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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서 탄생한 韓 이야기, 어떻게 세계로 향했나 [이코노 인터뷰]

[웹툰 IP 전성시대]⑤ 황재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사업팀장
“1만개 넘는 IP 확보한 플랫폼 강점…‘새로운 가치’ 입혀 세계로”
“‘이끼’부터 ‘무빙’까지 생태계 확장…팬덤 구축이 최근 트렌드”

황재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사업팀 팀장.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플랫폼 사업자인 동시에 웹툰·웹소설을 개발하고 확보하는 지식재산권(IP)의 요람이기도 합니다. 웹툰 종주국을 만드는 데 함께해 왔다는 자부심이 있죠. 한국에서 탄생한 다양한 ‘이야기’를 세계에 알리는 데 보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황재헌 카카오엔터 IP사업팀 팀장은 바쁘다. 웹툰·웹소설이 K-콘텐츠 일익으로 부상하자, 해당 IP를 활용하고자 하는 사업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서다. 그가 속한 팀은 카카오엔터가 운영하는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 내 쌓여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가공’하는 일을 전담한다.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웹툰·웹소설 원작 ○○’을 제작하는 시장 최전선에 서 있는 셈이다.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오리지널 IP는 1만개에 달한다.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작품은 2023년 3분기 기준 5200개 수준이다. 황 팀장은 이 같은 풍부한 자원을 토대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

모든 사업이 그렇겠지만, 콘텐츠 제작 분야는 특히 성공 가능성을 사전에 진단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첨단 기술을 접목해 기기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다거나 수율을 끌어올려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식의 ‘성공 정답’이 없다는 의미다. 공개 전까지 성패를 가늠하기 사실상 불가능한 콘텐츠 분야에서 웹툰 IP 활용은 그나마 통용되는 ‘성공 방정식’으로 불린다.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한 2차 창작물의 ‘흥행 타율’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 웹툰 시장을 양분하는 카카오엔터 역시 ‘무빙’, ‘이태원 클라쓰’ 등으로 이 같은 흥행 공식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웹툰 IP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던 비결이 무엇인지 황 팀장에게 물었다. 그는 “웹툰 IP를 활용한다고 해서 모든 작품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카카오엔터는 그간 다양한 경험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를 쌓았다”고 강조했다.

황 팀장은 웹툰·웹소설 IP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가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게 된 배경으로 4가지 요인을 꼽았다.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미디어 플랫폼의 급성장 ▲국가 간 문화 장벽이 허물어진 점 ▲시간·공간 제약 없이 맞춤형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환경 구축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약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콘텐츠 소비 습관’이 변화했다고 봤다. 이 같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K-콘텐츠 열풍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사업적 기회가 창출됐다는 설명이다.

황 팀장은 “다양한 소재와 색다른 이야기를 빠르게 찾아야만 한다는 점이 현재 변화된 미디어 제작 환경의 특징으로 볼 수 있는데, 웹툰·웹소설을 활용한다면 기획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어 제작사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웹툰·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성공한 사례도 자연스럽게 늘었고, 이 중에서 우수한 국내 창작자들의 경험이 투영된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황 팀장과 진행한 인터뷰의 일문일답.
황재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사업팀 팀장.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Q. 카카오엔터가 확보한 원천 IP를 활용해 제작된 2차 창작물의 대표적 성과를 소개해달라.

윤태호 작가의 ‘이끼’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2010년 제작됐고, 훈작가의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동명의 영화로 2013년 개봉하면서 ‘웹툰의 영상화’가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본다. 2014년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드라마로 제작된 뒤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카카오 플랫폼에서 웹툰이란 콘텐츠를 대중에 알린 작가가 강풀이라면, 영상화 측면에선 훈작가·윤태호 작가의 작품들이 변곡점을 만든 셈이다. 이 외에도 ‘강철비’(2017년),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년), ‘이태원 클라쓰’(2020년), ‘술꾼 도시 여자들’(2021년), ‘무빙’(2023년) 등 숱한 작품들이 카카오 생태계 안에서 새로운 옷을 입었다.

Q. 카카오엔터는 왜 웹툰 IP 활용 분야에 뛰어들었나.

카카오엔터의 다양한 사업 요인 중 특히 중요한 점은 확장이다. 플랫폼 유입은 물론 IP 활용 측면도 주요 매출원이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화 ‘강철비’ 공개와 마블의 ‘어벤져스’ 국내 상영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2018년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대중적 콘텐츠의 사업적 힘을 경험했다. 이때 콘텐츠를 통한 플랫폼 유입과 원작 매출 상승을 구조를 다시 한번 학습했다. 이런 경험은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대한 투자를 신속하게 결정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는 웹소설·웹툰 IP 판매의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느낀 시간이기도 하다. 당시엔 시장이 막 태동할 때라 사업 전개가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은 IP를 활용하는 방법을 시스템적으로 찾는 구조가 안착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콘텐츠의 성패를 결정짓는 ‘팬덤 형성’에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IP 자체에 팬덤이 생긴다면, 이를 활용한 2차 창작물 역시 비교적 쉽게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Q. 2차 창작물 제작이 결정되는 원작들은 어떤 특징을 지니는가.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누가 봐도 톱티어’와 ‘이런 얘기가 필요했어’로 정리할 수 있겠다. 국내외 협력 기업이 콘텐츠를 제작하기 전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해당 IP의 매출 순위’다. 참여한 작가가 누구인지도 많이 묻는 지점이다. 형성된 팬덤이 얼마나 되는 지가 2차 창작물 제작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슈퍼 IP’만이 정답이 아니다. 영상 콘텐츠는 유통 채널의 특성이나 연출·배우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인기를 끈 웹툰 작품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소재’라면 제작이 빠르게 결정되기도 한다.

