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허덕이는 조선업계...‘쌓인 일감’에도 전전긍긍
[사람 없는 조선소]①
고질병 인력난 해결과제...2027년 13만명 인력 필요 관측도
연이은 ‘조선노조 파업’ 직격탄...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7885억103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911억2073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장밋빛인 셈이다. 특히 한화오션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조선 3사 모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영업이익은 5366억2757만원이다. 전년 동기(522억1233만원)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올해 HD한국조선해양이 1조원대 흑자 달성을 이뤄 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화오션도 적자의 늪에서 탈출했다. 지난해 한화오션은 2218억447만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올 상반기의 경우 432억7757만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은 2085억9587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784억7140만 원)대비 2.65배로 증가한 수치다.
일감도 두둑하다. 조선업체들의 수주 잔고를 보면 ▲한국조선해양 743만8600만 달러(102조 원) ▲한화오션 318억 달러(43조 7000억 원) ▲삼성중공업 329억 달러(45조 원) 규모의 생산 물량이 대기 중이다. 조선업계의 약 3~4년치의 일감이 한데 쌓여있는 셈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기준 글로벌 신조선 발주는 전년 동기 대비 22.1% 증가한 3559만CGT(표준선 환산톤수)다. 이는 지난 2021년 1~7월(3877만CGT·1513척)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중 국내 조선사들은 811만CGT·176척을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간제·외국인 근로자 투입에도...인력난 현재진행형
문제는 부족한 숙련공이다. 쌓여있는 일감에도 조선업계가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의 올해 상반기 임직원 수는 3만328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3만1809명보다 1477명(4.6%)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정규직보다 ‘기간제 근로자’가 더 크게 증가했다. 정규직은 올해 상반기 2만9147명으로 지난해 말 2만8896명보다 251명(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기간제 근로자는 올해 4130명으로 지난해 2913명보다 1217명(41.8%) 급증했다.
또 조선업계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도 확대했다. 조선 빅3의 올해 상반기 기준 외국인 근로자 수는 1만7900명으로 지난해 말 1만5200명보다 2700명(17.8%) 증가했다. 기간제·외국인 근로자를 투입하면서 우선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일손이 늘어났다. 다만, 과거 호황기와 비교했을 경우 일손은 턱없이 부족하다. 삼성중공업 직원 수의 경우 지난해를 제외하고 마지막 흑자였던 2014년 당시 1만3788명이었다. 한화오션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한 2018년 당시 9938명의 일손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7년엔 인력이 1만226명에 달했다. 당시와 비교했을 경우 인력 부족은 여전히 부족한 셈이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인력난 문제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조선업계 인력 부족이 올해부터 연평균 1만2000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7년부터는 약 13만 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어지는 인력난과 숙련공 부재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는 선박 납기지연으로 직결되는 까닭이다. 한화오션의 경우 지난 6월 30일 납기 예정이던 6척의 컨테이너선 인도 일정을 오는 11월 25일로 미뤘다. 원인으로는 숙련공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이 지목됐다. 이 같은 생산성 하락은 한화오션이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
가뜩이나 일손 부족한데...‘연쇄 파업 리스크’ 어쩌나
파업 리스크도 인력난에 기름을 붓는다. 조선업계 노사는 추석 명절 전까지 익믐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사이에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당초 조선노연은 추석 전 까지 개선된 제시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파업의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에 조선업계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까지 지속될 경우,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4년만에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 노조의 파업은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한화오션 노조들이 거제 사업장에서 부분 파업에 착수했다.
지난 4일의 경우 조선노연이 울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파업을 실시했다. 이어 지난 9일 오후 2시 30분경 경남 거제에서 공동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조선노연은 HD현대 계열사를 비롯해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케이조선 ▲HSG성동조선 등 8개 조선사 노조가 포함돼 있다.
파업이 이어지자, 업계는 이로인한 납기 지연금 발생 가능성 등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아울러 수년간의 불황 끝에 슈퍼사이클 본궤도에 올랐으나, 노조의 파업이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처럼 찾아온 호황기에 노조 파업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장 선박 건조에 큰 차질은 없겠으나, 파업이 이어질 경우 선박 납기 지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에 노사간 합의점을 빠르게 찾기 위해 상호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 중국 외자판호 획득
230인 미만 사업장에 주52시간제 계도기간 종료
3경기 여주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전국 16번째 사례
45조원 규모로 성장한 크리에이터 미디어 산업 매출
5산은 “3년간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에 100조원 규모 공급”
6SKT, SK커뮤니케이션즈 등 3개 자·손자사 삼구아이앤씨에 매각
7스마트폰 가격 내려갈까…‘단통법 폐지안’ 국회 통과
8이지스운용, 남산 힐튼 부지 ‘초대형 복합개발 사업’ 시동
910월 출생아 수 12년 만에 최대 증가…혼인도 5년 만에 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