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여기가 ‘기술 맛집’ 네이버?”…‘하이퍼클로바X 생태계’ 살펴보니 [기승전-플랫폼]
올해만 MOU 17건…협업 기업 면면도 화려
하이퍼클로바X 공개 전부터 두드러진 B2B 성과
“한국 맥락 이해하는 모델”…네이버 ‘자신감’ 증명
‘사람 모인 곳에 돈이 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시장 원칙’ 중 하나입니다. 숱한 사례와 경험으로 증명된 이 명료한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에도 유효한 듯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스마트폰 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현실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여전히 돈을 돌게하고 있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ICT 시대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도달하는 ‘종착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력을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생리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당신이 머무는 종착역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한국 인공지능(AI) 기업이면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네이버가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 개발한 차세대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는 자리. 네이버는 20개 기술 스타트업에 하이퍼클로바X를 정식 공개 전 한 달가량 먼저 사용해 볼 기회를 제공했다. 이 중에서도 라이너·가지랩·아티피셜 소사이어티 대표를 공개 행사 무대에 초청해 사용 후기를 듣고, 각 기업이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마련한 AI 서비스를 시연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대에 오른 3명의 대표 모두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는 물론 한국 그 자체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는 AI”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하이퍼클로바X가 글로벌 빅테크의 AI 모델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는 설명이다.
7일 네이버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기점으로 기술 협력을 요청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올해에만 금융·소프트웨어(SW)·게임·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에서 17건의 AI 관련 업무협약(MOU) 체결이 진행됐다. 하이퍼클로바X 공개 전부터 기업 간 거래(B2B) 분야에선 성과가 두드러졌단 방증이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한국에 최적화된 AI 모델’이라고 자신한 근거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방대한 AI 생태계’
현재 물밑에서 협업 논의를 진행 중인 기업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족한 민간 주도 협력체 ‘초거대 AI 추진협의회’ 등을 고려하면 생태계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네이버 AI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네이버클라우드가 LG AI 연구원과 함께 협의회 공동 회장사로 추대됐다. 협의회엔 국내 크고 작은 기업 105개가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는 여기에 더해 자체적인 생태계 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사업 기회를 발굴하려는 기업과 원활한 소통을 목적으로 ‘AI 얼라이언스’를 별도로 구축했다. 고객사는 물론 데이터 파트너·클라우드관리사업자(MSP) 등 약 70개 기업이 함께하고 있다.
국내 기술 스타트업과 오랜 시간 호흡해 왔다는 점도 네이버 AI 생태계의 강점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기업형 액셀러레이터 D2스타트업팩토리(D2SF)를 통해 2015년부터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네이버 D2SF는 지금까지 103개 기업에 투자를 집행하고, 다양한 AI 시너지를 창출해 왔다. 전체 투자금의 33%를 AI 분야에 투입할 만큼 생태계 마련에 진심이다. 스타트업이 자금난 등 가장 어려움을 겪는 시기부터 함께한단 취지로 전체 투자금 79%를 시드(Seed·초기단계)로 집행하기도 했다. 네이버 D2SF가 첫 투자사로 이름을 올린 AI 학습 데이터 플랫폼 기업 ‘크라우드웍스’가 지난 8월 3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네이버 D2SF는 현재 생성형 AI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을 신규 모집하고 있다. 10월 11일까지 접수를 받고, 서류 검토를 거쳐 11월부터 개별 미팅 및 투자·협업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네이버는 투자처로 선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홍보 및 마케팅 ▲후속 투자 유치 지원 ▲제품 사용성 및 사용자 경험·환경(UX·UI) 피드백 등 AI 스타트업을 위한 맞춤형 성장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 밖에도 지난 7월부터 ‘AI 러시(RUSH) 2023’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20개 기술 스타트업에 하이퍼클로바X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 실무진과 긴밀하게 협력, 다양한 기술∙사업적 협업 논의도 진행 중이다.
