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과하지 않음’의 매력…‘젠틀의 미학’ 액티언 하이브리드 [타봤어요]
- KGM 액티언 하이브리드 시승기
주행 성능·편의 사양 육각형으로 거듭나
단일 트림 승부수…가격은 3695만원부터

기자는 최근 '더 젠틀 머신'(The Gentle Machine) 액티언 하이브리드를 약 100km 주행해봤다. 시승 코스는 서울 강남구 KGM 익스피리언스센터부터 경기 양평군에 위치한 한 카페다. 도심의 정체 구간과 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탁 트인 도로를 지났는데, 매 순간 액티언 하이브리드의 젠틀한 진면목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겉보기에는 평범하다. 전통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비율에 약간의 쿠페 스타일을 섞었고, 전면부에는 KGM 특유의 '건곤감리' 패턴 LED 주간주행등이 박혀 있다. 20인치 휠, 블랙 휠 아치,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이 ‘우리도 디자인 좀 한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겉보다 속이다.
실내로 들어오면 운전자를 향한 KGM의 진심이 느껴진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AVN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진 파노라마 패널은 운전자 쪽으로 8도 기울어져 있다. 시야 확보도 좋고, 화면 반응 속도도 빠르다. 터치도 부드럽고, 내비게이션 반응도 무난하다. 시트는 천연 가죽에 퀼팅 마감이다. 착좌감에 다소 예민한 기자에게도 액티언 하이브리드의 시트는 편안하게 느껴졌다.
도심을 달리는 순간부터 이 차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시동을 켰을 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정숙하다’는 상투적인 표현을 꺼내기엔, 액티언 하이브리드가 보여주는 첫 인상은 훨씬 더 복합적이다. 조용하다 못해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는 몇 미터의 진동까지 낯설 정도로 부드럽다.
KGM은 이 차를 ‘더 젠틀 머신’이라 부르는데, ‘젠틀’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직관적으로 와닿은 적은 처음이다. 특히 저속 주행 구간에서,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거의 100% 전기(EV) 모드로만 움직인다. 전기차 특유의 민첩함, 그리고 하이브리드 특유의 탄력적인 회생제동이 어색하지 않게 섞여 있다. ‘하이브리드라면서 왜 이리 조용해?’라는 생각이 주행 중 꽤 자주 들었다.
가속 페달을 깊이 밟으면 가솔린 터보 엔진이 깨어난다. 하지만 전기모터의 개입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130kW급 모터는 엔진의 개입을 부드럽게 덮어버리고, 덕분에 변속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e-DHT 하이브리드 전용 미션은 충전과 구동을 동시에 처리하면서도 주행 질감을 해치지 않는다.
가장 인상적인 건 어떤 순간에도 실내는 조용하다는 점이다. 가속을 하는 순간에도 차량 내부는 평화로웠다. 20인치 타이어를 끼웠지만,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은 거의 없다. 기자는 홀로 주행했지만, 동승자가 있었다면 꽤 적막한 분위기가 이어졌을 것이다. 차량 내부를 채우는 음악이라도 없으면 민망할 정도다.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선택지(옵션)을 걷어낸 대신, 더 많은 걸 담았다. 3600만원대 하나의 트림으로, 대부분의 기능을 끝까지 밀어넣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는 고속도로에서 부드럽게 작동했고, 킥 모션 테일게이트와 디지털 키, 무선 OTA 업데이트, 통풍 시트까지 다 들어갔다. 따로 고를 필요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이 차의 자신감처럼 느껴진다.
특히 댐퍼가 일을 잘했다. KGM이 이번 액티언에 적용한 건 ‘스마트 프리퀀시 댐퍼’(SFD)다. 충격을 흡수할 뿐 아니라 노면의 요철에 따라 반응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속도 방지턱을 넘는 순간, 서스펜션이 충격을 삼키듯 눌렀다 튕겨냈다. 싸구려 탄성이 아닌, 짜임새 있는 유연함. ‘잘 만든 등산화’라는 비유는 여전히 유효하다.
실내 공간도 아낌없다. 2열 레그룸은 939mm, 헤드룸은 1001mm 수준이다. 물론 숫자보다 중요한 건 느낌이다. 앉았을 때 남는 여백이 확실했다. 트렁크는 기본 652ℓ, 시트를 접으면 1400ℓ를 훌쩍 넘긴다. 도심형이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캠핑 장비며 여행 짐도 넉넉히 삼킬 수 있는 구조다.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뭔가 대단히 특별한 것을 하진 않는다. 전기차처럼 조용하고, 내연기관차처럼 익숙하며, 하이브리드처럼 효율적이다. 고속 주행에서도, 좁은 골목에서도, 신호대기 중에도 이질감이 없다. 너무 부드럽고, 조용해서, 운전의 재미 그 자체를 선호하는 운전자에겐 차량 자체가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차의 진짜 미덕은 거기 있다.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조용히, 묵묵히 뚫고 나갈 수 있는 차량이다. 육각형 차량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육각형의 중심엔, ‘과하지 않음’이라는 미덕이 자리 잡고 있다. 눈에 띄게 튀지는 않지만, 모든 항목에서 부족함이 없다.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그렇게, 운전자를 놀라게 하기보단 안심시키는 쪽을 택했다.
시승 내내 만족했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았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나친 핸들 개입’이다. 핸들을 돌리는 순간마다 스티어링휠이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손에 닿는 반발력도 제법 뚜렷했다. 때로는 '내가 운전하는 건가, 차가 나를 조종하는 건가' 싶을 만큼 간섭이 강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 점은 호불호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이 강한 만큼, 초보 운전자나 장거리 운전 시엔 오히려 든든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다만, 운전에 능숙한 운전자들에겐 심리적으로 다소 거슬릴 수 있을 듯하다. 기자는 정확히 반반이었다. 시작지부터 회차지까지 가는 순간에는 핸들 개입이 신경쓰였지만, 회차지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크게 거슬리는 순간은 없었다.
액티언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3695만원이다. 동급 경쟁 모델 대비 200만~300만원 저렴한 가격임에도, 핵심 기능들이 한 트림에 모두 탑재돼 있어 경쟁력은 충분하다.
앞서 말했듯, 오롯이 운전 그 자체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 운전자보다, 가족과 지인 등과 함께 어디든 무리 없이 떠나고 싶은 운전자들에겐 탁월한 선택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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