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 치킨 팔면 4000원도 안 남아”...소상공인 ‘피눈물’
[소상공인에게 ‘독’ 된 배달 서비스]①
배민·쿠팡·요기요 등 중개수수료 약 10%
점주수익률 20%·기타 비용 빼면 마이너스
가맹점주들 “플랫폼 규제 위한 입법 요구”
2010년 국내 배달플랫폼(배달앱)이 처음 등장한 이후 클릭 몇 번으로 음식 주문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이런 편의성은 매월 수천만명이 배달앱을 이용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배달 서비스는 플랫폼과 소상공인, 소비자 모두가 만족한 서비스인 듯 보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배달앱에 내야하는 수수료가 꾸준히 오르며 소상공인들은 “살려달라”고 호소한다. 업주들은 배달플랫폼의 수수료 인상 및 배달비 전가 등의 횡포를 견디며 오늘도 억지로 배달앱 주문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이러다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며 절망감을 토로한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상생협의체 출범 등 지원책 마련에 나섰지만 상황을 해결할 뾰족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일까. 과연 배달앱과 소상공인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법은 존재하는 것일까.[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2010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배달플랫폼(배달앱)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다. 음식 주문을 위해 전단지를 수집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줬고, 전화 대신 클릭 몇 번만으로 원하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했다. 오늘날 배달앱은 매월 수천만명이 사용하는 필수 서비스가 됐다.
다만 배달앱이 모든 이들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배달앱에 종속된 소상공인들은 ‘수수료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호소한다. 이들은 2만원짜리 제품을 하나 팔아도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4000원 미만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인건비,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 높아진 수수료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더욱 옥죈다.
‘배달앱 14년’ 소상공인 말라 죽는다
배달앱의 시초는 2010년 4월 서비스를 개시한 배달통이다. 이후 배달의민족(배민), 요기요 등 배달 서비스를 영위하는 앱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장 초기 이들이 소상공인들에게 요구한 중개수수료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배달통은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해 수수료를 2.5%까지 낮췄고, 배민과 요기요 등은 수수료 0%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시장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3강 체제로 굳어졌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등에 따르면 배달앱 3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96%(배민 60%·쿠팡이츠 20%·요기요 16%)에 달한다.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배달 3사는 ‘갑’의 위치에 있다. 이들은 꾸준히 중개수수료를 인상했고, 현재 약 10%의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다.
급격히 늘어난 중개수수료는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위협한다.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배달비 및 점주 이익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배달앱 3사 이용 시(주문액 2만원 기준) 가맹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6000원 내외다.
예컨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배민1플러스로 2만원짜리 제품 주문을 받으면 중개수수료 2156원, 결제수수료 660원을 배달앱에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점주배달료 3190원(지역별 상이)을 더하면 가맹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6006원이 된다. 이 경우 가맹점주가 얻게 되는 수익은 3994원이다. 같은 조건으로 쿠팡이츠(쿠팡스마트 요금 기준), 요기요(요기배달)를 통해 주문하면 가맹점주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각각 4016원, 3994원 수준이다.
2만원짜리 제품을 팔아 수익률 20%, 4000원 정도를 남기면 나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가맹점주들이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인건비, 임대료 등 기타 비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A씨는 “최저임금 부담으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접 매장에서 일하는 가맹점주들이 많다”며 “프로모션 비용도 가맹점주들에게 넘기기 때문에 수익은 계속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일방통행’ 수수료 인상 소상공인 벼랑 끝으로
사실 이전에도 배달앱의 수수료 인상에 가맹점주들은 반기를 들어왔다. 하지만 올해는 대규모 시위의 지속 등 반발이 더욱 거세다. 그 이유는 현재 고물가·금리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의 수(개인·법인)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98만64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2014~2023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도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당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103.6과 비교해 2.8포인트(p) 줄어든 100.8로 나타났다. 해당 지수는 장기평균치(2003~2023년)를 기준점인 100에 두고,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고 해석한다. 반대로 기준보다 낮을 경우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라고 본다.
소상공인들은 플랫폼이 철저한 갑의 위치에서 상인들을 쥐고 흔든다고 지적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B씨는 “중개 수수료, 배달비, 할인 프로모션 등을 다 더하면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제품 단가의 30~40% 수준이 된다”며 “플랫폼의 요금제가 계속 변하고 있어 불안감을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C씨는 “수수료를 사전 고지 없이 인상하기 때문에 힘들다”며 “상단에 노출하는 광고상품 관련 내용은 시도 때도 없이 바뀐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달앱 사업자가 일부 브랜드는 수수료를 인하해 차별하기도 한다. 이 부분도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배달앱 비용 부담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8월 27일 ‘2025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연매출 1억400만원 이하인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연간 30만원의 배달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이에 앞서 정부는 7월 23일 배달앱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상생을 도모하는 차원의 상생협의체도 출범했다. 8월 27일까지 3차 회의를 진행하며 수수료 인하, 공공플랫폼 육성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상생협의체는 몇 차례 추가 회의를 진행한 뒤 오는 10월 상생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소상공인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정부의 배달비 지원 정책이 가맹점주들에게 당장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결국 배달플랫폼이 이를 이용해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할 것이 분명하다”며 “온라인플랫폼독점규제법 등 배달플랫폼으로부터 점주 등을 보호할 입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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