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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와 스포츠 ‘필연적 만남’…경쟁력·차별화 노린다

[OTT 시장, 스포츠가 뜬다]③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기고
대형 스포츠 리그 품는 OTT…남성 이용자 확보에 강점
“새 성장 동력으로 부상…산업 지형 변화 선도 역할 기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국내·외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스포츠 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티빙·쿠팡플레이 등 국내서 서비스하는 플랫폼은 물론이고, 아마존 프라임·DAZN·ESPN+ 등 해외 플랫폼도 다큐멘터리·예능 등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스포츠 경기 생중계를 주력 서비스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단순히 드라마와 영화 등 기존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스포츠 콘텐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OTT 플랫폼이 스포츠 콘텐츠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스포츠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실시간 참여와 높은 재방문율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플랫폼 입장에서는 큰 매력을 갖는다. 경기는 정해진 일정에 맞춰 진행된다.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함께 호흡하며 경기에 몰입하게 된다. 또한 단순히 결과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 전후 선수들의 인터뷰나 현장 분위기 등 다양한 관련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크다. 이는 플랫폼 내에서 시청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종국에는 구독 유지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투자 대비 높은 효율성 ‘장점’

주목할 점은 스포츠 콘텐츠가 특히 OTT 플랫폼의 남성 구독자 확대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드라마나 예능 등 여성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장르에 비해, 스포츠 콘텐츠는 남성들의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스포츠 경기나 관련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남성 구독자들을 공략함으로써 플랫폼 내 구독자 저변을 넓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도 스포츠 장르가 갖는 ‘투자 대비 효율성’은 플랫폼 입장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인 드라마나 영화 등은 대본 개발부터 캐스팅·세트 제작·촬영·후반 작업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많은 제작비와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반면 스포츠 콘텐츠의 경우 정해진 일정에 열리는 경기를 중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도 장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

인기 스포츠 대회나 리그의 중계권 계약에는 적지 않은 초기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도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계약 기간 내 지속해서 경기 실황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기 관련 하이라이트 ▲선수 개인 채널 ▲쇼트 클립 등 다양한 파생 콘텐츠들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투자 효율성은 높은 편이다.

중계와 더불어 경기 전후 전문적인 분석과 토크 콘텐츠를 제공할 수도 있다.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해당 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이해도와 몰입도를 높이는 것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이는 단순히 경기 자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의 재미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구독자들을 플랫폼 내에 더욱 오래 머물게 하는 효과가 있다.

나아가 OTT 플랫폼들은 독점 스포츠 콘텐츠 확보를 통해 타사 대비 차별화를 꾀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도 활용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등이 장악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글로벌 OTT, 스포츠에 빠지다

실제로 아마존 프라임은 내셔널 풋볼 리그(NFL·미국 프로 미식축구 리그)와 프리미어리그(EPL·잉글랜드 프로 축구 최상위 리그) 등 북미·유럽 최고 인기 스포츠 리그의 경기 독점 생중계권을 다수 확보해 타 플랫폼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단순히 경기 중계에만 그치지 않고 멀티앵글 카메라워크와 전문 해설, 그리고 다양한 그래픽 등을 가미해 기존 중계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몰입감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구독자 유치로 직결되는 동시에 ‘스포츠는 곧 프라임 비디오’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유사한 행보는 유럽의 스포츠 전문 OTT ‘DAZN’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출범 초기부터 축구·농구·야구·격투기 등 인기 종목들의 주요 대회 경기를 대거 편성했을 뿐 아니라, 관련 다큐멘터리와 예능을 자체 제작해 내놓으며 스포츠 팬들의 구미를 사로잡고 있다. 그 결과 서비스 론칭 10년 만에 전 세계 200개국 이상에서 구독자 수 1500만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의 ESPN+도 종합격투기 단체 ‘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UFC)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관련 경기 독점 생중계로 단기간에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UFC에 특화된 오리지널 시리즈나 파이트 위크 등 다채로운 콘텐츠로 무장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스포츠 콘텐츠를 앞세운 플랫폼들의 약진은 비단 북미와 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시아·남미 등 신흥 OTT 시장에서도 스포츠 콘텐츠를 활용한 차별화 전략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인도 ‘핫스타’(Hotstar)는 자국 내 절대적 인기 스포츠인 크리켓 중계권을 독점하며 사업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영화·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장르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중국의 ‘PPTV’ 역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독점 중계를 필두로 주요 축구대회와 프로 농구·배구 경기 등을 대거 편성하며 현지 스포츠 팬들을 공략했다. 자체 제작한 스포츠 예능과 관련 커머스 사업 등을 연계해 종합 플랫폼으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홍콩 ‘Viu’ ▲말레이시아 ‘Astro’ ▲싱가포르 ‘SingTel’ 등의 인터넷(IP)TV나 다른 서비스와 융합한 OTT 플랫폼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EPL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인기 유럽 축구 리그는 물론 현지 프로리그까지 망라하며 스포츠 팬들을 유입하는 데 주력하는 상황이다. 일부 플랫폼들은 독점 중계권을 활용해 ‘번들링’(Bundling·두 개 이상의 다른 제품을 하나로 묶어서 단일 가격으로 판매)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유료 가입자들에게만 스포츠 채널 결합상품을 제공하는 식이다.
유럽의 스포츠 전문 OTT ‘DAZN’ 홈페이지 화면. [사진 DAZN 홈페이지 캡처]

스포츠 콘텐츠, 선택이 아닌 필수

물론 스포츠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계권료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는 양상이다. 이는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스포츠 콘텐츠가 갖는 장기적 가치와 잠재력을 고려하면 반드시 짊어져야 할 비용으로 여겨진다.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충성도 높은 구독자 기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결국 프로스포츠의 핵심은 결국 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해 확산한 비대면 문화 속에서 OTT 플랫폼의 스포츠 콘텐츠는 그 가치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경기장을 직접 찾기 어려워진 팬들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또 다른 차원의 소통을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실감형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스포츠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향후 그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OTT와 스포츠의 만남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플랫폼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경쟁력 있는 스포츠 콘텐츠를 발굴·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용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고품질 서비스 제공은 물론, 나아가 VR·AR 등 기술 접목을 통한 혁신적 시청 경험 창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플랫폼 간 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OTT 산업 지형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_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다. 미디어·ESG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하는 오픈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 ESG경영센터 전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미디어 산업의 사회·경제 효과 연구를 다수 진행했고, 정책 관련 각종 연구반과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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