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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이 그린 겨울왕국" 경북 영양 자작나무숲으로 떠나볼까

사진 영양군
봄기운이 살짝 고개를 내밀던 3월, 영양군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예상치 못한 봄눈으로 다시금 새하얀 옷을 입었다. 산과 들이 서서히 푸름을 더해가는 계절이지만,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여전히 겨울의 정취를 간직한 채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올겨울은 유난히도 길게 느껴진다. 3월 초에 내린 눈은 앙상하게 남은 자작나무 가지에 눈꽃을 피워냈다. 많은 눈 때문에 멈춰 선 자작나무숲 전기차 탑승소 앞에서 멀뚱히 바라본 맑은 하늘과 공기에 천천히 자작나무 숲으로 이끌려 들어간다.

숲 입구까지 걸어가는 동안 침엽수 위로 쌓인 눈이 모퉁이마다 무겁게 떨어지며, 길 안내를 시작한다. 흔적 하나 없이 말끔한 눈길 위로 발자국을 하나 둘 새겨 가다 보면 어느새 자작나무 숲 입구에 도착한다. 4.7km라는 거리는 눈으로 보는 풍경과 얼어붙은 표면을 깨고 흐르는 계곡 소리에 가벼운 여정으로 느껴진다.

숲으로 들어서면 높게 솟아있는 나무들은 하얗게 시야를 메운다. 축구장 40개의 크기만큼이나 넓은 이 숲길은 2개의 코스로 나눠지며, 그 코스마다 전해지는 풍경 또한 다르다. 1.49km의 1코스와 1.52km의 2코스는 설산이 처음인 초보에는 안성맞춤이다.

새하얀 눈길에 매료돼 고개를 떨구고 걸으면 후회가 될 정도로, 맑은 하늘과 어우러져 이색적인 숲속의 경치는 간직하고 싶은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누르고 있다. 또한,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포토존은 자작나무숲에서 한 폭에 그림을 남기기에 적당한 프레임을 만들어준다.

전망대로 올라가면 고도 800m를 훌쩍 넘기는 높이에서 자작나무숲 일대를 조감할 수 있다. 빼곡하게 수놓은 나무에 하얀 수피들 사이로 대지를 덮은 하얀 눈으로 형성된 순백의 도화지 앞, 바로 이 순간만큼은 내가 이 공간의 주인공이 된다.

영양 죽파리의 눈은 아직 녹지 않았다. 이번 주 주말까지도 자작나무에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자작나무의 꽃말인 ‘당신을 기다립니다.’처럼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높은 하늘과 맑은 공기를 품고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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