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연 3.00%로 동결…환율 변동성 커져 ‘숨고르기’ (종합)
"고환율과 물가 상황 등 고려 결정"…금리 3차례 연속 인하 부담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가 급증하면서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한 박자’ 쉬어가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정국 불안과 주요국 경제 정책의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대내외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숨고르기 차원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은행은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3.00%로 동결했다. 지난해 10월부터 2연속 기준금리를 낮춘 만큼 3연속 인하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4년 5개월 만에 금리 인하에 나선 후 11월에도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바 있다.
무엇보다 고환율이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1472.5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5거래일 연속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금리 동결이 발표된 16일 오전 10시 35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51.10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금통위가 추가 금리인하에 나서 한미금리차가 확대되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웃돌 수 있단 경계감이 커졌다.
고환율에 금리 3차례 연속인하 부담
이 같은 고환율 상황은 수입 물가를 높여 물가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증대되고 경제전망의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라며 “환율 변동성 확대가 물가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유의하며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도록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의 배경과 관련해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든지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상황을 좀 더 보고 확신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앞서 두 차례 금리를 내린 효과도 볼 겸, 숨 고르기 하면서 판단하는 것이 신중하고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금통위 모든 위원이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고 했다”면서도 “이번에는 특히 환율을 중심으로 한 대외 균형이,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악화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도 동결의 이유로 작용했다. 현재 양국 금리 차이는 1.50%포인트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뛴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더 내려 양국 금리차가 벌어지면, 자금유출과 환율 추가 상승 우려가 커질 수 있어서다.
이 가운데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만큼 금통위도 금리 인하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위원들은 인프레이션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이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을 고려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8일 공개된 FOMC 의사록을 보면 연준은 “거의 모든 참석 위원은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했다”며 “참석 위원들은 통화 정책 완화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거나 가까워졌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말했다다. 이어 “앞으로 몇 분기 동안 결정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했다.
다만 시장에선 오는 2월 금통위에선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측한다. 내수침체 상황과 수출 부진으로 인한 경기 하방 우려도 만만치 않은 만큼 경제·금융 지표 확인,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정책과의 공조 등의 측면에서 2월에 금리인하를 염두에 둔 금통위원이 늘어날거란 전망에서다.
이 총재 역시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런 결정을 함과 동시에 불확실성을 점검하며 향후 3개월 내 여섯 위원 모두가 현재 금리 3.00%에서 인하할 가능성은 크다고 말씀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외 경제 여건의 변화를 확인한 이후 금리 인하를 통해 경제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총재는 “이전에는 큰 변수는 미국의 통상정책이었는데 지금은 몇개월간 정치 프로세스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인가가 경기 결정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외 주요 기관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 전망치를 잠재 수준(2%)을 밑도는 1%대 중후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우리나라의 올해 평균 경제 성장률은 1.7%다. 국가미래연구원은 그보다도 낮은 1.67%를 올해 성장률로 제시했다.
앞으로 금통위는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화 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은 국내 정치 상황 및 대내외 경제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및 환율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도록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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