네이버와 손잡고 ‘윈-윈’
네이버가 지난 8월 24일 야심 차게 공개한 하이퍼클로바X는 소비자 서비스(B2C)는 물론 기업 대상 솔루션(B2B) 모두를 아우른다. 하이퍼클로바X 공개와 동시에 베타(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클로바X가 대표적인 B2C 서비스로 꼽힌다. 네이버판 챗GPT로도 불리는 클로바X는 창작·요약·추론·번역·코딩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답변을 제공하는 기능을 갖췄다.
네이버는 클로바X의 차별화 지점으로 네이버 내∙외부의 다양한 서비스 API를 연결하는 시스템 ‘스킬’(skill)을 마련했다. 현재 네이버 쇼핑·여행과 연계된 상태다. 스킬 기능을 켜면 생성 능력만으론 구현이 어려운 ‘장소 예약’이나 ‘상품 구매’ 등의 서비스를 대화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 ‘스킬’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과 윈-윈(Win-Win) 전략도 추진 중이다. 모빌리티·커머스·여행 등 특화 영역에서 독보적 플랫폼 지위를 구축한 기업의 서비스를 클로바X를 통해 제공,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리겠단 취지다. 스킬을 통해 클로바X와 묶인 기업 역시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를 통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현재 스킬 시스템 협업을 논의 중인 서비스는 야놀자·인터파크·캐치테이블·폴라리스오피스·쏘카·울프람알파·배달의민족·컬리 등이 꼽힌다.
“네이버 경쟁력, 진짜는 B2B”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자사 서비스의 고도화를 추진 중인 기업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SK C&C·한글과컴퓨터(한컴)·스마일게이트·쏘카·현대백화점 등 굵직한 기업들이 네이버의 문을 두드렸다. 분야도 금융·소프트웨어(SW)·게임·모빌리티·유통·교육·헬스케어 등 다양하다. 하이퍼클로바X로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는 범위가 그만큼 넓다는 의미다.
미래에셋증권은 일찍이 네이버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으로 꼽힌다. 올해 2월부터 협업을 시작해 해외주식 실시간 번역·요약 서비스 출시했다. 5분마다 새로운 기사를 자동으로 번역·요약해 미래에셋증권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탄생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지 원문 뉴스는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네이버클라우드의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통해 각각 번역과 요약이 진행된다”며 “미래에셋증권의 데이터를 적용해 금융용어에 맞도록 최적화 과정을 거친 후 뉴스의 긍·부정과 중요도를 판별해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지난 7월 기업의 컨퍼런스콜 내용을 번역·요약해 속보 형태로 제공하는 ‘어닝콜 읽어주는 AI’도 마련하는 등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SK C&C와도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SK C&C의 디지털 시스템·서비스 발굴 능력에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 국내 산업 맞춤형 초대규모 AI 서비스 발굴 목적으로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양사는 우선 은행·증권·카드·보험·캐피탈 등 금융 분야별 맞춤형 서비스 모델 발굴을 중심으로 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금융 분야에선 이 밖에도 오브젠·한국투자증권 등과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시너지 창출을 협의하고 있다.
SW 분야에선 한컴·폴라리스오피스가 대표적 협업 기업으로 꼽힌다. 하이퍼클로바X가 한글은 물론 한국의 제도·법률·문화 등을 전반적으로 학습한 모델이라, 국내 업무용 SW 분야에서 해당 모델의 가능성을 일찍이 주목해 왔다.
네이버클라우드와 한컴은 지난 3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한컴오피스에 하이퍼클로바X를 도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이퍼클로바X 학습데이터의 90% 이상이 한국어인 만큼, 영어에 특화된 챗GPT보다 활용 능력이 우수하다는 판단에 따른 협력이다. 한컴은 하이퍼클로바X를 한컴오피스에 적용함, 학교·연구기관 등 공공분야 최적화된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폴라리스오피스와는 지난 6월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국내 고객에게 특화된 AI 오피스 서비스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 밖에도 브릭메이트·클로잇 등과 SW 분야에서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게임 분야에선 스마일게이트와, 모빌리티 분야에선 쏘카와 손을 잡았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스마일게이트 AI센터와 지난 8월 MOU 체결하고,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업무 생산성 개선 및 게임 자원 제작 효율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쏘카와는 지난 7월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다. AI·모빌리티·클라우드 등 전방위적 협력을 추진해 모빌리티 시장에 혁신을 발굴하겠단 포부다. 양사는 구체적으로 하이퍼클로바X는 물론 네이버 지도·여행·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기술을 쏘카 플랫폼을 결합해 서비스 고도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또 IT 인프라 확장도 협업하고 있다.
