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아시아나 인수로 경영 능력도 인정받아
[메가 캐리어의 날갯짓] ②
소통의 리더십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 만들어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2016년 당시 총괄부사장으로 일할 때 보여준 과감한 선택이 2020년 코로나19로 여행업계가 풍비박산이 난 위기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던 원동력이다. 팬데믹 시기 항공업계도 여객 수는 급전직하했다. 각 국가는 여행제한 및 봉쇄정책을 실시했다. 여행업계는 파산과 구조조정, 무급휴직 등으로 겨울을 보내야만 했다.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당시 전 세계에서 수천 대의 항공기는 멈췄고 공항은 거의 비어 있는 비상 상태였다. 2020년 4월 여객량은 전년도 대비 -93.7%를 기록했다. 민간항공업계는 사느냐 죽느냐는 상황. 이때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이 어울리는 전략을 대한항공이 직접 보여줬다.
2020년 3월 “빈 여객기를 화물 운송에 활용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한 직원의 아이디어를 경영자가 채택한 것. 화물 전용 여객기와 좌석장탈 여객기 등을 적극 활용했고 대형 화물기단의 가동률을 높이며 항공화물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2016년 최대 30대까지 운영하던 화물기를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한다는 회사의 전략에 당시 총괄부사장이 은 화물사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화물기단의 축소 폭을 줄이자고 설득했던 것이 빛을 발했다. 글로벌 항공사 중 팬데믹 기간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할 수 있던 원동력이다. 대한항공은 2021년 올해의 항공사상(Airline of the Year), 2022년 올해의 화물항공사상(Cargo Operator of the Year Award)에 이어 2023년 올해의 항공업계 리더십(Excellence in Leadership)을 받았다.
2016년 한 사람의 선택으로 유지한 23대의 대형 화물기단이 팬데믹 시절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무기가 됐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은 8년 전 선택 덕분이다. 그 선택을 한 주인공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리더로 선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다.
12월 11일 대한항공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아시아나항공이 실시한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에서 1억3157만주(63.9%)의 신주를 인수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됐다. 2020년부터 시작된 4년간의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한국은 이로써 단일 국적 항공사 체제로 전환됐다. 그 중심에 조 대표가 있다. 한국의 3세 경영인으로서 세계적인 항공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 우군으로 끌어들인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리더십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에서도 보여줬다. 2020년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팬데믹과 겹쳐 막대한 부채로 허덕이고 있었고, 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합병 논의를 했지만 무산됐다. 이에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대한항공에 인수 제안을 했다. 당시 조 회장은 누나인 조승연(개명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 중이었다. 조 전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 3자연합이 한진칼 지분 46.7%까지 확보하면서 당시 37.7%의 지분을 가진 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하고 산업은행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고 경영권을 지킬 수 있었다.
팬데믹 위기를 화물 항공으로 이겨낸 후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한국 항공산업의 구조를 개편하면서 경쟁력을 키운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정상화 ▲일자리 유지·확대 ▲한국의 산업 및 물류 경쟁력 제고 ▲소비자 편익 증대 등의 의미도 있다. 대한항공 측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에 많이 고민했으나 창업이념인 ‘수송보국’을 바탕으로 양 항공사와 관련 업체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보전하고 한국의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한 바 있다. 메가 캐리어의 탄생은 노선망이나 항공기, 공급 규모 등에서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평가가 많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후 해외기업결합의 승인을 받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조 회장의 리더십은 소통 경영과 유연한 조직문화로 나타났다.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서 2020년 상반기부터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2022년 별도기준 매출 13조4000억원, 영업이익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도보다 2배가 늘면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짧은 시간에 대한항공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던 것은 유상증자부터 유휴자산 매각까지 회사의 자구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금 반납 및 휴업에 동참한 임직원들 희생도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노사가 함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던 것은 조 회장이 2017년 1월 대한항공 대표에 취임하면서 대화와 소통을 한진그룹 조직문화에 이식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 대표는 취임 당시 “대한항공 대표 사원이라는 자세로 솔선수범하겠다”면서 “직원들과 소통을 많이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조 회장은 사내 익명게시판, 현장 방문 등을 통해 현장에서 임직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소통경영을 실천했다. 2019년 7월부터 사내 업무 시스템을 구글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솔루션인 ‘G 스위트’로 전환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으로 전환했다. 지난 9월부터 국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복장 자율화를 시행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개인이 선호하는 근무 패턴에 맞게 점심시간을 갖는 ‘점심시간 자율 선택제’를 실시하고 있고, 개인 상황에 따른 유연근무제 등으로 근무 만족도를 높이는 회사 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이러한 소통 리더십을 기반으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기존 권위적인 기업 문화를 줄이고 자율적인 업무를 볼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1976년 1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나 인하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 남가주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2003년 8월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으로 그룹에 합류한 후 경영기획, 자재부, 여객사업본부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이후 진에어 대표이사(2016년 4월)를 거쳐 2019년 4월 대한항공 회장에 취임하면서 한진그룹 오너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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