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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 출시 임박, 확장현실의 ‘아이폰 모멘트’ 터질까? [한세희 테크&라이프]

450만원 공간 컴퓨팅 기기 ‘애플 비전 프로’ 2월 출시 조짐
초도 물량 50만대 전망…메타버스 시장 ‘아이폰 모멘트’ 기대

애플이 2023년 6월 발표한 ‘공간 컴퓨팅’ 헤드셋 기기 ‘애플 비전 프로’의 사용 모습. [사진 애플]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2024년은 확장현실(XR)의 ‘아이폰 모멘트’가 터지는 해가 될까? 애플이 2023년 6월 발표한 ‘공간 컴퓨팅’ 헤드셋 기기 ‘애플 비전 프로’의 시장 출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애플은 당시 자사 개발자 행사(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비전 프로를 공개하며, 출시일은 ‘내년 초’라고 애매하게만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애플이 1월에서 2월 사이 비전 프로를 출시하기로 했고, 출하 시점을 맞추기 위해 중국의 생산 공장이 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애플 전문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기자를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또 애플이 1월 첫 주에 각 애플스토어 매장에서 직원을 두 명씩 본사로 불러 비전 프로 사용법과 판매 요령 등을 교육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은 일터로 들어가 매장에서 비전 프로 판매를 책임지고, 동료 직원들을 교육하는 역할을 한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준비 중인 비전 프로 앱들을 최종 점검하라고 안내하는 이메일 공지도 보냈다. 아이폰 운영체계(iOS)를 업데이트해 최신 아이폰15 프로 모델로 비전 프로에서 볼 수 있는 공간 컴퓨팅 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모두 비전 프로가 조만간 시장에 선보이리라는 정황들이다. 1월까지 매장에서 준비를 마쳐, 2월에는 미국 내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드디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등을 포괄하는 XR, 혹은 공간 컴퓨팅, 혹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중요한 제품의 조심스러운 출발

비전 프로 출시는 애플에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2015년 애플 워치 출시 이후 거의 8~9년 만에 처음으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제품을 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폰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최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로 성장 속도는 예전 같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면 아이폰 최대 시장인 중국 판매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앱스토어·애플뮤직·애플TV+ 등 서비스 부문의 성장은 고무적이지만, 애플이 본래 하드웨어 기업임을 생각한다면 앱과 서비스의 사용을 더욱 확대할 새로운 소비자 기기를 꾸준히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비전 프로는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등판한다. 애플은 그간 아이폰·아이패드·애플 워치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새로운 스마트 모바일 기기 시장을 만들어 냈다. 스마트폰·태블릿PC·스마트워치 등은 애플 이전에도 많은 기업들이 만들었지만, 모두 애플의 시장 진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대중 시장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성공 스토리를 MR 헤드셋 시장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애플 비전 프로’ 제품 이미지. [사진 애플]

비전 프로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설사 성공하더라도 초기에는 느린 속도로 시장에 확산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변곡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3499달러, 우리 돈 약 450만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이 일단 진입 장벽이 될 것이다. 올해 시장에 풀릴 초도 물량도 약 50만대 정도에 그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비전 프로 생산 물량에 대한 시장의 예측은 그간 지속해서 하락해 왔다. 스크린을 통해 디지털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 속에 사람이 직접 들어간 듯한 ‘공간 컴퓨팅’을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사용자 디자인 측면에서의 모범적 방법론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고, 이런 상황에서 고가의 칩과 디스플레이, 예민한 센서 등을 한데 모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과 판매 등 소비자 접점에서도 준비가 필요하다. 표준적 스펙과 크기에 따라 생산되는 아이폰과 달리 비전 프로는 기기를 머리에 고정하는 접합부 밴드도 사람마다 다른 머리 모양에 맞추어 따로 제공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기가 디지털 공간 안에 완전히 몰입하는 경험을 주기 어렵다.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맞춤 렌즈를 별도 준비해야 한다. 매장에선 이런 점들을 고려해 구매가 결정되는 시점에 고객 맞춤형으로 포장해서 판매해야 하고, 따라서 매장에 보관 공간이 더 필요해질 수도 있다. 비전 프로를 체험하는 방법이나 이를 위한 공간도 기존 제품과 달라져야 할 수 있다.

애플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품 공급이나 체험에 있어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450만원짜리 물건을 사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비전 프로 공급은 초기에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향후 시장 반응에 따라 서서히 확대될 전망이다. 
애플은 ‘애플 비전 프로’ 전용 운영체계(visionOS)를 개발했다. 사진은 애플 비전 프로를 사용했을 때 보이는 화면 예시. [제공 애플]

새로운 디지털 신대륙 상륙의 첫발 될까

VR이나 MR 기기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탐색해 온 기존 테크 업계 역시 애플 비전 프로의 성패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VR 시장에 대한 기대는 업계에서 꾸준히 있었고, 2010년 이후 오큘러스 등을 중심으로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유망 시장’으로 남았다. 

‘메타버스’ 같은 매력적인 키워드가 등장했어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일과 생활, 교육의 전 영역에서 모두가 비대면 서비스를 쓸 수밖에 없던 코로나19 시국을 거치고,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이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며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았음에도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2023년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세계를 집어삼키면서 메타버스는 시장의 관심에서 소외되어 버렸다. 

결국 메타버스, 또는 XR 분야의 ‘아이폰 모멘트’도 애플이 열 것이라는 전망이나 기대가 나오는 상황이다. 애플은 메타버스나 VR이란 용어는 전혀 쓰지 않고,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자리 잡으려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아이폰 및 맥 앱과의 연동을 통한 새로운 업무 경험 ▲몰입감 강한 게임이나 영상 스트리밍 ▲현실감 있는 화상 회의나 영상 통화 등을 애플 비전 프로가 데모로 보여준 바와 같이 실제로 가능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면 관련 업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메타버스라 부르건, 다른 무엇으로 부르던 말이다.

일단 이를 가능하게 할 기술과 시장 수요가 검증된다면, 이후 AI 기술과 결합해 고도화된 아바타 등을 활용한 새로운 디지털 세상의 경험이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올해 풀릴 50만대의 비전 프로가 그 첫 단추가 될지 주목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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