을 비롯해 ▲임귀섭 전 한국공항공사 부사장 ▲진성철 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2과장 등이 함께하고 있다. 대림그룹 지주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에서 부회장으로 활약한 이상기 전문위원도 기업 경영·지배구조 분야를 중심으로 로백스 구성원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 대표는 외연 확장을 이룰 수 있던 배경으로 ‘비전 공유’를 꼽았다. “규모나 외연을 넓히는데 목표를 둔 적은 없지만, 능력 있고 좋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합류하고 있다. 공직에 있을 때 인연을 맺은 분들도 있지만, 모두 ‘로펌의 비전’에 공감했기에 로백스 합류를 결정했다. 로백스는 법률을 의미하는 로우(Law)와 백신의 준말인 백스(Vax)를 합친 말이다. 법률 위험(리스크)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단 취지다. 검사 출신 변호사가 주도해 설립된 로펌인 만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차별점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봤다. 기업 구조상 마주할 수 있는 법률 리스크를 검사 시절 매우 밀접하게 경험해 왔기에 예방 측면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고, 이 비전에 공감하는 이들이 모여 지금의 로백스가 됐다.”

김 대표는 ‘후배 기수가 검찰총장이 되면 물러나는 관행에 따라’ 변호사란 새 옷을 입었다고 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퇴직 후 3년 동안 연 매출 100억원 이상 로펌에 취업할 수 없다. 2년 6개월 정도 홀로 사무실을 운영하다, 이 대표와 의기투합해 로펌을 공동으로 설립했다.

두 사람은 개인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사건의 변호를 맡으며 연을 맺었다. 변호인단에서 호흡을 맞춰 대검 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불기소 의견을 끌어냈다. 김 대표는 해당 경험이 로펌 설립을 택하게 한 ‘결정적 계기’라고 했다. 그는 “당시 이 대표와 모든 자료를 만들고 숱하게 보완하며 직접 변론했다”며 “수사 경험을 살려 ‘기업 법률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으라는 확신이 든 경험”이라고 말했다.

김기동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미래 먹거리라고 여겨지는 기술이라면, 법 역시 미래지향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경험과 차이’로 만드는 전문적 서비스

불기소 의견을 받아낸 노하우로는 경험(Experience)과 차이(Difference)를 꼽았다. 이는 고스란히 로백스의 운영 지침이 됐다. “로백스 운영 방향은 ‘경험과 차이’로 압축할 수 있다. 각 분야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 최고의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모여 차별화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어려운 수술을 제대로 경험해 본 명의들이 모인다면 중환자 완치도 가능한 일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 로백스는 검사장·법원장을 지낸 고위직 출신 변호사라도 의뢰인과 소통하고, 변론도 직접 수행한다. 최고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화 분야는 기업·금융·첨단(IT)으로 설정했다. 그는 “기업이 법률 전문가와 협력해 준법감시(Compliance) 시스템을 구축해 나간다면, 상당수의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다”며 “법률 리스크 관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 기업·금융·첨단”이라고 했다.

로백스는 해당 분야를 더욱 면밀하게 살펴보고 최적화된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김후곤 대표가 이끄는 ‘LawVax 기술보호센터’란 조직을 신설했다. “소형 로펌이 대형 로펌과 어깨를 견줄 수준으로 실력을 발휘하려면, 지닌 역량을 특화된 지점에 집중해야 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신사업 분야에선 이 전략에 대한 성과가 두드러지리라고 판단했다. 센터는 기술보호, 가상자산, 개인정보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 리스크를 자문하는 전문 조직이다. 국가정보기관에서 활약한 두 분을 부센터장으로 모셔 전문성도 강화했다. 경제 안보 시대에 대응해 기업 기술 유출을 예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영업기밀 유출 시 사법적 지원도 이뤄진다.”

김 대표는 ‘현재 국내 산업 생태계에 법적·제도적으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를 묻는 말엔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고충은 규제이고, 가장 강한 규제가 형사처벌”이라고 답했다. 그는 “스타트업에 자문하면 ‘이 사업을 진행하면 처벌되는가’란 질문이 가장 많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신속한 법률 개정과 함께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제도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본다. 미래 먹거리라고 여겨지는 기술이라면, 법 역시 미래지향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김 대표는 검사 시절 부산지검장 외에도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대검찰청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장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원전비리수사단장)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특수3부장 등을 지냈다. 그는 “공직에 있을 때도, 로펌 대표로도 있는 지금도 ‘리더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며 “리더가 헌신해야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실천하고자 노력해 왔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김기동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리더가 헌신해야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실천하고자 노력해 왔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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