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마케팅’ 시대는 끝났다…NFT, 기업 성장 마중물인 이유는
[갈림길 놓인 NFT] ③
유틸리티 NFT, SK플래닛·현대카드 등 국내서도 활용 늘어
기존 사업 성장 한계 NFT로 돌파…높은 수익성 기대 가능
[임소영 쟁글 웹3 자문사업 리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이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NFT)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이더리움 NFT 거래량이 2021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론 최근 가상자산 강세장에 힘입어 NFT 주간 판매량이 10월 초부터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그러나 이전 영광을 생각하면 NFT 시장의 회복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근래 자주 보이는 기사 제목처럼 ‘NFT는 죽은 것’일까. 오히려 일부 기업들은 NFT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데, 이런 기업들의 접근 방식은 유효하지 않은 것일까.
필자가 보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다. 필자는 쟁글에서 웹3 자문팀을 이끌며 전통 기업들의 웹3 도입(어돕션)을 돕고 있다. 어려운 시장 상황과 대중의 저조한 관심 속에서 국내외 선두 기업들은 웹3 도입을 위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음을 놀라울 정도로 매일 확인하곤 한다.
오히려 이 시기를 웹3 역량 개발 및 전략 수립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의미 있게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현재 웹3를 고민하는 기업들은 머지않아 도래할 새로운 강세장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빠르게 앞서 나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셈이다.
기업의 ‘웹3 시작점’ 된 NFT, ‘유틸리티’가 핵심
특히 최근 1년 동안의 자문 프로젝트들을 돌이켜 보면, 웹3를 막 도입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규제에서 자유롭고 고객에게 효용을 제공하기 쉬운 NFT를 시작점으로 삼고 있다. 소유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거나 특정 서비스 이용 권한을 제공하는 수단으로써 NFT의 활용성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NFT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의 사례로 늘 거론되는 건 단연 나이키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나이키는 아디다스·구찌·티파니 등의 다른 글로벌 브랜드 대비 월등히 높은 NFT 매출과 거래량을 보여주고 있다. 약세장에서도 나이키가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바로 NFT를 통해 ‘유틸리티’(활용성)라는 실제적인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나이키 사례가 시사하는 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NFT 초기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PFP(Picture for Profile·프로필 사진) 프로젝트들은 하락장에서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결과적으로 대중에게 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듯하다.
이와 달리 유틸리티 NFT는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다양한 형태로 사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틸리티 NFT는 특정 혜택에 대한 권리를 증명하고 소속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전통의 멤버십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NFT를 활용해 기존 방식에서 진화된 멤버십 프로그램을 출시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2월 고객 참여형 NFT 멤버십인 ‘스타벅스 오디세이’를 출시했고, 올해 6월 SK플래닛은 고객이 캐릭터 ‘래키’에 ‘TEM NFT’라는 아이템을 장착해 필요에 따라 혜택을 선택·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다이나믹 멤버십 ‘로드 투 리치’를 선보였다. 불법 암표 근절을 위해 티켓 전량을 NFT로 발행한 ‘2023 현대카드 다빈치 모텔’ 역시 의미 있는 유틸리티 NFT의 활용 사례라고 할 수 있다.
NFT로 성장의 한계 돌파하자
단편적인 마케팅 효과 또는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 단순히 NFT를 발행하는 시기는 지났다. 기업들은 고민의 시작점을 단순히 ‘웹3 또는 NFT 사업을 하겠다’로 삼아서는 안된다. 오히려 기업들은 무엇을 기반으로 성장해왔고, 어떤 한계에 부딪혀서 더 이상의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이키는 지난 2019년 ERC-721과 ERC-1155, 즉 NFT 기술을 활용해 정품을 인증하고 소유권을 기록하는 ‘크립토킥스’ 특허를 출원했다. 2010년대 중반 리셀(되팔기) 시장과 짝퉁 문제로 충성 고객을 잃거나 브랜드 가치를 보존하지 못해 사업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던 나이키가 웹3 기술에서 해결의 열쇠를 찾은 것이다. 2021년 알티팩트(RTFKT) 인수 역시 흩어져 있던 마니아들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결집시키고 충성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자 했던 노력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기업들이 NFT를 도입하는 데 비용 투자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고민의 출발점을 기존 사업 성장의 한계로부터 시작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매출과 수익의 증대를 모두 기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기존에 잘하던 것을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해답을 웹3와 NFT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블록체인 기술의 상호운용성, 생태계의 확장과 융합 측면에서 새로운 사업거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다.
