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성공 이야기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 전쟁터가 된 온라인 이커머스, 이 속에서 피어난 색다른 꽃
'물리적' 아닌 '정서적'에 집중...본질 바꿔 새 가치 만든 혁신 사례

다만 모두가 '당일배송'을 외치고, '최저가 보상'을 약속하며 광고비 전쟁을 벌이는 이 시장에서 조용하고 확실하게 자신만의 영토를 구축한 플랫폼이 있다. 바로 '카카오톡 선물하기'다.
"우리는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채널을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는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내세운 차별화 전략을 보여준다. 다른 플랫폼들이 '더 싸게', '더 빠르게'를 외칠 때, 카카오는 '더 따뜻하게', '더 의미 있게'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성공이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어떻게 성공했나
카카오의 2024년 매출(연결기준)은 전년 대비 4% 증가한 7조87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2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실적에 대해 "코어 사업인 카카오톡의 톡비즈 광고, 커머스는 30%를 상회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했다. 물론 커머스 사업의 핵심은 카카오톡 선물하기다.
카카오가 치열한 이커머스 전쟁터에서 발견한 블루오션은 바로 '선물하기'라는 틈새시장이었다. 일반적인 이커머스가 '소비자 본인이 필요해서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한다면, 카카오는 '지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선물하는 행위'로 커머스를 재정의했다.
이는 단순한 포지셔닝 차별화가 아니라 커머스의 본질적 접근 방식을 바꾼 혁신이었다. '구매'와 '거래'보다는 '관계'와 '감성'에 집중한 것이다.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는 인류의 오래된 문화적 관습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선물하기는 종종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받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야 하고, 예산을 생각해야 하며, 선물을 고르고 포장하고 전달하는 과정도 번거롭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이 복잡한 과정을 극도로 단순화했다. ▲상품 선택부터 ▲결제 ▲메시지 작성 ▲배송까지 모든 과정이 앱 안에서 몇 번의 터치만으로 가능하다. 이런 편리함은 '선물의 심리적 장벽'을 크게 낮췄다.
특히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이나 지인에게도 선물이 가능해 거리의 한계까지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단순한 상품 배송을 넘어 가족과 지인간의 소중한 시간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단연 '접근성'이다. 거의 모든 한국인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에 선물 서비스를 얹음으로써 별도의 앱 설치나 가입 과정 없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접근성은 단순히 '사용이 쉽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톡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열어보는 앱이다. 사람들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친구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선물하기' 아이콘을 접하게 된다. 이런 높은 노출 빈도는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또한 카카오톡의 '생일인 친구' 알림 기능은 선물하기의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 오늘이 누구의 생일인지 자동으로 알려줌으로써 선물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해준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친구의 생일을 챙길 수 있어 좋고, 카카오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선물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인 것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했다. 카카오는 사용자의 구매 이력과 검색 패턴, 친구와의 대화 콘텍스트 등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선물 추천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선물하기의 핵심 강점은 개인화된 상품 추천에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상품 카테고리별 추천이 아니라, 누가 누구에게 어떤 맥락에서 선물하는지까지 고려해 최적의 선물을 제안하는 기술력이 우리의 차별화 포인트다"라고 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라는 인간의 본질적 욕구에 주목하고, 그것을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해 낸 결과다.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물리적 가치에 집중할 때, 카카오는 정서적 가치에 집중했다.
사업의 '본질적 정의'를 바꾸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사례는 비즈니스의 본질적 재정의가 어떻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 예시다. 기존 시장의 룰을 따라 경쟁하는 대신, 사업의 정의 자체를 바꿈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어낸 것이다.
'상품 판매'가 아닌 '관계 연결'로, '효율성'이 아닌 '감성'으로, '거래'가 아닌 '소통'으로 사업을 재정의했을 때 경쟁이 없는 새로운 영토가 열렸다.
이는 모든 산업에 적용 가능한 통찰이다. 전통적인 사업 모델의 경계를 넘어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정의할 때, 경쟁 없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혁신은 단순히 IT 기술의 적용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 욕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업 정의의 근본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음을 전하는 기술, 그 혁신의 여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명확하다. 진정한 혁신은 기존 시장에서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본질적 정의를 바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있다는 점이다.
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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