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2강에 밀린 BAT·JTI 반전 있을까
[2강 체제 굳어진 전자담배 시장]②
세계 4위 전담 시장 한국...글로벌 업체들 꾸준히 노크
차별화 실패하며 답보 상태, 향후 전망은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NGP) 시장은 KT&G와 한국필립모리스가 전체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사실상 2강 체제가 견고해진 셈이다. 나머지 10%의 점유율은 업계 3위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가 차지하고 있다. 제이티인터내셔널(JTI)의 한국법인 JTI코리아는 지난 2019년 국내에 연초고형물 전자담배 신제품을 내놨으나 부진한 성적으로 판매를 그동안 중단해 왔다가 최근에야 다시 관련 기기를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BAT의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인 '글로'는 꾸준히 신형 제품을 내놓으며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지만 좀처럼 릴과 아이코스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3위에 머물러 있다. JTI는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신제품을 내놓으며 국내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출시 초반부터 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아 성장에 물음표가 달린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차별화 내세웠지만...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판매액은 지난 2021년 2조413억원에서 지난해 2조9354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판매액도 2006억원에서 3002억원으로 1000억가량 늘었다.
이처럼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KT&G와 한국필립모리스를 제외한 BAT와 JTI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KT&G와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 3분기 기준(업계 추정) 각각 46%, 4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BAT의 경우 9~10%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BAT는 '릴'과 '아이코스' 대비 낮은 가격에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글로'를 판매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릴과 아이코스는 기기 종류별로 약 7만~15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 반면 글로는 2만~7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절반 이상 저렴하다.
최근 출시된 JTI의 '플룸 X 어드밴스드' 역시 2만원대(구매 초기 4만원 할인 쿠폰 제공)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초반 기깃값을 크게 낮춰 구매를 유도한 뒤 스틱 판매를 확장하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담배는 흡연자들 입장에서 휴대폰 만큼 사용 빈도가 높은 전자기기"라며 "이용자들이 무조건 저렴한 상품을 선호하기보다는 조금 가격이 있더라도 본인에게 알맞은 제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전자담배는 10만원 이하면 구매가 가능해 가격 거부감이 크지 않다"며 "가격이 저렴한 기기의 경우 한 번쯤 구매에 나서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그만큼 만족을 못할 경우 바로 이용을 포기하는 편"이라고 했다.
또한 글로의 경우 지금의 10% 수준 점유율을 JTI에게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JTI는 지난 11월부터 신제품 '플룸 X 어드밴스드'를 국내 시장에 내놨다. 데이비드 윌러 JTI코리아 사장은 신제품의 차별점으로 '5분간 무제한 흡입 및 최대 3개의 스틱 연속 사용'을 꼽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플룸 X 어드밴스드'가 국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이번 신제품 스틱은 서울 지역으로 판매가 한정됐다. 서울 지역의 일부 편의점에서만 스틱을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약점이다. 이처럼 제한된 판매처와 함께 차별점으로 내세운 부분도 딱히 강점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라고는 하지만 기존에 해외에서 판매하던 제품을 국내에 들여온 수준이라 큰 특이점이 없다"며 "또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특성상 가열 후 시간이 지날수록 연무량이나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5분 무한 흡입이 큰 메리트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액상형 규제, 누구에게 득 될까
한국은 세계 4위 규모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전체 담배 시장에서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필립모리스나 BAT, JTI 등이 한국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고 있는 이유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합성니코틴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는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에 준하는 유해성이 있어 담배사업법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 관련법도 무더기로 발의됐다. 이에 관련법 개정안 논의가 이뤄지고 급물살을 타게 될 경우 이르면 내년에는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로 규정돼 규제를 받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소규모 사업자가 많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로 규정되면 기본적으로 세율이 올라 판매 가격 자체가 뛸 수 있다. 이러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진다. 액상형 전자담배 점포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이번 정부의 규제안에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의 가격이 뛰면 상당수의 이용자들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탈 수 있다. 오히려 관련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또한 BAT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BAT는 지난달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 신제품 '노마드'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출시한 바 있다. 소형 액상형 전자담배 점포나 업체들이 규제를 이유로 무너지기 시작할 경우 비교적 대기업인 BAT가 덩치를 앞세워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을 장악할 수 있어서다. 국내 1위 궐련형 전자담배 업체로 올라선 KT&G는 액상형과 궐련형이 합쳐진 하이브리드 제품을 판매 중이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는 판매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BAT 측은 한국에서 최초로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인 노마드를 출시하는 이유에 대해 "합성니코틴 액상 담배와 천연니코틴 액상 담배에 서로 다른 법을 적용하는 국가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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