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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버린 폐기물로, 도시를 다시 밝히는 천일에너지 [이코노 안터뷰]

박상원 천일에너지 대표
폐기물, 수거부터 처리까지 한번에
연간 109억원 예산 절감 효과 제공

박상원 천일에너지 대표이사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버려진 폐기물을 에너지로 만든다. 천일에너지의 주된 업무다. 천일에너지는 2010년 설립된 친환경 에너지 기업이다. 폐기물 자원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과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창립 초기에는 폐기물 처리 전문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스마트 자원 관리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천일에너지는 의료 폐기물, 건설 폐기물, 생활 폐기물 등 다양한 자원을 직접 수거하고 운반하며, 처리한다. 보통 이 과정은 여러 단계로 나뉘고 각 단계 마다 여러 업체가 분업하는 구조다. 하지만 천일에너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직접 운영한다. 

그가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폐기물 처리 시장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박상원 천일에너지 대표는 폐기물 처리의 원스톱 과정을 통해 불법 투기를 방지하고, 투명한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폐기물 처리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법 폐기물 유통과 방치”라며 “폐기물 처리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불법 투기로 인한 환경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우리는 공공 선별장 시스템과 IT 기반 추적 시스템을 도입해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발로 뛰어 만든 ‘우드칩’

천일에너지가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자원은 폐목재다. 도시의 공사장에서 나오는 건축 자재, 오래돼 버려지는 가구, 산업 현장에서 생긴 목재 부산물 등이 ‘우드칩’(Wood Chip)이라는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다. 우드칩은 나무를 잘게 파쇄한 형태의 연료로,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폐목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천일에너지는 좌절하지 않았다.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직접 움직였다. 전국의 지자체를 직접 찾아가고, 생활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연구했다. 갖은 노력 끝에 천일에너지는 폐목재를 무상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

박상원 천일에너지 대표는 “회사 설립 초기에는 폐목재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직접 전국을 찾아다녔다”며 “각 지역을 방문해 생활폐기물 처리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조사했고, 주민들이 버리는 대형 폐기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살펴봤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대부분의 폐목재는 중간 처리업체에서 재판매되거나 불법 유통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문제점을 발견한 뒤 부터는 지자체와 협력해 무상으로 폐목재를 처리해 주겠다고 제안했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의 노력은, 시장 내 입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천일에너지는 국내 폐기물 처리 및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주요 고객 및 협력사로는 지자체, 공공기관, 대형 건설사, 환경 관련 연구기관 등이 있다. 

특히 서울 내 20개 구청과 협력하여 폐목재 무상 처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대 중이다. 이를 통해 지자체는 처리 비용을 절감하고, 천일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도시에서 나오는 자원들이 다시 도시를 밝히는 연료가 되는 순간이다.

지자체와의 협력에 집중하는 이유를 묻자, 박 대표는 “가장 큰 이유는 예산 절감 효과”라며 “예를 들어, 한 구청에서 폐목재 처리에 1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우리가 무상으로 처리하면서 그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천일에너지는 전국 39개 지자체와 폐목재 무상처리 협약을 맺고 있다. 이를 통해 지자체들은 연간 109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환경 문제 해결과 지자체의 예산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한 셈이다.

박상원 천일에너지 대표이사가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 신인섭 기자]
목표는 한국의 WM

천일에너지는 미국 웨이스트 메니지먼트(WM)사의 성공 모델을 한국 시장에 맞게 재해석하고 있다. WM이 미국 전역에 250개의 매립장을 운영하며 400억 달러의 시장가치를 창출한 것처럼, 천일에너지도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산업 표준을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목표다.

천일에너지의 비전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PEF를 통한 전략적 인수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둘째, 디지털 혁신을 통해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며, 셋째, ESG 가치 창출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또한 PE나 기타 금융기관이 보유한 폐기물 관련 회사들에 대한 운영 자문도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천일에너지는 폐목재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바이오차(Biochar) 생산도 시작했다. 커피숍에서 직접 찌꺼기를 수거해 비료와 사료로 재활용하는 모델을 운영 중인데, 현재 일부 지역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팜 사업도 준비중이다. 포천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잉여 열을 스마트팜에 활용하는 방법인데, 현재 딸기 재배를 시범 운영 중에 있다. 에너지 비용이 0원이라 경쟁력이 높다는게 박대표의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산림에서 발생하는 미이용 목재를 건조해 연료화하는 건조 설비 사업도 추진중에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지역 농가와 협력해 스마트팜을 확대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 구축 하는 것이 박 대표의 청사진이다.

박 대표는 “폐기물 산업은 이제 단순한 처리 사업이 아닌, 첨단 환경 솔루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우리가 쌓은 노하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내고 싶다. 한국의 WM이 되는 것은 단순한 규모의 성장이 아닌,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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