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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올해 판매 1위 ‘세이노의 가르침’ 해외 출판 확정…저자 수익은 모두 기부

대만 출판사 ‘방주’ 통해 현지 출판 확정…러시아 연내 계약 진행
영미권·일본서도 ‘러브콜’…국내서만 출간 8개월 만에 73만부 판매
저자 인세 ‘사랑의 열매’에 전액 전달…“가르치는 데 돈 받지 않는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펜슬프리즘 사무실에 배치된 책 ‘세이노의 가르침’과 자전거 모형. 자전거 모형은 저자 세이노가 수집한 것을 차보현 펜슬프리즘 대표에게 선물로 줬다고 한다. [사진 정두용 기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2023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해외 독자를 만난다. 책 ‘세이노의 가르침’의 대만 출간이 확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는 출판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고, 일본·영미권 출간도 논의 중이다. 저자는 해외 출판을 통해 발생하는 본인 수익을 전부 기부하기로 했다.

11일 데이원에 따르면 책 ‘세이노의 가르침’의 대만 출판이 확정됐다. 현지 출판은 ‘방주문화 출판사’(方舟文化·Walkers Cultural Co., Ltd. Ark Culture Publishing House)에서 진행한다. 초판 발행은 오는 2024년 초 이뤄질 전망이다.

데이원은 펜슬프리즘이 운영 중인 일반서적 출판브랜드로, 지난 3월 2일 책 ‘세이노의 가르침’을 펴냈다. 책 ‘세이노의 가르침’은 초판(1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해 8개월 만에 약 73만부가 팔렸다. 11월 28일엔 35쇄 75만부를 돌파했다. 국내 시장을 양분하는 교보문고·예스24 모두에서 ‘2023년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선정됐다.

데이원과 방주문화는 지난 11월 책 ‘세이노의 가르침’을 대만에서 출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번역 ▲내용 조율 등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대만 번역본의 초판 발행 부수를 약 2000부 수준으로 잡았다. 현지 반응에 따라 추가 출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차보현 펜슬프리즘 대표는 “대만 상황과 맞지 않는 본문 내용을 축소하는 식으로 편집을 진행 중”이라며 “대만에선 원제보단 부제로 사용한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Live thicker than blood)를 제목으로 달아 출간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책 ‘세이노의 가르침’의 러시아 출판 확정도 연내 이뤄질 전망이다. 데이원은 출판 제안이 들어온 복수의 러시아 기업 중 한 곳을 정해 12월 중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차 대표는 “여러 러시아 출판사와 막바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세부 사항 조율 후 조만간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대만·러시아 외에도 영미권·일본 등에서 제안이 들어와 검토 중인데, 추가 해외 출판 계약이 이뤄진다면 2024년 초에 진행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책 ‘세이노의 가르침’을 대만에서 출간하는 방주문화는 ‘독서공화국출판그룹’(讀書共和國出版集團·Book Republic Publishing Group)에 속하는 브랜드다. 2009년에 설립된 후로 한국 출판업계와 많은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경영·자기계발서 등을 주로 출간한다. 한국에서 출판된 ▲나를 위로하는 그림 ▲직장인 99%가 모르는 업을 찾는 비밀 ▲당신은 나의 상처이며 자존심 ▲정신병 나라에서 왔습니다 ▲개미 5년, 세후 55억 ▲주식 시세의 비밀 ▲착한 아이 버리기 등 다수의 책을 대만에서 출간한 바 있다. 독서공화국출판그룹은 방주문화 외에도 약 40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만 최대 출판 기업으로 꼽힌다.

좀처럼 대외에 나서지 않는 ‘세이노’가 모자와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지난 4월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다. [사진 CBS 유튜브 캡처]

해외선 수익 창출 가능…저자 인세는 ‘사랑의 열매’ 전달

책 ‘세이노의 가르침’의 대만판 가격은 500 신대만달러(약 2만원) 안팎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전자책 역시 유료로 판매된다. 700쪽이 넘는 분량을 고려하면 높지 않은 금액이지만, 국내 종이책 가격(7200원)과는 차이가 있다. 전자책은 국내에선 무료로 배포되기도 했다. “가르치는 데 돈을 받지 않는 게 철칙”이라고 밝힌 저자의 신념에 따라 데이원 역시 기대 수익 없이 출판을 시작한 데 따른 가격 책정이다. 저자 역시 집필비·인세 등을 받지 않았다.

책 ‘세이노의 가르침’은 1955년생 1000억원대 자산가가 자수성가를 이루면서 경험한 바를 담은 자기계발서다. 2000년부터 세이노(Say No·현재까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No라고 말하라)란 필명으로 저자가 언론 등에 썼던 글과 최근 생각을 엮어 출간됐다. 책 출간에 앞서 독자들이 그의 글을 자발적으로 모아 제본서 PDF를 제작, 무상으로 배포하기도 했다. 정식 출간된 종이책은 이 때문에 제본서를 출력할 때 발생하는 비용과 비슷한 가격으로 책정됐다. 차 대표는 “초판 3000부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한 권당 100원이 남든가, 100원을 손해 보는 구조로 국내 출간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외 출간은 국내와 같은 조건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700쪽이 넘는 분량을 번역하는 데 따른 비용과 해외 출판사의 현지 시장 분석 등이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데이원 역시 한국판과 달리 현지 판매 성과에 따라 일정 부분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저자 역시 해외 판매에 따른 수익을 받는다. 세이노는 다만 이 수익 모두를 평소 기부금 운영이 투명하다고 여긴 ‘사랑의 열매’에 모두 전달하는 조건으로 해외 출판 계약에 응했다.

출판업계에선 책 ‘세이노의 가르침’의 해외 흥행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최근 K-컬처의 세계적 인기를 고려하면 ‘2023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이란 타이틀만으로도 현지 독자의 초기 시선을 끌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데이원이 마케팅·광고를 전혀 진행하지 않고도 ‘2023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만큼 콘텐츠 검증 역시 마쳐 승산이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차 대표는 책 ‘세이노의 가르침’ 흥행 요인으로 2가지를 꼽았다. 경기 위축에 따라 자기계발서가 주목받은 시대적 상황에 저자의 독창성이 맞물리며 인기를 끌었단 분석이다. 실제로 교보문고가 집계해 지난 4일 발표한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톱10 중 4종이 자기계발서로 나타났다. 종합 100위 안에도 자기계발서는 지난해 12종에서 올해 15종으로 증가했다. 자기계발 분야 관련 책의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20.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차 대표는 “세이노의 글은 본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독창적으로 분석, 이를 근거로 기술됐다. 인용문을 쓰더라도 출처와 본인 생각을 반드시 덧붙였다”며 “일부 독자가 ‘최근 읽은 자기계발서가 세이노의 글을 모티브로 삼아 재구성됐음을 느낀다’고 말할 정도로 설득력이 있다. 20여 년 전부터 세상에 그의 글이 생각이 전달됐음을 고려하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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