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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엔터테인먼트 시장 도전은 계속 된다

[게임· 엔터 경계 사라진다]①
모바일 게임사 미투젠 엔터 기업 고스트스튜디오 인수
넥스, 농구 영화 ‘리바운드’에 투자…“IP 확보해야 게임회사 생존”

넥슨이 투자한 영화 리바운드 [사진 웨이브]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둘 다 인기 콘텐츠를 바탕으로 매출을 올린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이에 일부 게임사들은 인기 지적재산권(IP)을 바탕으로 게임은 물론 웹툰· 웹소설·애니메이션 등 원소스멀티유즈(OSMU) 시장에 진출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 몇몇 게임사들은 아예 본격적으로 엔터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모바일 캐주얼 게임사 미투젠은 최근 엔터테인먼트 기업 고스트스튜디오의 경영권 지분 100%를 인수 결의하는 이사회를 개최했다. 오는 10월 초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고스트스튜디오’로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투젠은 고스트스튜디오를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사명 변경을 계기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게임과 웹툰 사업에서 나아가 드라마 제작, 연예 매니지먼트 등을 총망라한 K-콘텐츠 사업을 확대해 글로벌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고스트스튜디오는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네임‘ 제작자로 유명한 최명규 대표가 설립한 종합 콘텐츠 제작사다. 현재 44명의 배우와 함께하고 있으며 주원·이다희·김옥빈·권나라·김성오·박주미 등 유명 배우들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차주영,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류경수, 천만 영화 ‘범죄도시2’의 음문석 등 연기파 배우가 다수 소속돼 있다. 매니지먼트 사업뿐만 아니라 드라마 제작 및 웹툰 사업 등 다변화된 플랫폼 및 콘텐츠 유통 시장 환경에 맞춰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한다.

손창욱 미투젠 의장은 “이번 인수·합병(M&A)을 통해 미투젠은 게임·웹툰 사업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글로벌 K-콘텐츠를 고스트스튜디오 이름으로 직접 제작해 나가며 글로벌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힘차게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게임사 중 엔터 사업을 제대로 하는 회사가 없고, 엔터테인먼트 회사들 중에서도 게임 사업을 제대로 하는 회사가 없다”며 “저희가 최초로 게임과 엔터 모두를 잘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임업계 맏형 넥슨도 지난 4월 개봉한 농구 영화 ‘리바운드’에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넥슨의 ‘리바운드’ 투자는 게임과 연관성이 없는 스포츠 상업영화에 대한 전격 투자로, 언론 공개 당시부터 많은 이목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이정헌 넥슨 대표는 ‘리바운드’ 투자에 대해 “영화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게임 외적으로도 다방면으로 즐거움과 감동을 전달하고자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장항준 감독이 연출한 영화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이룬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넥슨이 농구 영화 ‘리바운드’에 제작 투자를 결정한 것은 ‘스토리텔링’이 곧 IP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출발했다. 이정헌 대표는 “미래에 게임회사가 생존하려면 필수적으로 IP를 확보해야 하는데 IP는 게임 타이틀이 아닌 ‘스토리텔링’ 이라고 보고있다”며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게임과, 웹툰 소설·영상 등 콘텐츠를 연속적으로 만들며 진화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넥슨은 콘텐츠의 형식과 범위에 얽매이지 않고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추며 IP 확보 및 확장을 위해 나서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1월 세계적인 영화감독 루소 형제가 설립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제작사 에이지비오(AGBO)에 투자를 단행해 IP 확장을 위한 영화와 TV 콘텐츠 제작을 준비 중이다.

넥슨은 올해 초 영화 ‘기생충’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와도 전략적 업무제휴 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상호 간 각 사가 보유한 영화·드라마 등 영상 및 게임 제작 노하우와 저작재산권을 제공하고 신규 IP 기획과 개발에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 첫 협업으로 영화 리바운드의 제작 투자와 배급을 함께 했다.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중국 드라마 ‘천월화선’ [사진 스마일게이트]

이외에도 넥슨은 YG엔터테인먼트·네이버·위지윅스튜디오·엔피 등 4개 사와 손잡고 2025년 미래형 콘텐츠 제작 시설인 ‘실감형 디지털미디어센터’(I-DMC, 가칭)를 의정부리듬시티에 조성할 예정이다. 넥슨은 초대형 및 다목적 콘텐츠 제작 인프라를 조성해 영화·드라마·음악 등 문화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더욱 넓힐 방침이다.

FPS게임 ‘크로스파이어’ 유명한 스마일게이트도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해 엔터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016년 상하이에서 개최했던 ‘크로스파이어 비전 서밋’ 행사를 통해 크로스파이어의 드라마 제작 계획을 밝혔던 바 있다. 이후 2020년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중국 드라마 ‘천월화선’을 공개했다. 드라마 제목 ‘천월화선’은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서비스명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텐센트를 통해 배급한 해당 드라마는 누적 시청 수 20억회를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실사 영화도 기획·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게임사들의 엔터 시장 진출이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IP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엔터 산업과의 접점이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사들의 엔터 산업 진출 성과가 본업인 게임을 넘어서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지난 2020년 자회사 ‘클렙’을 설립하며 엔터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이후 2021년 자회사 클렙을 통해 케이팝(K-POP)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전 세계에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서비스 초반에는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으나 이후 경쟁사들의 팬덤 플랫폼에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엔씨는 올해 1월 유니버스를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디어유에 양도한 이후 지난 5월에는 클렙 지분마저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거두면서 게임사들도 엔터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며 “다만 엔터 시장과 게임 시장은 성공 문법이 확연히 다르다. 현재로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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