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김계란’이 만든 걸밴드는 어떻게 성공했나[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세 가지 특별함 갖춘 걸밴드 ‘QWER’이 만든 NEW 브랜딩 전략
제작 과정에 스토리 부여…젊은 층 눈길 사로잡아
[허태윤 칼럼니스트] 여성으로 구성된 걸그룹이 록(rock)을 연주하는 밴드를 만들었다면 이 자체가 뉴스가 될 수 있다. 데뷔한 지 1년이 채 안 된 걸그룹이 록을 바탕으로 심상치 않은 기록까지 만들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 걸그룹의 미니 1집 타이틀 곡 ‘고민중독’은 한때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고, 주요 온라인 음원차트 상위권에 붙박이처럼 이름이 걸려 있다.
특히 대학축제는 아이돌 그룹의 인기를 가늠하는 곳이다. 이 그룹은 올 봄 무려 12개 국내 대학 축제 무대에 초대를 받아 인기를 입증했다.
걸그룹 밴드 ‘QWER’의 이야기다. ‘QWER’은 쵸단(리더, 서브보컬), 마젠타(베이스), 히나(기타, 키보드), 시연(메인보컬, 세컨드기타) 등 4명으로 이뤄진 걸그룹 밴드다. ‘아재’들의 시선에서 보면, 수도 없이 명멸하는 아이돌 그룹의 시대에 걸그룹 하나 쯤이 뭔 대수냐고 할지 모르겠다.
결성 과정이 드라마…매우 특별한 브랜딩 전략
하지만 일본 걸그룹 NMB48 출신 보컬 시연을 제외한 멤버 3명이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트위치 스트리머, 그리고 틱톡커인 이 팀은 출발부터 지금까지와의 아이돌 그룹과는 달랐다. 유튜브 자체 프로그램인 ‘최애의 아이들’을 통해 프로젝트 밴드를 만드는 과정이 공유됐고, 자신들의 연습 과정과 뮤지션으로서의 성장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구독자와 팔로워들은 남다른 애정을 보내고 있다. 사실 이런 시도는 인지도가 없었던 BTS가 데뷔 초기 연습과정을 오랫동안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공유하면서 성공한 바 있다.
50만~60만명의 유튜브 구독자와 400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틱톡커 출신인 이들에게는 이런 시도가 너무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 시도는 성공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QWER’이란 걸그룹 밴드의 브랜딩도 매우 특별하다. 우선 이 밴드의 브랜딩이 특별한 이유는 성장 서사에 있다. 이 프로젝트의 기획자이자 매니저를 맡고 있는 운동 유튜버 김계란의 유튜브 채널 ‘최애의 아이돌’은 이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팀의 결성 과정은 국내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일본 만화 ‘드래곤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팀 리더 쵸단은 어렸을 때부터 드럼을 쳤고 실용음악과에 진학하는 등 음악적 재능을 가진 멤버다. 이에 이 그룹은 쵸단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쵸단과 친분이 있고 가끔 베이스를 치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렸던 마젠타가 두 번째 멤버가 됐다. 사실 마젠타는 구독자 52만명의 유튜버이자, 트위치의 스트리머였지만 베이스 기타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음악 초보자’였다.
세 번째 멤버는 무려 41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커 히나다. 하지만 히나는 외부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녀는 실용음악과를 목표로 여러 악기를 다룬 경험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밴드 활동 이력은 없었다.
이제 메인보컬을 구해야 했다. 김계란은 일본으로 날아갔다. 일본 아이돌 NMB48 출신의 시연을 만났다. 드라마처럼 타이밍이 맞았다. 마침 시연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마침 밴드에 꼭 필요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멤버 구성 자체가 영화 시나리오 같은 전개다. 그렇게 4명의 완성체가 모인다.
이들은 걸그룹 밴드로 무대에 서겠다는 열망이 가득했지만, 록 마니아들은 예쁘장한 얼굴과 SNS상의 인지도를 무기로 록음악에 도전하는 이들을 일제히 비난했다. 이에 이들은 손가락에 봉와직염이 걸릴 정도로 밤낮없이 열심히 연습했고 그 과정을 고스란히 유튜브 채널에 담았다. 그리고 고려대 축제인 ‘입실렌티’ 라이브 공연을 통해 실력적으로 매우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의 인정을 받는 데도 성공한 분위기다.
