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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화가 중요” 에이치이엠파마가 암웨이 손잡은 이유 [이코노 인터뷰]

지요셉 에이치이엠파마 대표 인터뷰
전 세계 판매망 있는 암웨이와 맞손
올해 ‘마이랩’ 서비스 일본으로 수출

지요셉 에이치이엠파마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 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바이오 투자 시장이 활성화되며 수혜를 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고 이들 기업으로 향했던 투자는 중단되다시피 했다. 많은 기업이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몇몇은 생존을 위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전략으로 제품을 개발·출시해 성과를 내고 있다. 에이치이엠파마가 대표적이다. 에이치이엠파마는 다국적 다단계 마케팅 기업 암웨이와 손잡고 매출을 꾸준히 확대했다. 경기도 성남 광교에 있는 에이치이엠파마 연구실에서 지요셉 대표를 만나 차별화에 성공한 이야기를 들었다.

왜 복통이…‘미생물’서 답 찾았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결합한 단어다. 우리 몸의 미생물 군집을 말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중에서도 장 속 마이크로바이옴은 건강 상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절하면, 건강상의 불편함을 해소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에이치이엠파마가 주목한 것은 단백질 섭취 후 복통을 앓는 사람들이었다. 단백질을 문제없이 섭취하는 사람의 장 속 미생물을 분석했더니, 복통을 호소하는 사람보다 ‘단백질 분해·흡수율’이 4배 수준 이상 높았다. 지 대표는 “건강한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뽑아 특정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이식하면, 이를 높이거나 개선할 수 있다”며 “에이치이엠파마의 단백질 제품도 같은 원리”라고 했다.

단백질은 근육 생성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이를 도와주는 여러 제품이 출시돼 있다. 간편식부터 유동식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단백질이 주성분인 제품을 먹고서 장에 가스가 차 ‘속이 불편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몇몇은 변비나 설사를 비롯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 대표는 이런 문제를 마이크로바이옴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지 대표는 “운동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며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단백질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다”면서도 “제품 섭취 후 속이 불편하다면 장내 미생물을 살펴보면 좋다”고 했다. 단백질을 뷰티르산(세포의 에너지 공급원이자 미토콘드리아의 자가포식 작용을 돕는 요소)까지 이끌어 잘 흡수되게 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없다면 배에 가스가 차거나 근육량을 기대한 만큼 높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요셉 에이치이엠파마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에이치이엠파마는 단백질 파우더에 단백질 분해·흡수율을 높이는 미생물을 첨가해 제품 ‘엔자임 바이옴’으로 출시했다. 이 제품은 곧 암웨이를 통해 해외에서 팔릴 예정이다. 지 대표는 “제품 출시 초기에는 국내에서만 엔자임 바이옴을 판매하려 했지만, 암웨이의 해외 지사에서 연락이 와 올해 상반기 홍콩과 베트남으로 수출할 계획”이라며 “현재 주문서(PO)를 받았고 올해 3월께 선정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B2C 파트너 암웨이…매출 확대 박차

세계 여러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들은 장의 미생물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는 약물이 우리 몸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증명하기 어려워 개발 과정이 더뎠다.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도 특정 마이크로바이옴이 있는 사람의 분변을 환자의 몸에 넣는 방식이라 신약으로 보기 어려웠다.

문제는 최근 2~3년 동안 세계적으로 투자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마이크로바이옴과 같은 새로운 방식의 신약 개발 기업이 자금을 유치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당초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신약을 개발했던 에이치이엠파마도 이런 어려움을 맞닦뜨리긴 마찬가지였다. 에이치이엠파마는 연구개발(R&D)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나섰다. 엔자임 바이옴도 그 중 하나다.

신약 개발 기업으로 영업 능력이 부족했던 에이치이엠파마는 암웨이와의 협력으로 판매 문제를 해결했다. 암웨이의 ‘다단계’라는 특성은 되려 빠른 시간 내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노출하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실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든 기업 상당수는 소비자 대상 사업(B2C) 경험이 없어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 암웨이가 미국, 일본 등 주요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이라는 점도 지 대표는 장점으로 봤다.

지 대표가 처음부터 다단계 마케팅 회사를 영업 파트너로 눈여겨 본 것은 아니다. 대학 은사인 강신익 전 LG전자 사장의 조언이 경영 판단에 지침이 됐다. 강 전 사장은 LG전자에서 글로벌마케팅부문장으로 퇴임한 해외 사업 전문가로, 한동대 부총장을 지냈다. 지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을 구상해 당시 대학 부총장이던 강 전 사장님을 찾아갔더니, 제품 판매를 위해선 ‘B2C’가 확실한 다단계업체와 만나보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전했다.

강 전 사장은 에이치이엠파마가 추진하는 다른 마이크로바이옴 사업도 암웨이와의 협력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에이치이엠파마는 암웨이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 ‘마이랩’을 출시했는데, 분석 서비스의 특성상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작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DB를 구축, 확대하는 데 암웨이의 소비자 망(net)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 대표는 “기존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는 ‘당신의 장 속 미생물이 이렇다’라는 결과만 제공하고,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며 “에이치이엠파마는 암웨이와의 협력을 통해 마이랩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이를 해결할 제품도 추천해 판매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단백질 제품인 엔자임 바이옴도 암웨이의 해외 지사에서 요청해 제품을 현지 공급하는 사례다.

지요셉 에이치이엠파마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암웨이와의 협력을 통해 에이치이엠파마의 기술인 피마스(PMAS)를 상업화할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도 지 대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피마스는 한 명의 마이크로바이옴을 90개 이상 복제하는 기술이다. 복제된 마이크로바이옴에 다양한 물질을 적용해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쉽게 말해 마이크로바이옴 서비스를 대량으로 실행해 상업화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인 셈이다. 기존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은 연구 단계에서 주로 사용돼 분석 규모가 작고 작업 과정이 복잡했다.

에이치이엠파마는 ‘신생 바이오 기업은 당연히 적자’라는 인식을 깨뜨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앞서 2020년 암웨이와 20년 독점 계약을 맺었고, 이후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에이치이엠파마는 2021년 19억원, 2022년 37억원, 2023년 5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적자지만, 2026년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암웨이를 통해 일본 시장에 마이랩을 공식 출시해 외형을 더 키운다.

현금은 R&D로…파트너 물색 중

에이치이엠파마는 쌓은 현금을 다시 신약 개발에 쏟을 계획이다. 자금 걱정 없이 본업인 신약 개발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현재도 신약과 관련한 R&D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임상시험에 막대한 자금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임상 2상을 진행해야 하는 우울증 치료제 후보물질 HEMP-001과 저위전방절제 증후군(LARS) 치료제 후보물질 HEMP-002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 에이치이엠파마는 미국과 호주에서 두 후보물질의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각각 승인받은 바 있다.

지 대표는 암웨이를 통해 마이랩 서비스를 확대하면 더 많은 마이크로바이옴 DB를 구축해 피마스를 고도화할 수 있어, 신약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에이치이엠파마가 곧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1상 IND를 제출할 폐쇄성 폐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지 대표는 “폐쇄성 폐질환 환자와 건강한 사람은 마이크로바이옴과 대사체의 유형이 다르다”라며 “DB를 더 많이 구축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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