임소영 리드는_온체인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 쟁글에서 웹3 자문팀을 이끌고 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해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2년 근무했다. 2018년부터는 SK주식회사의 블록체인 플랫폼 그룹에 합류해 NFT, 토큰증권발행(STO)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다양한 그룹사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촉진했다. 대기업에서의 경험을 살려 2022년부터는 쟁글에서 국내 전통 대기업들의 웹3 도입을 돕기 위한 자문을 담당해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8월 이더리움 NFT 거래량이 2021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론 최근 가상자산 강세장에 힘입어 NFT 주간 판매량이 10월 초부터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그러나 이전 영광을 생각하면 NFT 시장의 회복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근래 자주 보이는 기사 제목처럼 ‘NFT는 죽은 것’일까. 오히려 일부 기업들은 NFT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데, 이런 기업들의 접근 방식은 유효하지 않은 것일까.
필자가 보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다. 필자는 쟁글에서 웹3 자문팀을 이끌며 전통 기업들의 웹3 도입(어돕션)을 돕고 있다. 어려운 시장 상황과 대중의 저조한 관심 속에서 국내외 선두 기업들은 웹3 도입을 위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음을 놀라울 정도로 매일 확인하곤 한다.
오히려 이 시기를 웹3 역량 개발 및 전략 수립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의미 있게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현재 웹3를 고민하는 기업들은 머지않아 도래할 새로운 강세장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빠르게 앞서 나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셈이다.
기업의 ‘웹3 시작점’ 된 NFT, ‘유틸리티’가 핵심
특히 최근 1년 동안의 자문 프로젝트들을 돌이켜 보면, 웹3를 막 도입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규제에서 자유롭고 고객에게 효용을 제공하기 쉬운 NFT를 시작점으로 삼고 있다. 소유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거나 특정 서비스 이용 권한을 제공하는 수단으로써 NFT의 활용성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NFT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의 사례로 늘 거론되는 건 단연 나이키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나이키는 아디다스·구찌·티파니 등의 다른 글로벌 브랜드 대비 월등히 높은 NFT 매출과 거래량을 보여주고 있다. 약세장에서도 나이키가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바로 NFT를 통해 ‘유틸리티’(활용성)라는 실제적인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나이키 사례가 시사하는 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NFT 초기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PFP(Picture for Profile·프로필 사진) 프로젝트들은 하락장에서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결과적으로 대중에게 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듯하다.
이와 달리 유틸리티 NFT는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다양한 형태로 사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틸리티 NFT는 특정 혜택에 대한 권리를 증명하고 소속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전통의 멤버십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NFT를 활용해 기존 방식에서 진화된 멤버십 프로그램을 출시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2월 고객 참여형 NFT 멤버십인 ‘스타벅스 오디세이’를 출시했고, 올해 6월 SK플래닛은 고객이 캐릭터 ‘래키’에 ‘TEM NFT’라는 아이템을 장착해 필요에 따라 혜택을 선택·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다이나믹 멤버십 ‘로드 투 리치’를 선보였다. 불법 암표 근절을 위해 티켓 전량을 NFT로 발행한 ‘2023 현대카드 다빈치 모텔’ 역시 의미 있는 유틸리티 NFT의 활용 사례라고 할 수 있다.
NFT로 성장의 한계 돌파하자
단편적인 마케팅 효과 또는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 단순히 NFT를 발행하는 시기는 지났다. 기업들은 고민의 시작점을 단순히 ‘웹3 또는 NFT 사업을 하겠다’로 삼아서는 안된다. 오히려 기업들은 무엇을 기반으로 성장해왔고, 어떤 한계에 부딪혀서 더 이상의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이키는 지난 2019년 ERC-721과 ERC-1155, 즉 NFT 기술을 활용해 정품을 인증하고 소유권을 기록하는 ‘크립토킥스’ 특허를 출원했다. 2010년대 중반 리셀(되팔기) 시장과 짝퉁 문제로 충성 고객을 잃거나 브랜드 가치를 보존하지 못해 사업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던 나이키가 웹3 기술에서 해결의 열쇠를 찾은 것이다. 2021년 알티팩트(RTFKT) 인수 역시 흩어져 있던 마니아들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결집시키고 충성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자 했던 노력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기업들이 NFT를 도입하는 데 비용 투자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고민의 출발점을 기존 사업 성장의 한계로부터 시작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매출과 수익의 증대를 모두 기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기존에 잘하던 것을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해답을 웹3와 NFT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블록체인 기술의 상호운용성, 생태계의 확장과 융합 측면에서 새로운 사업거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다.
임소영 리드는_온체인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 쟁글에서 웹3 자문팀을 이끌고 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해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2년 근무했다. 2018년부터는 SK주식회사의 블록체인 플랫폼 그룹에 합류해 NFT, 토큰증권발행(STO)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다양한 그룹사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촉진했다. 대기업에서의 경험을 살려 2022년부터는 쟁글에서 국내 전통 대기업들의 웹3 도입을 돕기 위한 자문을 담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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