Q. ‘콘텐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카카오엔터만의 노하우는 무엇인가.

우수한 창작자의 손을 거치더라도 성공 여부를 미리 알 수 없다는 점이 콘텐츠의 본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콘텐츠별로 성공한 요인이 모두 다르기도 하다. 그렇지만 카카오엔터 나름의 노하우를 꼽자면 ‘창작자에 대한 존중’을 최우선으로 둔다는 점이다. 창작자는 원작자뿐 아니라 2차 창작물로 가공하는 이들도 포함한다. 존중과 교류를 통해 좋은 작품으로 탄생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있다. 또 IP 판매 시스템도 차별화 지점이다. 창작자 집단에 지금까지 확보한 IP의 우수성을 지속 소개하고 있다는 점도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Q. 웹툰·웹소설-영상-음악 등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가치 사슬’ 구축도 카카오엔터의 장점이다. IP 활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가.

물론이다. 콘텐츠 사업의 다각도 진행이 이야기 다양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특히 긍정적이다. 영상·음원 분야에서 개발하는 IP와 스토리 영역에서 발굴한 IP는 분명 결이 다르다. 그래서 협업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시너지가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사내 맞선’이다. 해화 작가가 쓴 웹소설이 웹툰으로 재탄생한 게 시작이다. 해당 작품은 카카오엔터 자회사 크로스픽쳐스를 통해 드라마로 제작됐다. 카카오엔터 산하 레이블이 드라마 OST를 만들기도 했다. 2022년 2월부터 4월까지 SBS에서 12부작으로 방영될 때 최고 시청률 11.6%를 찍었고, 넷플릭스를 타고 세계적 인기를 누린 바 있다. 드라마의 인기는 웹툰 역주행으로도 이어졌다. 방영 당시 한국은 물론 태국·대만·인도네시아·미국 등에서 거래액·열람자 등의 지표 1위를 기록했다.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 역량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만들어 낸 성과다.
드라마 ‘사내 맞선’의 한 장면(왼쪽)과 이를 웹툰 그림체로 바꾼 이미지. [제공 카카오엔터테인먼트]

Q. 웹툰·웹소설의 글로벌 진출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현지에서 발굴된 작품이 영상으로 제작된 사례는 없나.

웹툰을 세계 각국에 알리는 과정에서 언어는 물론 종교·인종 등 지역적 특색을 고려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한국 웹툰이 현지에서 인기를 누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접근은 ‘이태원 클라쓰’의 일본 버전인 ‘롯폰기 클라쓰’ 제작과 같은 사례를 만든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북미 플랫폼 타파스에서 연재된 현지 웹툰 ‘끝이 아닌 시작’은 한국으로 역수출되기도 했다. 현지에서 발굴된 웹툰·웹소설의 2차 창작물 제작도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곧 성과가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다.

Q. 2차 창작물을 통한 수익, 원작자와는 어떻게 나누고 있나.

영상 판권을 판매할 때 ‘러닝 게런티’ 항목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상화 성공에 따라 원작자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업계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자부한다. 러닝 게런티는 ‘김 비서가 왜 그럴까’부터 적용해 왔다.

Q. 원천 IP의 가치만 두고 본다면 한국보다 ‘만화 강국’ 일본이 더 큰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IP를 활용한 실사화 영상 부분에선 성과가 극명하게 갈린다. 왜 이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는가.

시장구조가 원인이지 않을까 한다. 넷플릭스·아마존 등 글로벌 OTT가 일본에 진출해 있지만, 점유율이 국내만큼 높지 않다. 일본은 또 방송·광고·DVD·굿즈(MD)·공연 등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다. 1억2000만명이 넘는 인구도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콘텐츠 제작비가 이례적으로 높은 경우를 제외하곤 자국 시장 내에서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는 경우가 다르다. 콘텐츠 수출이 아니면 제작비 충당이 어렵다. 글로벌 OTT 진출로 제작비가 가파르게 상승한 상황에서 지상파·종편·케이블 편성료는 턱없이 부족하다. 글로벌 OTT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선 새로운 이야기와 높은 품질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국내 콘텐츠 성공의 이면엔 OTT 입성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은 작품들이 있다.

Q. 현재 공을 들이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향후 계획도 궁금하다.

최근에는 ‘힘쎈여자 황금주’나 ‘킹더랜드’ 제작에 공을 들였다. 두 작품은 웹툰에서 드라마로, 혹은 드라마에서 웹툰으로 IP를 확장하는 일반적인 사례와 다르다. 하나의 IP를 드라마와 웹툰을 동시에 공개하는 접근법을 취했다. 이처럼 IP 사업을 다각화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이세계 아이돌’처럼 원작에 대한 팬덤 형성이 또 다른 사업 확장을 견인하는 사례를 더 많이 발굴하기 위한 사업적 시도도 추진 중이다.
황재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사업팀 팀장.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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