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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발굴에 진심’ KB국민카드가 그리는 큰 그림은[이코노 인터뷰]

이해정 KB국민카드 신성장사업그룹 부사장
“스타트업 협업 통해 카드 본업과 연계…고객 경험 증대돼”
“2000만 고객 데이터 활용해달라…수익 모델 검증 가능”

이해정 KB국민카드 신성장사업그룹 부사장.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스타트업 업계에서 ‘퓨처나인’(FUTURE9)은 꽤나 유명한 이름이다. 퓨처나인은 KB국민카드가 미래 생활 혁신을 선도할 스타트업을 발굴해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7년 1기를 시작으로 올해 벌써 일곱 번째를 맞이했다. 이번 7기에도 무려 714개 스타트업이 프로그램 참가 신청을 하며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그런데 카드사인 KB국민카드는 왜 매년 유망 스타트업들을 발굴하려 할까. 퓨처나인 같은 육성 프로그램은 수익보다는 비용이 훨씬 더 소모되는 사업이다. 대출 상품 판매 등 본업에 집중하는 것이 수익적인 면에서 더 낫지 않을까.

이해정 KB국민카드 신성장사업그룹 부사장은 퓨처나인에 대해 “KB국민카드 고객들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 선정 때 고객들에게 새롭고 더 나은 경험을 줄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며 “내부에서는 나오기 힘든 외부 아이디어를 KB국민카드 본업과 연계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퓨처나인 2기에 참여했던 스타트업 ‘ab180’은 디지털 광고와 빅데이터 전문 회사다. KB국민카드는 ab180과 함께 기업 잠재고객을 찾을 수 있도록 데이터 관리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부사장은 “롯데백화점·GS·중고나라 등 8개 업체와 데이터 협업을 하고 있다”며 “초개인화된 데이터를 통해 더 정확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로민의 문서 이해 플랫폼 ‘텍스트스코프 스튜디오’의 인공지능(AI) 문서 인식 예시. [사진 윤형준 기자]
4기 스타트업이었던 인공지능(AI) 광학 문자 인식(Optical Character Recognition·OCR) 업체 ‘로민’의 기술력도 돋보인다. OCR은 스캐너로 읽어들인 이미지 파일을 분석해 텍스트로 치환하는 기술이다. 이 부사장은 “요즘 카드 발급 시 필요한 신분증 스캔 과정이 필수”라며 “KB국민카드 앱(KB페이)에는 로민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있어 인식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퓨처나인 참여 시 KB국민카드와의 시너지를 판단하기 위해 서류 심사에서부터 실무자들이 투입된다. 이 부사장은 “퓨처나인 같은 외부 프로그램은 보통 외부 평가 기관에 의뢰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우리는 실무자들이 중심”이라며 “플랫폼·데이터·IT·카드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현업 부서가 모두 참여한다”고 말했다.

업그레이드된 올해 기수…핵심 키워드는 ‘테크’

이 부사장은 올해 7기가 예년과 달라진 점을 짚었다. 우선 퓨처나인이 스타트업을 찾아가는 ‘리버스 IR’(역 기업설명)을 시행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투자사에 찾아와 IR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라며 “공식 모집 전에 한국창업경영센터·창조경제혁신센터에 퓨처나인이 먼저 찾아가 발굴 효과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투자 매력도 판단을 위한 벤처캐피탈(VC) 심사역들의 평가와 ▲실무진 외 임원들도 심사에 참여하는 ‘임원 밋업데이’도 신설됐다.

이해정 KB국민카드 신성장사업그룹 부사장이 지난 9월 20일 서울 중구 KB국민카드 청계IT타워 12층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런 꼼꼼한 심사과정을 거쳐 올해도 총 13개의 스타트업들이 선정됐다. 이 부사장은 올해 선정한 업체들 대상으로 ‘테크’(기술)를 중요하게 봤다고 밝혔다. 테크로 개인 고객과 가맹점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어서다.

그중 하나가 온라인셀러 선정산 솔루션 ‘올라핀테크’(올라)다. 기존 온라인 쇼핑몰의 정산은 약 45~60일의 긴 시간이 소요가 된다. 경우에 따라 물건을 많이 팔아도 운전 자금이 없어 이른바 ‘흑자부도’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올라를 이용하면 최대 2시간 내로 정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앞으로 KB국민카드 가맹점들도 올라 기술을 적용받아 편익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비정형 데이터 자산화 서비스인 ‘퀀텀에이아이’도 언급됐다. 퀀텀에이아이의 경우 데이터 스타트업이어서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가진 KB국민카드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KB국민카드 고객 2000만명의 데이터를 갖고 스타트업들은 수많은 시도를 할 수 있다”며 “데이터 협업을 통해 스타트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세분화하고 발전시킬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우리의 목적이다”고 말했다.

“퓨처나인 아니어도 좋아요…스타트업 언제나 환영”

최근 스타트업 시장은 경기침체로 활력을 잃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실제 올해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68.3% 줄었다. 그럼에도 이 부사장은 이런 현실에서도 ‘KB국민카드와 퓨처나인은 언제나 두 팔을 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정 KB국민카드 신성장사업그룹 부사장. [사진 신인섭 기자]
그는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수익 모델’이 뭔지 대답할 수 없으면 실패한다”며 “그 대답을 위해선 KB국민카드와 협업이 매우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2000만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퓨처나인은 선정 업체 수를 한정하지 않는다”며 “협업 포인트가 있으면 얼마든지 준비가 돼 있으며 퓨처나인이 아니더라도 협업과 제휴를 원하는 기업들은 얼마든 문의해달라”고 스타트업들에 더욱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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