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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효율 높이는 ‘광 트랜시버’로 글로벌 시장 진출 노린다[이코노 인터뷰]

김종국 레신저스 대표
기존 광 트렌시버 단점 ‘폴리머 와이어’로 해결
글로벌 기업에 호평…데이터센터 부품 계약 기대감 높아

김종국 레신저스 대표가 폴리머 와이어를 사용한 광 트랜시버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학교에 한 번 오게.” 이 전화 한 통이 그의 인생을 변하게 했다. 모교인 포스텍(포항공과대)의 은사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제자를 불러 자기 연구물을 보여줬다. 나노 구조물들의 광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폴리머 와이어를 개발 중이었다. 때마침 제자도 대기업에서 광통신 네트워킹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었다. 자율주행 전기차에서 카메라 등의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타를 실시간으로 활용하여 주행에 반영하는 유선 광통신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차량의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솔루션인데,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가격이 비싸 상용화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가격을 비싸게 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은 전기적 신호를 광신호로 변환한 후 이를 광케이블로 연결하는 부분에 있었다. 광소자에서 발생하는 광신호를 광케이블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렌즈를 통한 고정밀의 광정렬 공정이 필수다. 이 과정이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불량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는 은사가 개발한 폴리머 와이어 기술을 렌즈 대신에 광소자와 광케이블 간의 광신호를 연결하는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그 기술을 인수받아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종국 레신저스(LESSENGERS) 대표가 주인공이다. 

레신저스는 광 트랜시버(Fiber Transceiver)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스타트업이다. 2017년 8월 김 대표가 창업했고 창업 이후 140억원 정도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렌즈 광학계를 사용하던 흐름을 파괴하는 신개념의 폴리머 와이어를 이용한 광연결 기술을 개발해 이를 기반으로 고성능 광 트랜시버(Optical Transceiver) 제작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광 트랜시버는 일반인이라면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장비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내부 사진을 본 적이 있다면 광 트랜시버를 봤을 수 있다. 데이터센터 내부 사진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서버와 서버를 연결하는 수많은 케이블이다. 저속·저용량의 데이터 전송은 구리선 케이블로 가능하지만,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필수인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들면서 광케이블이 대세가 됐다. 서버와 스위치, 그리고 서버를 연결하는 광케이블에는 서버 쪽의 전기적인 신호와 광케이블의 광신호를 고속으로 변환시키며 고용량의 데이터를 상호 전송해 주는 광 트랜시버 장비가 필수다.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규모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광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꾸거나 반대로 전기신호를 광신호로 바꾸는 장비다.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처럼 생긴 단자처럼 보인다. 광 트랜시버와 광케이블이 한 세트처럼 되어 있고, 이것을 서버와 서버를 병렬로 연결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광 트랜시버,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 장비로 꼽혀

김 대표는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과거 구리 선은 한계가 있어서 광 트랜시버와 광케이블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데이터센터 내 근거리 전송용으로 가장 최신 제품인 800기가(G) 비피에스(bps·bits per second)까지 전송할 수 있는 고성능 제품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중에 있으며, 개발한 제품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에러손실을 보여주는 고성능이면서 저전력 제품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규모에 따라서 광 트랜시버는 수만 개에서 10만 개 정도가 사용된다. 레신저스에서 개발한 광 트랜시버와 케이블 한 세트는 500달러(약 69만2000원)다. 10만 개 이상의 광 트랜시버가 필요한 큰 규모의 데이터센터 장비로 채택되면 700억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시장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다. 

광 트랜시버를 생산하는 기존 플레이어들은 이미 존재하지만, 레신저스가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폴리머 와이어 기술 덕분이다. 기존 광 트랜시버 제품은 광신호를 광케이블에 보내주기 위해서 복잡한 렌즈 형태의 부품이 내부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광 트랜시버에서 고속 광신호의 경로 상에 렌즈구조물이 광소자와 광케이블 사이에 존재하면 노이즈(데이터 손실)이 발생한다. 이는 전송되는 고속 광신호의 품질을 매우 나쁘게 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개발한 폴리머 와이어를 이용한 연결구조에는 원천적으로 이러한 노이즈가 발생될 수 있는 원인을 없애기 때문에 우수한 광전송 성능을 가지고 있으며 광전송 효율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는 주력인 400G bps 속도 제품과 향후 대세가 될 800G bps 속도를 문제없이 처리하는 저전력 제품이라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독창적으로 개발한 폴리머 와이어를 이용한 광연결 기술을 Direct Optical Wiring (DOW) 기술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경쟁사에게 이 기술을 따라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신저스가 특허로 기술 방어를 이미 했기 때문이다. 레신저스의 국내 특허는 14건이고, 미국과 일본에 각각 2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현재 26건의 국내외 특허출원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처럼 광 트랜시버와 폴리머를 연결하는 기술을 경쟁사가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허로 이미 우리 기술을 카피해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특허로 우리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 후 140억원 규모 투자 유치 성공

100G bps 속도를 처리하는 광 트랜시버 제품 시장은 중국이 선점했지만, 더 높은 효율과 속도를 처리하는 시장은 아직 선점 기업이 없는 상황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 시장에 도전하는 레신저스를 투자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 대표는 투자금으로 기술개발과 인력 채용 및 제조 공장 건설에 투자했다. 특히 2019년 광주에 건립한 240평의 공장은 처음부터 자동화를 목표로 준비했다. 그는 “공장이 크지는 않지만 자동화가 되어 있고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낼 수 있는 규모를 확보했다”면서 “제조 설비는 계속 늘려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준비 덕분에 광 트랜시버 개발 이후 기업과 품질 테스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고성능 슈퍼 컴퓨팅 서버 시스템을 구축하는 글로벌 광통신 기업과 협업을 자신하고 있다. 그는 “기업 이름은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1년 넘게 우리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면서 “그 기업은 우리 제품으로 그동안 엔비디아에 밀렸던 설움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글로벌 기업이 협업 기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6곳 밖에 없었고, 그중 한 곳이 레신저스였다. 이 협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레신저스의 매출액은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외에도 국내 대기업과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8월 중에 모 기업과 계약서를 쓸 것으로 기대하는데, 그 계약이 맺어지면 50억~6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다”고 말했다. 레신저스의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원을 넘는다. 그동안 기술개발과 테스트에 매달린 결과물이 올해부터 나오는 것이다. 

한때 소부장 스타트업은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부의 지원도 많았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면서 그 관심이 줄어들었다. 제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큰 자본이 필요하지만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면서 소부장 스타트업의 성장세가 이어지지 못했다. 레신저스는 이런 어려움에도 기술력을 무기로 하나둘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돈 버는 스타트업으로 인정받으면서 2~3년 후에는 기업공개(IPO)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김 대표는 “엑시트 이후에는 엔지니어 출신보다 전문경영인이 레신저스를 운영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종국 레신저스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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