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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대기는 기본”…빵지순례 끝판왕의 정체는 [민지의 쇼핑백]

유대인 전통빵 베이글, MZ감성 자극하며 ‘열풍’
평일에도 대기줄…“식사 대용으로도 각광”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코끼리 베이글 매장 앞 모습. [사진 이혜리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베이글 사먹으려면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줄을 서는 모습)은 기본이에요. 아침 7시 30분에 와서 줄섰어요.”

지난 주말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코끼리 베이글’ 앞에는 수십명이 개점 시간에 맞춰 줄을 서 있었다. 베이글을 구매한 손님들은 양손 가득 빵 봉지를 들고 가게 앞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처럼 유명 베이글 베이커리는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앞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21년 9월 개점한 안국점 앞에는 지금도 매일같이 오픈런이 벌어진다. 평일 아침에도 대기번호가 100번이 넘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회사 연차를 내고 가게를 찾아야 그나마 빠르게 살 수 있다는 후문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오픈런 꿀팁’, ‘오픈런 후기’ 등의 글들이 무수히 공유되고 있다. 이는 베이글을 사기 위한 소비자들의 열망이 반영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베이글은 트렌드와 MZ(밀레니얼+Z)세대 취향에 맞는 쫀득하면서도 꾸덕한, 독특한 식감으로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다. 베이글은 이제 더 이상 ‘뉴요커가 먹는 빵’이라는 인식은 사라지고, 식사빵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코끼리 베이글에서 판매하는 베이글. [사진 이혜리 기자]

국내에 베이글이 들어온 지는 꽤나 오래됐다. 뒤늦게 찾아온 유행이라고 볼 수 있다. 베이글은 유대인들이 2000년 전부터 만들어 먹던 빵이다. 끓는 물에 한 번 익힌 뒤 오븐에 구워내 식감이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밀가루, 이스트, 물, 소금으로 만들어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달걀, 우유, 버터가 들어가지 않아 지방과 당분이 비교적 적어 베이글만 먹는다면 다른 빵에 비해 칼로리도 낮다고 볼 수 있다. 

베이글의 매력은 담백함에 있다. 어떤 크림치즈를 선택할지, 어떤 토핑을 더할지에 따라 맛이 무궁무진해진다. 베이글도 가게마다 그 맛과 모양이 가지각색이다. 크림치즈, 버터, 감자 등 다양한 토핑과도 잘 어울린다. 기본인 플레인 베이글부터 초콜릿, 블루베리, 치즈, 시나몬 등 여러 가지의 종류를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시그니쳐 베이글. [사진 롯데백화점]

베이글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국내 베이글 3대 맛집’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코끼리 베이글’, ‘니커버커 베이글’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아이엠베이글’, ‘에브리띵베이글’, ‘라스베이글 등 베이글 전문 브랜드도 성업을 이루고 있다. 

베이글의 인기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KB국민카드가 최근 4년간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매출액과 신규가맹점 비중을 분석한 결과, 베이글은 2022년 매출액이 2019년보다 216% 증가해 디저트 업종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2022년 기준으로 가맹점 수는 2021년말보다 48% 늘어났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관련 신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SPC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한국인 입맛에 맞는 K-베이글 제품 ‘두번쫄깃 베이글’을 출시했다. 파리바게뜨 연구소가 1여년 동안 연구해 내놓은 신제품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과 식감을 파악하고 반영했다. 이 제품은 출시 1달 만에 판매량 200만개를 기록했다.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런던 베이글 뮤지엄 매장 앞 전경. [사진 이혜리 기자]

백화점 업계 또한 베이글 맛집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5일 잠실 롯데월드몰에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유통사 최초로 입점했다. 해당 브랜드가 로드샵이 아닌 대형 유통시설에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잠실 롯데월드몰 1층에 베이커리 및 카페 약 200㎡(60평) 규모와 2층 생산 시설 약 80㎡(24평) 규모로 열렸다. 개점 이후에도 줄이 줄어들지 않으며 아침 7시부터 이곳을 찾으려는 고객들 수백명이 줄을 서고 있는 상황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세월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6개월여간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신규 매장 인테리어에는 2~3개월이 소요되지만 롯데백화점 측이 브랜드를 모시기 위해 깍듯하게 대우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베이글을 구매하기 위해 아침부터 오픈런을 하고, SNS에 인증하는 것 자체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일으키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픈런, 품절 행렬 등이 베이글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게 한다”며 “SNS에 쏟아지는 구매 인증샷 또한 베이글 열풍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이글이 이제는 간식이 아닌 식사 대용으로 인식되면서 앞으로도 인기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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