일본 감성 장착 후 젊은 세대 공략
두 번째 특별함은 QWER이 지향하는 브랜드 이념이다. QWER이란 그룹명은 컴퓨터 키보드 최상단 4개의 배열순이다. 또한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스킬 배치 순서이기도 하다. 이들의 데뷔 무대가 지난해 말 한국에서 열렸던 LOL 월드컵인 롤드컵 결승 전야제였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심지어 데뷔곡의 타이틀은 ‘디스코드’다. 디스코드는 온라인 게이머들이 많이 이용하는 메신저의 이름이다.
또한 QWER의 음악은 ‘J록’(J Rock) 등 일본 감성을 추구한다. 그들의 데뷔 앨범 수록곡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J록 스타일을 표방한다. 이는 이 그룹의 결성 과정의 서사가 여고생들이 록밴드를 결성하는 내용의 일본 애니메이션 ‘봇치 더 락’에서 모티브를 따왔기 때문이다.
멤버들 역시도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들이다. 일본 출신인 보컬 시연은 물론이고, 리더인 드러머 쵸단은 일본 만화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용어인 일본식 독음 단쵸(団長)를 거꾸로 발음한 것을 이름으로 지었다.
이들은 Z세대에게 일종의 하위 문화로 치부되던 일본 감성을 양지로 끌어내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세대들의 환호를 받았다.
QWER의 성공은 브랜딩 전략 측면에서 연예 기획사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철저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하고 세상과 단절된 채 수년에 걸쳐 훈련받으며, SNS와 공중파 음악채널를 통해 브랜딩되던 전통적인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것이다. QWER은 칼군무 없이도 SNS를 통해 검증된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그들이 추구하는 ‘덕후 문화’를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다.
문화브랜딩의 저자인 더글라스 홀트(Douglas Holt)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특성을 ‘하위 문화(sub-culture)의 전성시대’라고 규정했다. 소셜미디어는 과거 지리적으로 흩어져 있던 소수의 하위 문화를 하나로 묶고 그들을 군집 문화(crowd culture)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일본 애니메이션 감성과 ‘ J록’, 게임이라는 하위 문화를 표방한 QWER의 성공은 소셜미디어 시대 엔터산업의 브랜딩 모델을 새롭게 쓰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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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학축제는 아이돌 그룹의 인기를 가늠하는 곳이다. 이 그룹은 올 봄 무려 12개 국내 대학 축제 무대에 초대를 받아 인기를 입증했다.
걸그룹 밴드 ‘QWER’의 이야기다. ‘QWER’은 쵸단(리더, 서브보컬), 마젠타(베이스), 히나(기타, 키보드), 시연(메인보컬, 세컨드기타) 등 4명으로 이뤄진 걸그룹 밴드다. ‘아재’들의 시선에서 보면, 수도 없이 명멸하는 아이돌 그룹의 시대에 걸그룹 하나 쯤이 뭔 대수냐고 할지 모르겠다.
결성 과정이 드라마…매우 특별한 브랜딩 전략
하지만 일본 걸그룹 NMB48 출신 보컬 시연을 제외한 멤버 3명이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트위치 스트리머, 그리고 틱톡커인 이 팀은 출발부터 지금까지와의 아이돌 그룹과는 달랐다. 유튜브 자체 프로그램인 ‘최애의 아이들’을 통해 프로젝트 밴드를 만드는 과정이 공유됐고, 자신들의 연습 과정과 뮤지션으로서의 성장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구독자와 팔로워들은 남다른 애정을 보내고 있다. 사실 이런 시도는 인지도가 없었던 BTS가 데뷔 초기 연습과정을 오랫동안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공유하면서 성공한 바 있다.
