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잡은 삼성 AI, 시간 필요한 애플 AI…아이폰16 시리즈 공개
시험 버전으로 나온 ‘애플 인텔리전스’…내달 미국서 적용
중국어·프랑스어·일본어 확장은 내년 초…한국어 지원 ‘미정’
삼성 세 번째 AI폰 나올 때, 애플 첫 AI 서비스 본격화될 듯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가 연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시대에 애플이 합류했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AI 성능을 강조했다. 애플은 우선 AI 기능을 내달 베타(시험) 버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주요 AI 서비스는 내년 초는 돼야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이번 신제품 1차 출시 국가에 한국을 처음으로 포함했으나, 한국어 AI 기능 제공 시점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내달 업데이트를 통해 배포되는 애플의 베타 버전 스마트폰 AI 서비스는 영어만 지원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호주·캐나다·뉴질랜드·남아프리카 공화국·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는 오는 12월부터 제공된다. 중국어·프랑스어·일본어·스페인어 등으로 확장하는 작업은 내년 초 이뤄진다. 아이폰16 시리즈 출시 후 3개월이 지나서야 ‘애플 AI’를 세계서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어 AI 서비스는 내년 초에도 제공이 불투명하다.
올해 1월 갤럭시 S24 시리즈를 통해 AI 스마트폰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6∙플립6에도 AI 기능을 접목했다. 이 모델들에 탑재된 갤럭시 AI는 출시부터 한국어는 물론 13개 언어를 지원했다. 지금은 지원 언어가 16개로 확대된 상태다. AI 선두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과 합작한 다양한 편의 기능도 제공한다. 애플의 첫 스마트폰 AI 기능이 본격화되는 내년 초, 삼성전자는 세 번째 AI 스마트폰을 내놓을 전망이다.
아이폰 1차 출시국에 韓 포함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진행된 신제품 발표 행사 ‘이제 새롭게 빛나다’(It's Glowtime)를 통해 “아이폰16 시리즈는 처음부터 AI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아이폰16 시리즈는 기본형·플러스·프로·프로맥스로 구성된다. 아이폰16 기본형은 6.1인치(15.4㎝), 플러스는 6.7인치(17.0㎝), 프로는 6.3인치(15.9cm), 프로맥스는 6.9인치(17.4cm)의 크기다. 가격은 아이폰 기본 모델은 799달러(128GB), 플러스는 899달러(128GB), 프로는 999달러(128GB), 프로맥스는 1199달러(256GB)부터 시작한다. 달러 기준 가격은 전작과 같다. 아이폰16 시리즈의 1차 출시는 한국·미국·호주·캐나다·중국·프랑스·독일·인도 등 액 59개 국가에서 이뤄진다. 1차 출시 국가에선 오는 13일부터 사전 주문이 진행된다. 20일부터 매장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애플은 이날 웨어러블 기기 신제품도 공개했다. 스마트워치 신제품인 애플 워치10 시리즈와 무선 이어폰 신제품 에어팟4 2개 모델을 선보였다.
애플 워치10 시리즈는 알루미늄 케이스 모델과 티타늄 케이스 모델로 구분된다. 크기는 42mm와 46mm 두 가지다. 애플워치 SE와 울트라2도 있다. 애플 워치10 시리즈는 전작 대비 약 10%가량 더 얇아졌고, 무게도 10~20% 줄였다. 디스플레이는 전작 대비 9% 넓어졌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50m까지 방수가 된다. 수면 무호흡증을 감지하는 기능도 갖췄다. 출고가는 워치10 59만9000원, 애플워치 SE 32만9000원, 울트라2 114만9000원부터다. 애플워치 에르메스 울트라2는 200만4000원이다.
에어팟4는 애플이 3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무선 이어폰이다. 오픈형 에어팟 최초로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을 제공한다. 기본 모델과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모델로 나온다. 에어팟 맥스는 다섯 가지 신규 색상 추가와 충전포트 변경 수준의 변화만 있었다. 가격은 에어팟4 19만9000원,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모델 26만9000원이다. 에어팟 맥스는 76만9000원.
애플 AI 개화 ‘아직’
아이폰16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애플의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된다는 점이다. 애플은 AI 기능 구현을 위해 자체 개발한 최신 반도체 칩인 A18과 A18 프로를 이 시리즈에 장착했다. 전작 대비 최대 2배 빠른 속도로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할 수 있고, 전력은 30% 더 효율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칩을 통해 구현되는 ‘애플 인텔리전스’는 다양한 AI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급하게 남긴 메모를 AI가 다듬어 준다. 이모티콘 생성이나 이미지 창작도 가능하다. 녹음된 파일의 번역 기능도 갖춘다. 사진도 AI가 찾아준다. 언제 찍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사진에 대한 단편적인 묘사를 입력하면 이를 찾아주는 식이다. 메일의 요약이나 일정 안내 기능도 제공한다. 음성 비서 ‘시리’(Siri) 역시 이용자 질문에 단계별 방법도 안내하는 식으로 기능이 향상될 예정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내달 아이폰 운영체제(iOS) 18.1 배포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iPadOS 18.1)와 맥북(macOS Sequoia 15.1)에도 AI 기능이 제공된다. 애플 측은 “향후 수개월에 걸쳐 더 많은 기능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리서치포인트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로 1위다. 2위는 애플(16%)이 차지했다. 샤오미(14%)··비보(8%)·오포(8%) 순이다. 2023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수요가 회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3분기 연속 전년 판매량이 증가했다. 특히 올해 2분기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이는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이런 수요 증가의 배경으로 거시경제 요인의 개선과 함께 삼성전자가 주도한 AI 기능의 개선을 꼽았다.
AI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신규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 AI 기능의 본격적 제공이 내년 초로 예정되면서 국내 IT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이 한층 강화될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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