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내년 4월 WGBI 편입…외국인 자금 대거 유입되나
- [글로벌 주가지수 편입]①
한국 국채, 세계국채지수 편입 확정…대규모 자금 유입 기대감
세제·결제 인프라 개선 속 채권시장 구조 변화 예상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 2026년 4월부터 한국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순차적으로 편입된다. 8개월간의 분할 적용이 끝나면 한국 국채는 지수 내에서 약 2% 안팎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패시브(지수 추종형)·액티브(변동형) 자금을 합쳐 약 75조~90조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WGBI는 FTSE 러셀(FTSE Russell)이 산출하는 세계 3대 채권지수 가운데 하나다.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 국채가 포함돼 있고 이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 규모는 약 2조5000억달러(약 3472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한국 국채가 지수에 편입되면 전 세계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대형 기관투자가의 포트폴리오에 자동으로 포함된다.
제도 개선으로 WGBI 편입…투자 환경 정비
WGBI 편입이 확정되기까지는 여러 제도적 걸림돌을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복잡한 등록 절차 ▲제한적인 예탁결제 시스템 ▲짧은 외환시장 운영시간 등으로 불편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FTSE는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의 편입 결정을 보류했는데, 당시에는 외국인 등록제 폐지나 국제예탁결제기구 연계 계좌 도입 같은 조치가 아직 안정적으로 안착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후 정부는 시장 접근성 개선을 본격화했다. 2023년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이자·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시행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외국인 등록제를 폐지했다. 2024년 6월에는 유로클리어(Euroclear)와 클리어스트림(Clearstream) 등 국제예탁결제기구와 연결된 국채통합계좌를 개통해 해외 투자자들이 기존 글로벌 시스템을 통해 직접 한국 국채를 사고팔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결제 인프라와 비용 측면의 보완도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한국은행 거액결제시스템(BOK-Wire+) 마감 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하고, 예탁결제원의 채권결제시스템 운영시간도 늦추기로 했다. 편입 개시에 맞춰 글로벌 운용 시간대와의 정합성을 높이는 조치다.
예탁결제원도 2025년 8월부터 국채통합계좌 보관 수수료를 약 3분의 2 수준으로 낮춰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 비용이 30%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 4월 편입 시행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 환경을 정비하기 위한 조치들이 속속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국채 수요 증가…‘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되나
편입이 본격화되면 채권시장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지수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은 국채 수요를 늘려 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부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기업들의 조달 비용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요인이 부각될 수 있다. 안정적인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경우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손 위험이 줄어들어 국내 자산 전반의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주식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채권과 외환시장의 안정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 기준을 바꾸면서 한국 기업의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WGBI 편입이 코스피 상승 모멘텀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해외 신흥국들의 WGBI 편입 사례는 향후 한국 시장에 미칠 효과를 짐작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
멕시코는 2010년대 초 WGBI에 편입된 이후 10년물 국채 금리가 수개월 동안 20bp(0.2%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외국인 보유 비중이 25%에서 35%로 빠르게 확대됐다. 말레이시아 역시 편입 직후 외국인 자금이 100억달러 이상 유입되며 링깃화 강세와 국채 금리 하락을 동시에 경험했다. 이들 사례는 지수 편입이 자국 자본시장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중국은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2021년 WGBI에 편입됐지만 ▲경기 둔화 ▲미중 금리 역전 ▲지정학적 긴장이 겹치며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편입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금리 역전 등의 영향으로 2022년 한 해 약 910억달러(약 126조원) 순유출을 기록했다는 집계가 있다. 이는 지수 편입이 무조건적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경기 여건과 정책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한국 국채 시장에는 만기 구조 관리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보험사와 연기금의 장기 투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30년물 국채 발행을 늘려왔다. 그 결과 국채 평균 만기는 2014년 7.1년에서 2024년 13.2년으로 두 배 가까이 길어졌다. 다만 2030년대 들어 대규모 초장기 국채가 한꺼번에 만기를 맞게 되면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조기상환이나 교환 발행을 통해 만기를 분산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자금 비중 확대에 따른 대응도 과제로 꼽힌다. FTSE는 편입국이 시장 접근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정기·수시 검토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 내 유동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만기 구조 설계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장치 확충 ▲글로벌 투자자와의 정기적 소통 채널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채권 투자기반 확대·외환시장 안전망 강화·지배구조 개선 등을 병행해야 외국인 자금 유입 효과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WGBI 편입은 국내 자본시장 개방을 가속화하는 계기이자 한국 금융시장이 얼마나 안정적인 시장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국채가 WGBI에 편입될 경우 패시브자금이 유입되고, 크레딧 스프레드가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4월 편입이 시작되고 나면 월별 자금 유입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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