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눈높이가 100이면 삼성 AI 제품은 30 수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기업인 말말말]
“AI 기술, 고객 눈높이 맞춰야”
“가전은 연결, ‘세계 최초’ 경쟁 안 한다”
기업인의 말 한마디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나 생각부터, 추구하는 목표나 향후 사업 계획까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회사의 규모, 회사에서 일하는 임직원이 많은 만큼 회사를 이끄는 기업인 한 마디의 무게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언급된 기업인의 말을 모아 그 의미가 무엇인지 들여다봅니다. [편집자 주]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앞으로 ‘세계 최초’ 등의 제품 발표는 안 할 계획입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7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 가전은 경험 위주로 갈 것”이라며 “가전 연결 경험을 실사용 사례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한 부회장이 경험을 강조한 것은 AI를 경험한 소비자들 눈높이를 맞추는 데 우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소비자들의 기준이 높아졌는데, 제품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초’ 경쟁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AI 기술 수준이 어디까지 와있느냐는 질문에 “AI 기술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매우 높지만, 아직 제품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소비자가 원하는 AI 기술이 100%라면 우리 제품은 30% 정도”라고 말했다. 빅스비 음성인식, 거대언어모델(LLM)을 16개국에 지원하는데 더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중요하다고 본 것은 ‘보안’과 ‘자연어 인식’이다. “이 두 가지가 되면 소비자 눈높이의 60~7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 가전 간 연결을 핵심 전략으로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각 제품의 스펙(세부사양)보다 가전 연결로 집안에서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AI TV를 중심으로 생활 가전을 한데 묶는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AI(인공지능) TV는 기존 TV에서는 상상치 못했던 무한히 새로운 경험들로 AI 홈의 진화를 이끌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용 사장은 삼성전자 뉴스룸 기고문을 “AI TV는 초연결 시대, AI 홈(AI Home)의 허브로써 다양한 기기를 연결하고, 가이드하고, 또 필요한 부분을 컨트롤하며, 소비자에게 편리함과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TV가 AI 홈의 지휘 본부(Command Center)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AI TV는 바쁜 일상 중에 무심코 켜 놓은 빈방의 에어컨이나 조명 등을 한 번에 제어해 에너지를 관리하고, 부재 시에도 연결된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집안의 상황을 요약해서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반려동물에게 무료함을 달래줄 영상까지 틀어주는 일상의 AI 홈 집사의 역할을 해 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AI에 대해 기대뿐 아니라 다양한 걱정도 공존하고 있지만 결국 AI는 고객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주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언어의 장벽 없이 자유롭게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집안의 다양한 기기를 제어하고, 나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로 힐링을 얻게 되는 새로운 일상을 삼성 AI 스크린이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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