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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이양제’ 꺼낸 서울시, 부동산 시장 미칠 영향은?

[도시 계획 새바람]①
“순기능 많다” 평가 다수…문화재 보호에 가로막혔던 주민 재산권 행사
도시공간 혁신…부동산 투기 우려 등 복합적 요소 고민 지적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를 찾은 시민과 외국인들이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서울시가 ‘용적이양제’를 추진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용적이양제란 문화유산 인근 지역처럼 높이규제 등에 가로막혀 주어진 용적률 상한까지 건물을 짓지 못한 면적을 다른 지역에 판매‧이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서 용적률을 추가로 확보하면 건물을 더 높이 올리거나 건축 면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그만큼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문화재 보호‧주민 재산권 행사 동시에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까지 제도의 개념과 절차, 관리 방안 등을 담은 ‘서울특별시 용적이양제 운영에 관한 조례(가칭)’ 제정을 위해 입법예고하고, 하반기부터 ‘서울형 용적이양제’ 본격 시행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법정 용적률 상한이 200%인 A 지역의 경우 근처 문화재 때문에 높이 제한에 걸려 용적률을 150%밖에 쓰지 못한다면, 나머지 50%를 고도 제한 구역 밖에 있는 다른 사업장에 팔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A지역 대지 면적이 1000평이라면 용적률 계산상 500평을 더 지을 수 있는 권리를 팔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B 사업장이 A 지역에서 짓지 못하고 남은 용적을 사게 되면 용적률 상한선을 넘겨 500평만큼 높고 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이때 B 사업장의 대지 면적이 1만평이라면 용적률을 5% 추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 B 사업장이 건축 제한에 막힌 다른 지역의 용적까지 매입할 수 있게 되면 용적률 상한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원 밴더빌트’는 93층 빌딩으로 인근 그랜드센트럴의 용적률을 받아 용적률 3000%에 달하는 건물을 올릴 수 있었다. 서울형 용적이양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한국에서도 이런 랜드마크 건물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도시계획과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대부분 용적이양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문화재 보호를 위한 규제를 유지하면서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도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도시계획 측면에서 그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용적만큼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건축 면적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면적이 협소해 대규모 개발이 쉽지 않은 서울 시내에서 용적이양제를 통해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면 업무와 주거 여가문화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고층 복합 빌딩을 활용한 ‘콤팩트시티’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용적이양제는 이미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되는 정책으로 도시 개발의 논리가 아니라 ‘관리’의 수단으로 봐야 한다”며 “대부분 인프라를 갖추고 오피스 건물이 들어선 중심지에 선별적으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고도 제한 등으로 용적률 상한까지 건물을 짓지 못해 재산권에 침해를 받았던 지역 주민의 경우 용적이양제를 통해 용적을 사고팔아 합리적으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롯데월드타워를 뛰어넘는 랜드마크를 짓는 사업자가 있다면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지만, 해외 사례처럼 용적률 2000~3000%를 인정받아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여력을 가진 곳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공식적인 내용으로는 강북권처럼 정비 사업을 하는 곳에 용적률을 거래해 정비 사업의 사업성을 높이도록 추가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정도로 맥락을 보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계획안 조감도.[자료 현대차그룹]

“우후죽순 초고층 빌딩 우려? 가능성 작다” 

건설업계에서도 초고층 빌딩을 건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작업의 문제도 있지만, 비용 문제가 크기 때문에 이를 감내하고 사업을 추진할 사업주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5층짜리 건물 두 개 동 짓는 것보다 50층짜리 건물 한 개를 올리는 것의 비용이 2배 이상 든다”고 말했다. 그는 “고층 건물이 들어설 때 대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더 많은 주택이나 상가, 오피스를 확보할 수 있고 건축물의 상징성 등으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한다”면서도 “이런 효과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초고층 빌딩이라면 오히려 사업주 입장에서 부담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조성할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건립 계획을 105층(561m) 1개 동에서 54층(242m) 3개 동으로 변경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5월 105층 건물을 짓기 위한 착공에 들어갔지만, 공사비 급등과 경영 상황이 변화하면서 초고층 설계안을 수정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설계 변경을 통해 아낀 건축 투자비를 첨단기술에 집중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기술을 포함해 자율주행·로보틱스·다목적기반차량(PBV)·도심항공교통(UAM) 등 현대차그룹이 주목하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건물 인프라에 적용할 것인지도 관심이 모인다. 그만큼 비용 감축 효과를 크게 보는 것인데 이는 반대로 초고층 빌딩을 지을 때 많은 돈이 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면밀한 검토를 거쳐 정책을 신중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순기능이 예상되지만, 잘못할 경우 부동산 투기 우려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사업성이 부족한 곳에서는 고층 복합개발을 통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이렇게 개발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화 현상이 너무 심화하거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시범‧단계별로 시행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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