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단기채권 투자자 손실 현실화되나…책임 공방 본격화
[홈플러스 사태 2막]③
기업회생 신청 후폭풍…CP·ABSTB 투자금 회수 불투명
개인투자금 3000억원 운명은?…홈플러스·증권사 책임 공방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회생절차에 따라 금융채권 변제가 유예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채권 투자자들은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에 직면했다. 신영증권과 MBK파트너스 간 책임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국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홈플러스는 지속적인 실적 부진과 비용 증가로 인해 재무상황이 악화돼 왔다. 주요 수익원인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감소하고,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진 게 이유였다. 2024년 하반기 들어서는 운영 자금 마련이더욱 어려워지며 현금 유동성 부족 문제가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단기채권을 발행하며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2024년 1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총 6000억원 규모의 단기채권이 발행됐다. 이 중 ABSTB가 4000억원, CP 및 전자단기사채가 2000억원을 차지했다.
그런데 올해 2월 말,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등급이 A3에서A3-로 하향 조정됐다.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지속적인 실적 부진과 높은 부채 비율, 현금 유동성 악화를 신용등급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홈플러스가 단기차입금을 계속 늘리면서도 충분한 상환 능력을 증명하지 못한 점이 신용 리스크로 작용했다. 유통업계 경쟁 심화로 인해 매출이정체된 상황에서, 대규모 채무를 갚기 위한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점도 신용등급 강등에 영향을 미쳤다.
신용등급 하락에도 홈플러스는 2월 21일 CP 50억원과 전단채 20억원을 추가로 발행했다.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후 3월 4일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기업회생 신청과 함께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D로 급락했고, CP와 ABSTB의 변제가 불투명해졌다.

개인 투자자 피해 현실화되나
가장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단기채권이 리테일 시장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공급됐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P와 ABSTB의 개인 판매 규모는 약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운용사들이 펀드를 통해 해당 채권에 대한 재간접 투자를 진행했던 것을 감안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기업회생 신청 이후 CP와 ABSTB의 상환이 불투명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있다. 일부 채권은 전액 손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등 원금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으며, 금융소비자연맹 등 투자자 보호단체들은 금융당국에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증권사들의 책임 여부를 따지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해당 채권을 비교적 안정적인투자상품으로 안내하며 적극적으로 판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 당시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만큼, 투자자들이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홈플러스 단기채권 발행을 주관한 신영증권과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신청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단기채권을 발행했으며, 이를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신영증권이 MBK파트너스를 형사 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 MBK파트너스는 지속적인 영업 적자와 유동성 악화로 인해 기업회생 신청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CP와 ABSTB를 통한 자금 조달도 기존 차입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신영증권이 시장 수요를 고려해 발행을 승인한 만큼, 모든 책임을 MBK에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말 홈플러스와 신영증권이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양측은 신용등급 하향 조정 이후 시장 수요를 점검하는 논의를 진행했지만, 기업회생 신청 가능성이 논의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 회동의 내용이 판매 책임에 대한 법적 공방의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법적 다툼보다는 원만하게 해결할 수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생각하고 있고, 이 기조는 변함이 없다”며 “주관사인 만큼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특정일을 데드라인으로 잡거나 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ABSTB, 금융채권인가 상거래채권인가
개인투자자들은 ABSTB가 금융채권이 아닌 상거래채권으로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금융채권 변제가 유예되면서, ABSTB가 금융채권으로 분류될 경우 변제 우선순위에서 밀려 투자자들의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되면 협력사들과 동일한 변제 우선순위를 적용받아 회수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ABSTB는 홈플러스의 물품 구매 대금을 기초로 발행됐지만 카드사와 증권사를 거치면서 금융상품으로 유동화되었기 때문에 법적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ABSTB가 신용판매 대금을 기반으로 한 금융채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기업회생절차에서 변제 우선순위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투자자들과 일부 증권사들은 ABSTB가 본질적으로 납품 대금을 유동화한 것이므로 상거래채권으로 간주해야 하며, 이에 따라 변제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ABSTB의 법적 성격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투자금 회수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홈플러스가 법원에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는 기한인 6월 3일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금융당국과 국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의 홈플러스 단기채권 판매 내역을 조사하는 동시에 3월 12일까지 홈플러스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
도록 요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3월 18일 긴급 현안 질의를 열고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전후의 단기채권 발행 과정과 투자자 피해 문제를 살펴볼 예정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마인즈그라운드, 서초 신사옥 시대 개막한다
2“얼굴 인식만으로 출국장 통과”...신한은행, 인천공항 ‘스마트패스’ 도입
3내년까지 서울은 7만여가구 입주…전국에서는 46만5000여가구
4구자현 이베이재팬 대표 “기업 가치 100억엔 K-뷰티 브랜드 100개 만들 것”
5옷재, ‘2025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새로운 한복문화 선보여
6김수현 측 '의혹 전면 부인'...김새론 채권 '대손금 처리', 증여세까지 세심히 배려
7이경수 코스맥스 회장 “두 번째는 의미 없어…가장 먼저 혁신 제품 선보여야”
8김수현 측, 故김새론 미성년 시절 교제설·빚독촉 의혹 전면 부인
9차량공유업체 쏘카, ‘이 소식’에 장중 23% 급등…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