유통 분야에선 현대백화점·인크로스 등이 협업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상품의 마케팅 용어는 기업별로 명확한 특성을 나타낸다. 현대백화점은 네이버 기술을 접목해 자사 마케팅 용어를 이해하는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마련했다. 네이버 측은 “현대백화점 광고 문구 특유의 감성과 문체를 집중 학습한 모델”이라며 “타깃 연령대를 고려해 어투도 조절할 수 있고, 업무 시간 단축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체 조사 결과 1차 카피 도출 시간은 통상 2주 안팎이 소요되는데, 루이스를 활용하면 업무 시간이 평균 3시간 이내로 단축됐다.
인크로스는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광고·마케팅·법률 특화 서비스 개발을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이다. 하이퍼클로바X 자원과 인크로스의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의 서비스를 마련하겠단 취지다.
네이버는 이 밖에도 교육 분야에선 유밥·유비온과, 헬스케어 영역에선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비쥬웍스·위뉴 등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의 대표적인 B2B 솔루션으론 ‘클로바 스튜디오’가 꼽힌다. 기업별로 보유한 데이터를 학습해 맞춤형 AI 모델을 구현하는 서비스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전용 인프라를 통해 고객사 특화 모델 구축이 가능하다.
IT 업계 관계자는 “하이퍼클로바X 공개 후 B2C 영역에선 다소 평가가 엇갈리지만, 서비스가 초기 단계임을 고려하면 업계에선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초기 단계인 B2C 영역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네이버 AI의 진짜 경쟁 B2B 영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과 품질 측면에서 외산 AI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는 데 고민이 많은 기업에 하이퍼클로바X는 유일한 대안이자 최적의 솔루션이 되고 있다”며 “IT가 결합된 거의 모든 국내 기업이 네이버에 협력 문의를 넣고 있다고 느낄 정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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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한국 인공지능(AI) 기업이면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네이버가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 개발한 차세대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는 자리. 네이버는 20개 기술 스타트업에 하이퍼클로바X를 정식 공개 전 한 달가량 먼저 사용해 볼 기회를 제공했다. 이 중에서도 라이너·가지랩·아티피셜 소사이어티 대표를 공개 행사 무대에 초청해 사용 후기를 듣고, 각 기업이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마련한 AI 서비스를 시연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대에 오른 3명의 대표 모두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는 물론 한국 그 자체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는 AI”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하이퍼클로바X가 글로벌 빅테크의 AI 모델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는 설명이다.
7일 네이버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기점으로 기술 협력을 요청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올해에만 금융·소프트웨어(SW)·게임·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에서 17건의 AI 관련 업무협약(MOU) 체결이 진행됐다. 하이퍼클로바X 공개 전부터 기업 간 거래(B2B) 분야에선 성과가 두드러졌단 방증이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한국에 최적화된 AI 모델’이라고 자신한 근거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방대한 AI 생태계’
현재 물밑에서 협업 논의를 진행 중인 기업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족한 민간 주도 협력체 ‘초거대 AI 추진협의회’ 등을 고려하면 생태계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네이버 AI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네이버클라우드가 LG AI 연구원과 함께 협의회 공동 회장사로 추대됐다. 협의회엔 국내 크고 작은 기업 105개가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는 여기에 더해 자체적인 생태계 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사업 기회를 발굴하려는 기업과 원활한 소통을 목적으로 ‘AI 얼라이언스’를 별도로 구축했다. 고객사는 물론 데이터 파트너·클라우드관리사업자(MSP) 등 약 70개 기업이 함께하고 있다.
