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예요] 라면 팔아 1조 매출…‘집안 살린 며느리’ 김정수 삼양 부회장의 ‘명품 경영룩’
며느리가 이끄는 삼양식품…‘불닭’ 품고 매출 1조 돌파
50대 대표 여성 CEO…경영능력 만큼 올드머니룩 화제
셀린느·디올 재킷 착용, 톤다운 컬러로 세련된 CEO룩
[KLOUT 김설아 에디터] 재벌가의 오너2세보다 더 주목받는 며느리. ‘한국의 라면원조’라 불리는 삼양라운드스퀘어(구 삼양식품그룹)의 김정수 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부회장은 라면업계에서 내리막길을 걷던 삼양식품을 ‘불닭볶음면’으로 일으킨 주역이다. 최근 그녀의 성공 스토리와 함께 올드머니룩을 연상케 하는 패션 스타일도 화제다. 김 부회장은 50대 여성 CEO를 대표하는 경영인으로, 평소 절제된 색상과 고급스러운 소재로 세련된 CEO룩을 선보이고 있다.
66조 시장 뒤흔든 그녀…매출 1조원 시대 열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월 초 김 부회장의 불닭볶음면 성공 스토리를 주요하게 다뤘다. WSJ는 김 부회장의 스토리를 상세히 조명한 기사에서 그녀를 두고 “드라마 한 페이지를 찢고 나온 듯 하다. 전업주부였던 대기업 며느리가 망할 뻔한 회사를 살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500억달러(약 66조원)의 인스턴트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김 부회장이 불닭볶음면을 시장에 처음 내놓을 때만 해도 업계 관계자들은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호기심에 한 번은 사먹겠지만 평소에 자주 먹긴 어려워 재구매율이 낮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현재 불닭볶음면은 국내를 넘어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지난 2016년 3590억원에 머물던 삼양식품 매출은 불닭볶음면의 인기와 함께 날로 성장해 지난해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1929억원, 영업이익은 146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자연스레 그녀의 공식 행보도 많아지고 있다. 김 부회장의 경영능력과 더불어 주목해 봐야할 것은 그녀의 스타일링이다. ‘옷차림도 전략이다’라는 한 의류 브랜드의 슬로건처럼 그녀는 기업 이미지에 걸맞은 옷차림을 추구하며 패션을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9월 ‘삼양라면 60주년’을 맞아 열린 비전선포식에서 그녀는 베이지 와이드 팬츠에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를 매치해 캐주얼하면서도 감각적인 룩을 연출했다. 전형적인 CEO룩인 블랙계열의 포멀한 정장룩을 탈피하면서 새로운 사명을 알리고 ‘새출발’, ‘미래지향적’, ‘세계화’라는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했다는 평가다.
품격·신뢰 패션 키워드…구두보다 스니커즈 즐겨 신어
김 부회장의 평소 패션 키워드는 품격, 신뢰, 안정감이 꼽힌다. 블랙과 화이트 다크 그린 등 튀지 않고 안정적인 컬러감을 선호하는 편이다. 대외용 사진에서 그녀는 블랙 팬츠에 셀린느 트위드 재킷을 매치했다. 해당 재킷은 현재 품절 상태로 약 390만원대의 가격에 판매됐다.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9회 무역의 날’ 기념식과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전쟁 지진 피해 지역에 전달하는 라면 기부식에서는 같은 옷을 착용했는데 바로 디올의 하운드 크롭 재킷으로, 이 제품의 매장가는 약 570만원이다.
평소 현장경영을 지향하는 김 부회장은 굽이 있는 구두 보다는 스니커즈나 운동화를 더 많이 신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과거 캐주얼한 복장으로 지방 영업점과 물류센터를 방문했을 때 신은 신발은 구찌의 와펜 슬립온으로 2015년 SS제품이다.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K-Food 페스티벌’에서는 핑크색 수트에 샤넬 로퍼를 매치해 깔끔하면서도 럭셔리한 룩을 완성했다.
패션업계에서도 김 부회장의 감각이 패션과 경영에 두루 잘 활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그녀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고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장남인 전인장 전 회장과 결혼해 전업주부의 삶을 살아 왔다. 살림만 하던 그녀의 탁월한 감각을 알아본 건 전 전 명예회장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김 부회장은 시아버지 권유로 이듬해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을 도왔다.
스스로 경영과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지만 김 부회장은 시아버지와 사업 문제를 두고 자주 대화를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라면의 필수 재료인 대파와 팜유를 저렴하게 납품받기 위해 직접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지를 찾았을 정도로 열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재계에서는 그녀의 남다른 감각과 열정이 별다른 신제품 없이 경쟁사에 밀려 추락하던 삼양家를 일으켜 세웠다고 보고 있다. 기업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코스피가 19% 상승하는 동안 삼양식품 주가는 70% 뛰었다. 불닭볶음면 히트와 함께 제2 삼양신화를 쓰고 있는 K-며느리, 그녀의 행보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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