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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없는 카카오…‘SM엔터 시세조종’ 혐의로 김범수 구속

“증거인멸과 도주 염려”…법원, 김범수 구속영장 발부
‘하이브의 SM엔터 인수 방해 목적으로 주가 조작’ 혐의
구속 기간 최대 20일…김범수 “불법 지시·용인 없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과 카카오프랜즈 대표 캐릭터 라이언. [사진 카카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결국 구속됐다.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 조작 의혹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증거인멸·도주 우려를 이유로 김 창업자를 구속해달라는 검찰 측 요청을 받아들였다.

한정석 서울남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새벽 검찰이 김 창업자를 대상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2부는 이에 앞서 지난 9일 김 창업자를 소환해 약 20시간 넘는 조사를 벌인 바 있다. 검찰은 이후 지난 17일 김 창업자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2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 법원은 23일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사유로는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를 들었다. 검찰은 구속된 김 창업자를 상대로 주가 조작 가담 여부를 조사한다. 최대 구속 기간은 20일이다. 조사 후 김 창업자를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남부지검은 금융·증권범죄중점청으로 지정돼 일명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린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 하이브와 SM엔터 인수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카카오는 몇 번의 공방 끝에 SM엔터를 품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SM엔터 인수 주체인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주가를 조작했고, 김 창업자가 이에 가담했다고 본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조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에 나섰다. 당시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 중이던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10일부터 28일까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SM엔터 지분 25%를 추가 확보하겠단 취지였다. 갤럭시아에스엠의 양도 지분(0.98%)을 제외하면 당시 공개매수에 참여한 물량은 단 4주에 그쳤다. 당시 SM엔터 주가가 하이브 공개매수 나흘째부터 12만원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카카오엔터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인 지난해 2월 28일 SM엔터 주식 38만7400주를 주당 12만6200원에, 카카오는 66만6941주를 주당 12만1325원에 샀다. 카카오는 추가 매매를 진행했고, 양사는 SM엔터 지분 4.9%에 해당하는 116만7400주를 확보하기도 했다. 또 카카오·카카오엔터는 약 1조2500억원을 들여 주당 15만원에 SM엔터 주식의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하이브는 카카오와의 경쟁 가열되자 SM엔터 인수를 포기했다. 되레 카카오 측이 진행한 공개매수에 참여, SM엔터 지분율을 8.93%까지 낮춘 바 있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일부터 17일까지, 또 같은 달 27일부터 28일까지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했다고 본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총 553회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했다는 게 검찰 측 시각이다. SM엔터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어긴 혐의도 있다.

검찰은 김 창업자가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이번 김 창업자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원아시아파트너스 자금이 투입된 3일을 제외하고 지난해 2월 28일 단 하루만 시세조종에 가담했단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8월 김 창업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SM엔터 주가 시세조종을 수사하는 과정에 김 창업자와 카카오 경영진이 관여한 정황이 포착된 데 따른 압수수색이다. 이후 지난해 10월 SM엔터 인수를 이끈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비롯해 투자전략실장·카카오엔터 전략투자부문장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바 있다. 당시 카카오·카카오엔터 등 법인 2곳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창업자 역시 비슷한 시기 피의자 신분으로 금융감독원에 출석한 바 있다. 검찰은 배 전 대표와 카카오 법인을 먼저 재판에 넘겼다. 배 전 대표는 구속됐다가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는 중이다.

김 창업자 변호인단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 17일 “김 창업자는 SM엔터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용인한 바가 없다.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창업자도 지난 18일 임시 그룹협의회를 열고 “그룹 구성원들이 힘 합쳐 경영 쇄신과 인공지능(AI) 기반 혁신에 매진 중인 가운데 이런 상황을 맞아 안타깝다”며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이나 이런 때일수록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과 한국 대표 테크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카카오 측은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18일 임시 그룹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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