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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737-800’ 의존도 높은 제주항공...“기종 불신 오래전부터 있어”

보잉의 B737-800, LCC 업계 수요 높아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30일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사망했다. 태국 방콕에서 무안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의 탑승객은 총 181명으로, 생존자는 2명이다. 지난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 이후 가장 큰 큐모의 인명 피해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고의 핵심 쟁점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와 ‘랜딩기어 미작동’ 두 가지다.

정부와 제주항공은 이번 여객기 참사와 관련한 명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다만, 제주항공은 사고가 발생한 항공기 보잉의 B737-800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 탑승을 꺼리는 움직임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29일 오전 8시 57분경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은 사고 항공기에 ‘조류 충돌 경고’를 내렸다. 이후 2분 뒤인 오전 8시 59분경 사고 여객기의 기장은 긴급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외쳤고, 관제탑에 복행(Goaround)을 통보했다. 복행은 항공기 정상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될 경우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재상승하는 것을 뜻한다.

복행 이후 제주항공 여객기는 착륙 예정이던 1번 활주로에서 방향을 틀었다. 오전 9시 1분경 19번 활주로 진입 허가가 내려졌고, 9시 2분 해당 활주로 3분의 1(1200m) 지점에 동체 착륙하며 접지했다. 다만, 사고 여객기는 9시 3분경 활주로를 이탈해 충돌이 발생했고,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무안공항, ‘조류 충돌’ 관리 부실 도마

당시 사고 영상에는 착륙 직전 제주항공 여객기의 우측 엔진에 불꽃과 연기가 나오는 모습이 담겼다. 조류 충돌로 의심되는 장면 중 하나다. 사고 피해자와 유족 간 대화 내역에서는 ‘조류 충돌’를 유추할 수 있는 메시지가 확인됐다. 또, 사고 생존자 중 1명은 사고 원인과 관련해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는 말을 구조대에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운항 중인 항공기에 새가 충돌해 생기는 항공 사고를 ‘조류 충돌’이라 칭한다. 일반적으로 항공기의 이·착륙이나 저고도 비행(1만피트·약 3000m 이하) 중 발생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시속 370km로 운행하는 항공기에 약 900g의 조류 한 마리가 충돌할 경우 항공기에 전해지는 충격은 4.8t에 달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6개월간 (2019년~2024년 상반기)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은 623건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조류 충돌 건수는 2019년 108건에서 코로나 여파로 운송량이 감소한 2020년 76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2023년 152건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도 ▲2019년 5건 ▲2020년 1건 ▲2022년 1건 ▲2023년 2건 ▲2024년 상반기 기준 1건 등 매년 조류 충돌 사례가 보고됐다. 건수 자체는 14개 공항 중 9번째다. 이 기간동안 이착륙한 항공편(1만1004편) 대비 발생률을 놓고 보면 0.09%로 가장 높았다.

문제는 무안공항에 조류 충돌과 관련된 예방설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무안공항에는 조류 충돌 예방 설비인 버드 스트라이크 탐지레이더와 열화상 탐지기 등 2종의 설비 모두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력도 부족했다. 정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는 “(무안공항의 조류충돌이 많은지는) 다른 공항과 비교해야한다”면서도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예방 활동 근무자는 4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고 당일엔 2명이 근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한 시민이 이륙을 준비하는 제주항공 여객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B737-800 의존도 높은 제주항공


사고 항공기는 보잉의 B737-800이다. 해당 항공기는 지난 2009년 9월 4일 제작 됐다. 기령은 올해로 15년이다. 항공업계에서는 통상 20년 이상의 기령을 ‘노후 항공기’로 보는 만큼, 비교적 신형에 속한다.

B737-800은 저비용항공사(LCC)에서 주로 사용한다. 중·단거리 비행에 주로 쓰이는 기종인 만큼, LCC에서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해당 항공기는 국내 총 101대가 도입돼 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2대를 제외하면 모두 LCC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번 참사 이후에 같은 기종의 여객기에서 또 다시 ‘랜딩 기어’ 문제가 발생하면서 기체 문제점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7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은 이륙 직후 랜딩 기어 이상이 발견돼 긴급 회항했다. 제주항공은 41대의 기단 중 대부분인 39대를 B737-800 기종으로 운영 중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륙 직후 랜딩 기어에 이상이 있다고 조종사 모니터에 신호가 떴고. 해당 기장은 즉시 지상의 통제센터와 교신해 계기 조작을 했고 곧 정상 작동이 됐다”며 “다만, ‘안전점검이 필요하다’ 라는 기장의 판단 아래 김포공항에 다시 회항했다”고 설명했다.

B737-800 항공기가 ‘랜딩 기어’ 문제로 회항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의 경우 영국 맨체스터 공항을 출발한 투이 항공의 B737-800 여객기가 랜딩기어 고장으로 회항했다. 지난 10월에는 인도 에어인디아익스프레스 소속 B737-800 항공기가 랜딩기어 결함으로 회항했다.

참사 전날에도 비상착륙이 있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던 B737-800 여객기가 비상착륙을 시도한 것. 유압 장치 고장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 해당 여객기는 비상착륙에 성공했고, 활주로를 벗어나 풀밭에 안착했다. 부상자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B737-800 기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제주항공의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이번 참사로 인해 제주항공 뿐만 아니라 LCC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추후 LCC 업계의 전망도 어두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주항공이 B737-800 기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탑승객들이 제주항공을 피하는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LCC는 장거리 운항보다 중단거리 운항에 집중하기 때문에 해당 기종을 선호하는데, 이 사고를 기점으로 제주항공 뿐만 아니라 LCC를 찾는 승객들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B737-800 기종에 대한 불신은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앞으로 이용객들이 기종을 직접 확인하고 탑승할 것으로 보여지는데, 제주항공의 보유 기종이 B737-800가 많은 만큼 제주항공에 대한 불신과 함께 이는 LCC 업계 전반으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존재한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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