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 OTT…생존 전략은 ‘콘텐츠 다각화’
[OTT 트렌드 변화]③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OTT가 콘텐츠 다각화에 나선 7가지 이유…목표는 ‘생존’
“소비자 취향 다변화에 응답한 OTT…질적 저하 경계해야”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최근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The-Top) 서비스 업체들이 콘텐츠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예능 콘텐츠를 강화하고, 국내 OTT들은 야구·올림픽 등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나서는 등 다양한 움직임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OTT 업계의 콘텐츠 다각화 전략의 핵심을 살펴보고, 그 배경과 전망에 대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첫째, 글로벌 경쟁 심화와 콘텐츠 차별화 전략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OTT 서비스의 급성장과 함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플랫폼은 차별화된 콘텐츠로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로 국내 OTT 업체들 또한 생존을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콘텐츠 다각화는 필수적인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각 OTT 서비스는 자사만의 독특한 콘텐츠 라인업을 구축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구독자를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겨냥해 ‘오징어 게임’ 등의 한국 드라마와 ‘솔로지옥’, ‘피지컬 100’ 등 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둘째, 이용자 취향의 다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 패턴이 다양화되면서, 한 가지 장르나 포맷에 국한된 서비스로는 더 이상 시청자들의 요구(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졌다. 이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미디어 소비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와 포맷의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드라마와 영화 중심이었던 OTT 서비스는 예능·다큐멘터리·스포츠·애니메이션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겠단 취지다. 짧은 길이의 ‘숏폼’ 영상 콘텐츠부터 여러 시즌에 걸친 장편 시리즈까지 다양한 길이의 콘텐츠를 제공, 시청자들의 상황과 취향에 맞는 선택지도 넓히고 있다.
셋째, 수익 모델의 다각화를 위한 노력이다. OTT 서비스들은 전통적인 구독 기반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광고 기반의 저가 요금제 도입 ▲스포츠 중계 및 라이브 스트리밍 ▲독점 콘텐츠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러한 전략은 콘텐츠 제작비 증가와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다양한 소비자 계층을 공략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스포츠 콘텐츠는 실시간 시청의 매력을 통해 구독자 유입을 촉진한다. 이는 OTT 서비스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넷째, 구독자 이탈 방지와 체류 시간 증대를 위한 전략이다. 다양한 콘텐츠 라인업은 구독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플랫폼 내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드라마나 영화 시청을 위해 구독한 이용자가 스포츠 중계나 예능 프로그램도 함께 즐길 수 있다면 구독 유지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OTT 서비스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의미한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기대 효과로 꼽힌다. 가구당 구독 유지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다섯째, 새로운 콘텐츠 형식의 지속적인 실험이다. OTT 서비스들은 전통적인 드라마나 영화 외에도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실험하고 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나 숏폼 콘텐츠 등이 이에 해당한다.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가 좋은 예다. 시청자가 스토리의 전개를 선택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영화로, 새로운 시청 경험을 제공했다. 디즈니+는 ‘만달로리안’(Mandalorian)과 같은 버추얼 스튜디오와 같은 새로운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을 활용한 고품질 시리즈를 제작한 바 있다. 이런 새로운 콘텐츠 형식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OTT 서비스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섯째, 크로스 플랫폼 마케팅 전략의 활용이다. OTT 서비스들은 자사 플랫폼뿐만 아니라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SNS) 플랫폼과 연계된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콘텐츠의 노출도를 높이고, 잠재적 구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인기 시리즈의 하이라이트 클립을 유튜브에 공개하거나, 인스타그램에서 캐릭터 계정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홍보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짧은 형식의 콘텐츠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돼 OTT 서비스의 사용자층을 확대하는 데 기여한다.
일곱째, 지역별 맞춤형 콘텐츠 제공 전략이다. 글로벌 OTT 서비스들은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한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지역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한다. 넷플릭스는 한국 제작자들에게 글로벌향 콘텐츠를 제작하지 말고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라고 주문한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을 만한 콘텐츠가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 국내향 콘텐츠가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과 로컬의 균형을 맞추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컬’(Glocal)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콘텐츠 다각화 전략에는 몇 가지 도전 과제도 존재한다. 첫째, 콘텐츠 투자 비용의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이다. 다양한 장르와 형식의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확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이는 OTT 서비스의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서비스의 정체성 흐려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너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다 보면 OTT 서비스의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나 목표 고객층이 모호해질 수 있다. 셋째, 콘텐츠 품질 관리의 어려움이다. 양적 확대에 치중하다 보면 콘텐츠의 질적 수준이 저하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구독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_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다. 미디어·ESG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하는 오픈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 ESG경영센터 전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미디어 산업의 사회·경제 효과 연구를 다수 진행했고, 정책 관련 각종 연구반과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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