국내 기술 스타트업과 오랜 시간 호흡해 왔다는 점도 네이버 AI 생태계의 강점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기업형 액셀러레이터 D2스타트업팩토리(D2SF)를 통해 2015년부터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네이버 D2SF는 지금까지 103개 기업에 투자를 집행하고, 다양한 AI 시너지를 창출해 왔다. 전체 투자금의 33%를 AI 분야에 투입할 만큼 생태계 마련에 진심이다. 스타트업이 자금난 등 가장 어려움을 겪는 시기부터 함께한단 취지로 전체 투자금 79%를 시드(Seed·초기단계)로 집행하기도 했다. 네이버 D2SF가 첫 투자사로 이름을 올린 AI 학습 데이터 플랫폼 기업 ‘크라우드웍스’가 지난 8월 3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네이버 D2SF는 현재 생성형 AI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을 신규 모집하고 있다. 10월 11일까지 접수를 받고, 서류 검토를 거쳐 11월부터 개별 미팅 및 투자·협업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네이버는 투자처로 선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홍보 및 마케팅 ▲후속 투자 유치 지원 ▲제품 사용성 및 사용자 경험·환경(UX·UI) 피드백 등 AI 스타트업을 위한 맞춤형 성장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 밖에도 지난 7월부터 ‘AI 러시(RUSH) 2023’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20개 기술 스타트업에 하이퍼클로바X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 실무진과 긴밀하게 협력, 다양한 기술∙사업적 협업 논의도 진행 중이다.
네이버와 손잡고 ‘윈-윈’
네이버가 지난 8월 24일 야심 차게 공개한 하이퍼클로바X는 소비자 서비스(B2C)는 물론 기업 대상 솔루션(B2B) 모두를 아우른다. 하이퍼클로바X 공개와 동시에 베타(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클로바X가 대표적인 B2C 서비스로 꼽힌다. 네이버판 챗GPT로도 불리는 클로바X는 창작·요약·추론·번역·코딩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답변을 제공하는 기능을 갖췄다.
네이버는 클로바X의 차별화 지점으로 네이버 내∙외부의 다양한 서비스 API를 연결하는 시스템 ‘스킬’(skill)을 마련했다. 현재 네이버 쇼핑·여행과 연계된 상태다. 스킬 기능을 켜면 생성 능력만으론 구현이 어려운 ‘장소 예약’이나 ‘상품 구매’ 등의 서비스를 대화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 ‘스킬’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과 윈-윈(Win-Win) 전략도 추진 중이다. 모빌리티·커머스·여행 등 특화 영역에서 독보적 플랫폼 지위를 구축한 기업의 서비스를 클로바X를 통해 제공,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리겠단 취지다. 스킬을 통해 클로바X와 묶인 기업 역시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를 통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현재 스킬 시스템 협업을 논의 중인 서비스는 야놀자·인터파크·캐치테이블·폴라리스오피스·쏘카·울프람알파·배달의민족·컬리 등이 꼽힌다.
“네이버 경쟁력, 진짜는 B2B”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자사 서비스의 고도화를 추진 중인 기업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SK C&C·한글과컴퓨터(한컴)·스마일게이트·쏘카·현대백화점 등 굵직한 기업들이 네이버의 문을 두드렸다. 분야도 금융·소프트웨어(SW)·게임·모빌리티·유통·교육·헬스케어 등 다양하다. 하이퍼클로바X로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는 범위가 그만큼 넓다는 의미다.