50만~60만명의 유튜브 구독자와 400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틱톡커 출신인 이들에게는 이런 시도가 너무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 시도는 성공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QWER’이란 걸그룹 밴드의 브랜딩도 매우 특별하다. 우선 이 밴드의 브랜딩이 특별한 이유는 성장 서사에 있다. 이 프로젝트의 기획자이자 매니저를 맡고 있는 운동 유튜버 김계란의 유튜브 채널 ‘최애의 아이돌’은 이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팀의 결성 과정은 국내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일본 만화 ‘드래곤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팀 리더 쵸단은 어렸을 때부터 드럼을 쳤고 실용음악과에 진학하는 등 음악적 재능을 가진 멤버다. 이에 이 그룹은 쵸단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쵸단과 친분이 있고 가끔 베이스를 치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렸던 마젠타가 두 번째 멤버가 됐다. 사실 마젠타는 구독자 52만명의 유튜버이자, 트위치의 스트리머였지만 베이스 기타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음악 초보자’였다.
세 번째 멤버는 무려 41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커 히나다. 하지만 히나는 외부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녀는 실용음악과를 목표로 여러 악기를 다룬 경험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밴드 활동 이력은 없었다.
이제 메인보컬을 구해야 했다. 김계란은 일본으로 날아갔다. 일본 아이돌 NMB48 출신의 시연을 만났다. 드라마처럼 타이밍이 맞았다. 마침 시연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마침 밴드에 꼭 필요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멤버 구성 자체가 영화 시나리오 같은 전개다. 그렇게 4명의 완성체가 모인다.
이들은 걸그룹 밴드로 무대에 서겠다는 열망이 가득했지만, 록 마니아들은 예쁘장한 얼굴과 SNS상의 인지도를 무기로 록음악에 도전하는 이들을 일제히 비난했다. 이에 이들은 손가락에 봉와직염이 걸릴 정도로 밤낮없이 열심히 연습했고 그 과정을 고스란히 유튜브 채널에 담았다. 그리고 고려대 축제인 ‘입실렌티’ 라이브 공연을 통해 실력적으로 매우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의 인정을 받는 데도 성공한 분위기다.
일본 감성 장착 후 젊은 세대 공략
두 번째 특별함은 QWER이 지향하는 브랜드 이념이다. QWER이란 그룹명은 컴퓨터 키보드 최상단 4개의 배열순이다. 또한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스킬 배치 순서이기도 하다. 이들의 데뷔 무대가 지난해 말 한국에서 열렸던 LOL 월드컵인 롤드컵 결승 전야제였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심지어 데뷔곡의 타이틀은 ‘디스코드’다. 디스코드는 온라인 게이머들이 많이 이용하는 메신저의 이름이다.
또한 QWER의 음악은 ‘J록’(J Rock) 등 일본 감성을 추구한다. 그들의 데뷔 앨범 수록곡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J록 스타일을 표방한다. 이는 이 그룹의 결성 과정의 서사가 여고생들이 록밴드를 결성하는 내용의 일본 애니메이션 ‘봇치 더 락’에서 모티브를 따왔기 때문이다.
멤버들 역시도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들이다. 일본 출신인 보컬 시연은 물론이고, 리더인 드러머 쵸단은 일본 만화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용어인 일본식 독음 단쵸(団長)를 거꾸로 발음한 것을 이름으로 지었다.
이들은 Z세대에게 일종의 하위 문화로 치부되던 일본 감성을 양지로 끌어내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세대들의 환호를 받았다.
QWER의 성공은 브랜딩 전략 측면에서 연예 기획사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철저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하고 세상과 단절된 채 수년에 걸쳐 훈련받으며, SNS와 공중파 음악채널를 통해 브랜딩되던 전통적인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것이다. QWER은 칼군무 없이도 SNS를 통해 검증된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그들이 추구하는 ‘덕후 문화’를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다.
문화브랜딩의 저자인 더글라스 홀트(Douglas Holt)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특성을 ‘하위 문화(sub-culture)의 전성시대’라고 규정했다. 소셜미디어는 과거 지리적으로 흩어져 있던 소수의 하위 문화를 하나로 묶고 그들을 군집 문화(crowd culture)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일본 애니메이션 감성과 ‘ J록’, 게임이라는 하위 문화를 표방한 QWER의 성공은 소셜미디어 시대 엔터산업의 브랜딩 모델을 새롭게 쓰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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