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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현장 대응능력이 ‘성과’ 결정한다 [신경수의 조직문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판단력과 책임감 발휘하는 ‘현장력’
고객 응대 담당자에 따라 고객 만족도와 구매력에 큰 변화

서울 명동 시내 한 식당 앞에 놓인 가격표 [사진 연합뉴스]
[신경수 SGI지속성장연구소장] 최근 새로 문을 연 식당을 찾았다. 고급스러운 외관과 깔끔하게 정리된 내부가 마음에 들었다. 개점 기념으로 받은 고급 우산에도 마음을 빼앗겼다. 식사도 맛있고, 가격도 저렴해 대기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은 점차 늘었다. 이 식당은 손님들로 날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여느 날처럼 식당 앞에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다가 자리에 앉았다. 자리는 계산대 바로 옆자리라 입구와 가까웠다. 우연히 앉게 된 이 자리에서 진귀한 장면을 여럿 목격했다. 하나는 세대별로 계산 방법이 다르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현장 직원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식사를 마친 후 계산서를 들고 온 사람들은 모두 같은 행동을 했다. 젊은 세대는 자기가 먹은 음식을 각자 계산하는 이른바 더치페이가 익숙했다. 하지만 나이가 있는 장년층은 누군가 나서서 “오늘은 내가 쏜다!”는 손님이 많았다. 세대에 따라 계산 방법이나 문화가 다르다는 점을 여실히 확인했다.

손님들의 계산 방법을 살펴보다 흥미로운 사건도 발생했다. 이미 계산했으니 나가라는 식당 직원과 자신은 계산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손님이 논쟁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 상황이 더 빈번히 일어나는데, 거꾸로 된 상황이라 눈길이 갔다. 계산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손님과 이미 계산했으니 빨리 나가라는 직원의 실랑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상하게 보이는 쪽은 식당 직원이었다. 내막을 모르는 상황이라도, 계산대 앞에 선 두 남자가 계산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 직원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식당 직원은 손님의 주장은 무시하고 “계산이 완료됐다고 처리돼 있으니 빨리 나가라”고 손님의 등을 떠밀었다.

직원의 행동을 보면서 호기심이 일었다. “계산보다 서빙에 더 신경이 가서 저러는 것인가?”라고 생각해,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이 생각은 곧 현실이 됐다. 손님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직원이 “실수로 ○○번 테이블을 계산 완료 처리했다”며 “손님들은 벌써 나간 듯 보이지 않는다”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판단력과 책임감이 현장력 만들어”

또 다른 일화다. “김○○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늦은 시간에 오셨네요.”, “박○○ 회원님, 오늘은 사모님이 어디 가신 모양이에요. 항상 같이 오셨는데, 혼자인 모습은 처음이네요.”, “임○○ 회원님, 골프 가방을 바꿨네요. 가지고 있던 것은 검은색이었지요? 오늘 가져온 하얀 가방이 훨씬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평소 자주 방문하는 골프연습장에서 일하는 직원의 행동을 글로 옮겨봤다. 이 직원은 손님들을 친절하게 응대한다. 친절을 넘어 회원 개개인의 특징을 관찰하고 대화를 끌어내는 재주도 대단하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체를 운영했다면, 이적료를 주고서라도 스카우트하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유능했다.

이 직원의 대응능력은 골프연습장이 가장 붐비는 주말 오후에 빛을 발한다. 골프연습장 주변에는 야외연습장이 여럿 있어 대기시간이 1시간 이상 길어지면 손님들은 바로 다른 골프연습장을 찾아 떠난다. 그동안 다른 직원들은 손님들이 대기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자리를 옮기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내버려 뒀다. 손님이 골프연습장을 이용하거나 이용하지 않거나 받는 월급은 같으니 구태여 아쉬운 소리를 하며 붙잡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직원은 달랐다.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지만,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음료를 주고 “지루하죠? 이거라도 보면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며 다양한 종류의 읽을거리를 안겨줬다. “지금은 한참 기다려야 하니 저녁에 오면 서비스로 30분을 더 넣어 드릴게요”라며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 직원은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사장의 가족도, 지인도 아니다.

두 개의 일화는 직접 경험한 이야기다. 두 직원의 서로 다른 행동을 돌이켜보면, 인사관리(HR) 현장에서 강조한 현장 대응능력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현장 대응능력은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할 수 없다. 둘 다 시급제로 급여를 받는 계약직 직원이었다. 하지만 현장 대응능력은 달랐다.

현장 대응능력은 고객을 만나는 최일선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판단력과 책임감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와 관련한 문제다.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빠르게 판단하고, 자기가 맡은 직무에 얼마나 책임감을 느끼냐는 것과 관련돼 있다는 뜻이다. 이를 묶어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현장력’(現場力)이라고 부른다.

“고객 만나는 직원 중요…기업 형태 상관없어”

균형성과표(Balanced Scorecard·BSC)로 유명한 미국 하버드대의 로버트 카플란 교수에 따르면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담당자가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고객의 만족도와 구매력에 큰 변화가 생긴다. 그는 현장 담당자의 초기 대응을 10으로 봤을 때, 이 숫자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1씩 올라갈 때마다 고객의 관심과 우호는 1.5배의 속도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에 따르면 수치가 1씩 변화할 때마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매력도 1.2배 높아졌다.

초기 대응이 엉성하면 고객의 구매력은 떨어졌다. 이 수치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1씩 내려갔을 때, 고객이 상품에 보이는 관심과 흥미는 1.5배 줄어들었다. 구매력도 같은 기준에서 1.2배 감소했다.

로버트 카플란 교수의 연구 결과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경영학을 전통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에서만 현장 대응능력이 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나온 자료와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현장 담당자의 응대는 기업의 형태나 사업과 상관없이 중요하며,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와 관련해 요즘 기업들은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해도 직원들의 판단력을 길러주는 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다.

개인의 일을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대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제로’(0)다. SNS는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쳤으며,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첫인상을 만드는 도구가 됐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느냐가 기업 성장의 관건인 이유다. 기업과 고객이 만나는 접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현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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