미래에셋증권은 일찍이 네이버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으로 꼽힌다. 올해 2월부터 협업을 시작해 해외주식 실시간 번역·요약 서비스 출시했다. 5분마다 새로운 기사를 자동으로 번역·요약해 미래에셋증권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탄생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지 원문 뉴스는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네이버클라우드의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통해 각각 번역과 요약이 진행된다”며 “미래에셋증권의 데이터를 적용해 금융용어에 맞도록 최적화 과정을 거친 후 뉴스의 긍·부정과 중요도를 판별해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지난 7월 기업의 컨퍼런스콜 내용을 번역·요약해 속보 형태로 제공하는 ‘어닝콜 읽어주는 AI’도 마련하는 등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SK C&C와도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SK C&C의 디지털 시스템·서비스 발굴 능력에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 국내 산업 맞춤형 초대규모 AI 서비스 발굴 목적으로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양사는 우선 은행·증권·카드·보험·캐피탈 등 금융 분야별 맞춤형 서비스 모델 발굴을 중심으로 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금융 분야에선 이 밖에도 오브젠·한국투자증권 등과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시너지 창출을 협의하고 있다.
SW 분야에선 한컴·폴라리스오피스가 대표적 협업 기업으로 꼽힌다. 하이퍼클로바X가 한글은 물론 한국의 제도·법률·문화 등을 전반적으로 학습한 모델이라, 국내 업무용 SW 분야에서 해당 모델의 가능성을 일찍이 주목해 왔다.
네이버클라우드와 한컴은 지난 3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한컴오피스에 하이퍼클로바X를 도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이퍼클로바X 학습데이터의 90% 이상이 한국어인 만큼, 영어에 특화된 챗GPT보다 활용 능력이 우수하다는 판단에 따른 협력이다. 한컴은 하이퍼클로바X를 한컴오피스에 적용함, 학교·연구기관 등 공공분야 최적화된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폴라리스오피스와는 지난 6월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국내 고객에게 특화된 AI 오피스 서비스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 밖에도 브릭메이트·클로잇 등과 SW 분야에서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게임 분야에선 스마일게이트와, 모빌리티 분야에선 쏘카와 손을 잡았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스마일게이트 AI센터와 지난 8월 MOU 체결하고,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업무 생산성 개선 및 게임 자원 제작 효율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쏘카와는 지난 7월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다. AI·모빌리티·클라우드 등 전방위적 협력을 추진해 모빌리티 시장에 혁신을 발굴하겠단 포부다. 양사는 구체적으로 하이퍼클로바X는 물론 네이버 지도·여행·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기술을 쏘카 플랫폼을 결합해 서비스 고도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또 IT 인프라 확장도 협업하고 있다.
유통 분야에선 현대백화점·인크로스 등이 협업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상품의 마케팅 용어는 기업별로 명확한 특성을 나타낸다. 현대백화점은 네이버 기술을 접목해 자사 마케팅 용어를 이해하는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마련했다. 네이버 측은 “현대백화점 광고 문구 특유의 감성과 문체를 집중 학습한 모델”이라며 “타깃 연령대를 고려해 어투도 조절할 수 있고, 업무 시간 단축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체 조사 결과 1차 카피 도출 시간은 통상 2주 안팎이 소요되는데, 루이스를 활용하면 업무 시간이 평균 3시간 이내로 단축됐다.
인크로스는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광고·마케팅·법률 특화 서비스 개발을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이다. 하이퍼클로바X 자원과 인크로스의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의 서비스를 마련하겠단 취지다.
네이버는 이 밖에도 교육 분야에선 유밥·유비온과, 헬스케어 영역에선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비쥬웍스·위뉴 등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의 대표적인 B2B 솔루션으론 ‘클로바 스튜디오’가 꼽힌다. 기업별로 보유한 데이터를 학습해 맞춤형 AI 모델을 구현하는 서비스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전용 인프라를 통해 고객사 특화 모델 구축이 가능하다.
IT 업계 관계자는 “하이퍼클로바X 공개 후 B2C 영역에선 다소 평가가 엇갈리지만, 서비스가 초기 단계임을 고려하면 업계에선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초기 단계인 B2C 영역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네이버 AI의 진짜 경쟁 B2B 영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과 품질 측면에서 외산 AI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는 데 고민이 많은 기업에 하이퍼클로바X는 유일한 대안이자 최적의 솔루션이 되고 있다”며 “IT가 결합된 거의 모든 국내 기업이 네이버에 협력 문의를 넣고 있다고 느낄 정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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