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시장 메기 역할할까
[‘대체거래소’ 출범 초읽기] ①
호가 종류 5개→7개… 매매체결 수수료 최대 40%↓
금융당국, ATS 운영 맞춰 자본시장 제도 정비 돌입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다자간매매체결회사)인 ‘넥스트레이드’(NXT)가 내년 상반기 출범을 예고하면서 증권시장의 ‘메기’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 시간이 하루 12시간으로 확대되고, 매매체결 수수료가 대폭 인하되는 등 국내 주식 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올해 4분기 중으로 다자간매매체결회사 본인가를 신청하고, 2025년 3월 4일 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우선 한국거래소와 공통으로 운영하는 정규 거래 시간 전후로 프리(Pre)마켓과 애프터(After)마켓을 추가 운영한다. 프리마켓은 오전 8시부터 8시 50분까지, 애프터마켓은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 거래 시간이 하루 5시간 30분에서 12시간으로 늘게 된다.시세 조종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의 예상 체결가 표출 시간과 종가 단일가 매매 시간도 바뀐다. 한국거래소의 시가 단일가 매매 시간은 기존처럼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로 유지하되, 예상 체결가 표출 시간을 오전 8시 50분부터 9시까지 10분간으로 줄인다. 이 10분 동안 넥스트레이드 거래도 일시 중단한다. 한국거래소의 종가 단일가 매매 시간도 오후 3시 25분부터 30분까지 5분으로 단축하고, 이때도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할 수 없다.
호가의 종류도 더 다양해진다. 현재 국내 증시는 시장가와 4가지 지정가(일반, 최우선, 최유리, 조건부)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 가격으로 가격이 자동조정되는 ‘중간가 호가’와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지정가 호가를 내는 ‘스톱지정가 호가’가 추가된다. 넥스트레이드 출범 시기에 맞춰 한국거래소도 새로운 호가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넥스트레이드는 매매체결 수수료를 한국거래소 대비 20~40% 인하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증권거래소 간 경쟁으로 거래 비용이 줄면 투자자 편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가 동시에 운영되는 만큼 통합 시장 관리·감독도 도입된다. 대표적으로 증권사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중 투자자에게 유리한 시장에 주문을 내는 ‘최선집행의무’가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자본시장법에 최선집행의무가 있지만, 그동안 단일 거래소 체제였기 때문에 적용 사례가 없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직접 주문을 집행할 증권거래소를 선택하지 않았을 때, 증권사는 테이커 주문(시장가나 이미 제출된 호가로 즉시 체결되는 주문)을 총비용(매수) 또는 총대가(매도)가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시장에 내야 한다. 메이커 주문(매수·매도 호가를 시장에 제출한 뒤 체결을 대기해야 하는 주문) 역시 각 증권사가 호가 잔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체결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 주문을 제출하게 된다. 물론 투자자가 직접 주문을 집행할 시장을 선택할 수도 있다.
넥스트레이드 시장에도 공매도 관리·감독 규정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프리·애프터마켓에선 공매도가 금지되고, 정규 거래 시간에만 공매도 주문을 낼 수 있다. 공매도 주문 표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등도 같다. 공매도로 인한 직접적 가격 하락을 방지하는 업틱룰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각각의 직전 체결가를 기준으로 운영한다.
더불어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와 같은 가격변동폭, 시장안정장치, 시장감시 및 청산·결제를 운영한다. 넥스트레이드의 일일 가격변동폭은 전일 한국거래소 종가 기준 ±30%이고, 애프터마켓의 가격변동폭도 전일 종가 기준 ±30%이다. 한국거래소의 거래정지, 써킷브레이커, 사이드카 등은 넥스트레이드에 즉시 반영된다. 넥스트레이드의 시장감시와 청산은 한국거래소가 수행한다. 프리·애프터마켓을 포함한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역시 매매일로부터 2거래일 뒤에 결제된다.
증권시장, 경쟁 체제 구축…수수료 혜택‧차별화 관건
금융당국도 ATS 운영에 맞춰 자본시장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증권사가 주문을 처리할 때 투자자 지시 우선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투자자 별도 지시가 있는 경우 증권사 최선집행 세부기준이 있더라도 이에 우선한다는 내용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우리 증권시장은 복수시장 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본격적인 증시 인프라의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관련 자본시장 법규들도 신속히 정비해 복수시장 체제가 안착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대체거래소가 한국 증권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남은 기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쟁 체제 구축으로 투자자에게 호가와 비용 등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메기 역할을 위해서는 파격적인 수수료 우대 혜택이나 ATS 시장에서만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을 마련하는 등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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