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의 OTT 정책에 대한 소고
[한국 OTT의 위기]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제언
OTT 중심의 韓 미디어 산업, 미국·유럽과 동등한 수준으로 성장
규제 위주 방송 정책에서 진흥 중심으로 변화…운영 효율성 ‘숙제’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국내외 미디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디어 산업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방송과 영화 제작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콘텐츠 기획부터 이용자에게 도달하는 순간까지 미디어 공급망의 모든 지점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한국의 미디어 산업이 미국이나 유럽과 동등한 수준의 투자와 성과를 보인다.
자본 규모와 투자, 그리고 투자자의 태도가 OTT 시장의 성과를 결정했다. 넷플릭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계적으로 유력한 OTT 사업자 중 하나인 동시에 국내에 매년 8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가장 큰 콘텐츠 제작사이자 투자자다. 이러한 성과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이 있지만, 최소한 미디어 산업이 고도화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OTT를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산업이 반도체와 같이 자본적이며 문화적 수출 주력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를 기반으로 OTT 서비스의 확장과 함께 ▲영상물 등급 ▲세제 지원 ▲저작권 이슈 등 다양한 정책적 변화를 촉진해 왔다. 이로써 기존 규제 중심의 방송 정책에서 진흥 중심으로의 정책 변화가 이뤄지며 확장됐다. 특히, 2023년은 이러한 변화의 시작점으로 기록됐다.
“영상물 자율 등급제, 신고제 전환 필요”
OTT 정책은 2023년 한 해 많은 변화를 이뤘다. 긍정적인 효과 창출이 기대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하는 지점도 산적하다.
첫째, 영상물 자율 등급제의 도입이 있다. 사업자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자율등급 분류사업자로 지정받으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제한관람가’를 제외한 나머지 상영 등급을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분류해 결정할 수 있는 제도이다.
영상물 자율 등급제 도입은 빠른 기간에 콘텐츠를 적절하게 제공하고 마케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제도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자체 등급 분류사업자를 정부가 심의해 지정하는 부분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규제의 영역을 자율규제 형태로 대담하게 변화시키고 도입한 측면은 분명 유의미한 정부의 정책으로 평가될 것이다. 이 제도의 도입은 사업자의 자율성을 신뢰하고 시장의 질서를 자율적으로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제는 이 제도의 성숙도를 평가해 신고제 등으로 전환, 더욱 사업자와 정부가 함께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전략이 필요하다.
“콘텐츠 제작 세액공제, 지역 확대 필요”
둘째, 현재 미디어 산업의 재정 지원 정책 중 가장 효과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콘텐츠 제작 세액공제이다. 영화 ‘기생충’이나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같은 작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한류 열풍을 크게 확산시켰다. 이에 따라 국내 콘텐츠가 화장품·음식·가전 등 한류 밀접 품목의 수출을 촉진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은 고숙련 노동 집약적인 산업으로 발전함에 따라 다른 산업에 비해 효과가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한국은 2016년에 조세특례법을 개정해 영상 콘텐츠 제작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공제됐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 등 콘텐츠 선진 국가들이 최소 20~30%까지 공제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액 공제 제도는 영상 콘텐츠에 투자하려는 제작사·투자자·자본가에게 일정 수준의 투자 수익률을 확정해 주는 효과가 있다. 높은 수준의 투자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다양한 연구와 설문 조사에서 투자자들은 세액 공제를 받으면 해당 규모에서 대부분 재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액 공제액 총액과 같은 수준으로 영상 콘텐츠 제작을 직접 지원한다고 가정했을 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주체가 한정돼 지원금을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이 제도는 간접투자로 요건만 맞춰지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광범위한 지원제도이다. 다양한 형태로 지원에 대한 활용이 가능하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이러한 장점을 받아들여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를 ▲대기업 5% ▲중견기업 10% ▲중소기업 15%로 각각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제작 비용의 10%(중소기업은 15%)에 상당하는 금액을 추가 공제하는 내용으로 국회에서 통과됐다. 다른 국가에 비해 다소 부족하지만, 진전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올해는 지역 채널과 지역 민방 등 지역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자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저작권 이슈, 제도 도입은 신중히”
셋째, 저작권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가 존재했다. 특히 ‘추가 보상권’ 제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영상 창작자 단체들은 영상저작물을 상영할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창작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통과를 지속해서 촉구하고 있다.
개정안이 발의된 지 상당 시간이 흘렀지만, 국회 내에서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창작자 관련 단체에서는 저작권을 양도한 영상 창작자가 영상물의 최종 공급자에게서 수익에 비례해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독이나 작가가 제작사나 플랫폼과 별도의 계약이 없더라도 수익에 비례해서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상 창작자들은 이 제도가 OTT 산업 시대에 영상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물인 ‘오징어 게임’ 성공의 성과가 창작자가 아닌 플랫폼으로 집중된다는 주장이 대두되면서 지속해서 논의되고 있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오히려 콘텐츠에 대한 수익성 저하와 불확실성이 증가해 투자가 위축, 국내 미디어 산업 경쟁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이해관계자 간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의견이다. 당사자 간 맺은 계약과 관계없이 무조건 적인 초과 수익을 보상해야 한다는 것은 기존 저작권 관련 시장의 혼란만 부추긴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창작자는 투자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이런 제도에 대한 도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1년간 이뤄진 OTT 정책 변화를 평가하면서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OTT 콘텐츠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진흥 정책이 중심이었다면, 플랫폼 산업에 대해서는 규제가 좀 더 강조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2024년에는 OTT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펀드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 규모는 다소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세액공제의 범위를 콘텐츠 수급 전반으로 폭넓게 인정해 글로벌 OTT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앞선 OTT 관련 진흥 정책들이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해서 지속돼야 한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_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다. 미디어·ESG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하는 오픈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 ESG경영센터 전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미디어 산업의 사회·경제 효과 연구를 다수 진행했고, 정책 관련 각종 연구반과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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