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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도 스며든 ‘기업가정신’…중고교생에게 혁신 인식 일깨워

기업가정신 뜻하는 ‘앙트레프레너’…경제 발전 이끄는 집단 의미에서 나와
“청소년들 변화 속에서 기회 발견하는 태도 가질 수 있어”

지난해 가을 피크닉은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한 ‘회사 만들기: Entrepreneurship’라는 기획 전시를 진행했다. [사진 아산나눔재단]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기업자정신의 영어 표현은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인데, 프랑스어 '앙트레프랑드르'(entreprendre)에 어원을 두고 있다. 해당 단어는 ‘시작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18세기 유럽의 한 경제학자가 경제 발전을 이끄는 집단을 기업가, 즉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로 정의하면서 오늘날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영미권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를 앙트레프레너라고 표현한다.  

기업가의 어원이 된 단어 ‘entreprendre’를 앙트레(entre)와 프랑드르(prendre)로 쪼개어 살펴보면 왜 해당 단어가 기업가정신을 의미하게 되었는지 조금 깊게 짐작해볼 수 있다. entre는 ‘어떤 것들 사이에’의 뜻을 가지고 있고, prendre는 ‘선택하다’는 뜻이다. 두 단어를 결합해 보면 ‘취사 선택하다’라는 정도의 의미가 된다. 

이것은 부족한 프랑스어 실력을 가진 나의 자의적인 해석일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단어는 ‘시작’에 더해 모험과 도전의 의미도 내재하고 있기에, 새로움과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정신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알맞은 단어라 생각한다. 

기업가정신 교육의 대중화 노력 이어져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스타트업이 의미있는 경제 주체로 등극하면서 ‘기업가정신’이라는 단어도 함께 대중화되고 있다. 경제 생태계에서 스타트업은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혁신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동시에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국내 기업들의 경직된 조직 문화의 변화를 유인하는 촉매 역할도 한다. 

스타트업의 특징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집단은 그들의 가치를 알아본 대기업들이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표방하는 기업들은 스타트업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내재화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본질은 대외적 협업 관계를 넘어 다양한 혁신 자원을 외부로부터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스타트업과 기업의 관계는 이전보다 더 밀접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기업가정신을 기업의 특성에 맞게 재해석하고 실현하는 ‘인트라프레너십(intrapreneurship)’이라는 개념도 주목 받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교육 영역에도 스며들고 있다. 많은 수의 대학들이 기업가정신을 교양 필수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대학들이 융복합 학제를 추구하면서 이런 추세는 뚜렷해질 것이다. 

대학 이외의 교육 기관에서도 기업가정신 교육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창업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창업 경진 대회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고, 그 보다 낮은 연령대의 참가자나 참석자도 종종 볼 수 있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청소년들의 수요가 늘어가면서 일선 중고등학교 선생님들도 기업가정신을 학습하고 가르치려 한다.  

기업가정신교육 및 문제해결교육 전문 회사를 운영하는 조대범 플래니(PlanE) 대표는 기업가정신교육의 장점으로 “청소년들은 변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변화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려는 태도를 갖추게 된다. 그리고 그 기회를 경제적 가치, 사회적 가치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 출신 창업자인 그는 학교의 선생님들에게도 기업가정신을 교육하고 이를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사회적인 관심사를 반영하는 전시영역에서도 기업가정신이 화두로 등장했다. 작년 가을에 선보인 피크닉(piknic)의 ‘회사 만들기: Entrepreneurship’는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한 기획 전시다. 해당 전시는 창업가의 기업가정신을 보여주는 동시에 개인의 주체성을 기업의 특성 안에서 해석하면서 해당 주제를 예술·문화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 

공식 후원 기관 아산나눔재단 소속으로 전시를 준비한 이영빈 기업가정신팀 팀장은 “창업가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도전하고 모험하는데 필요한 자질과 태도로 기업가정신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 전시의 취지라 설명했다. 

한국형 기업가정신의 대명사는?

창업 선도국은 단연 미국이다. 이민자의 개척 정신으로 시작한 건국의 역사를 가진 그들에게 기업가정신은 일상의 일부이다. 그들에게 스타트업은 경제주체이자 문화주체일 것이다.  

다른 역사를 가진 국가들도 그들의 방식으로 기업가정신을 만들어 가꾸고 있다. 이스라엘의 기업가정신은 ‘후츠파’(chutzpah)로 대표된다. 히브리어로 ‘뻔뻔함’을 의미하는 후츠파는 그들의 창업생태계에서 담대하고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으로 재해석되었다. 중국의 기술 발전은 ‘산적’ 혹은 ‘산성’을 의미하는 ‘산자이’(Shanzhai)와 함께 했다. 한때 산자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기술을 모방하는 소위 짝퉁 제작 문화의 대명사였지만 이제는 중국이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었던 힘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이외에도 극악한 환경 속에서 기발한 대안을 찾아내는 문화를 의미하는 인도의 ‘주가드(Jugaad)’, 미국 실리콘 밸리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유럽에 빠르게 복제하고 소개한 독일 IT기업들을 지칭하는 ‘클론 팩토리(clone factory)’ 등 각국의 기업가정신에는 그들만의 시장 환경과 민족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한국의 기업가정신의 대명사는 무엇이 있을까. 글로벌 무대에서 창업 선도국으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우리의 창업생태계를 대변하는 단어는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새해에는 한국의 기업가정신과 가치를 아우르는 대명사가 나타나기를무엇인가를 기대해본다.  

플래니가 진행했던 기업가정신 교육. [사진 플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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