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창업은 국가 성장의 동력”…다양한 시각으로 경영·학술 접목 해법 찾아야 [이코노 인터뷰]
- 이우진 한국벤처창업학회장
실패와 성공 반복돼야 건강한 경제 생태계 확장
AER, 현장성·학문성 겸한 스타트업 사례 제공…모든 사례 무료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한국벤처창업학회는 국내 창업·벤처 연구 분야를 대표하는 학술 단체 가운데 하나다. 2006년 창립 이후 20년 가까운 역사를 쌓아왔다. 학회와 학회원들은 학문적인 연구에 그치지 않고 정책 제안, 기업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신진 연구자와 젊은 교수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해 18대 회장으로 선출된 이우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학회의 새로운 성장 방향을 모색하는 동시에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했던 AER(Asan Entrepreneurship Review) 지식연구소장을 지낸 경험을 살려 창업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이 학회장은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이라는 단어를 먼저 말했다. 앙트레프레너십은 프랑스어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가 정신을 의미한다. 이 말을 처음 접한 것은 2000년대 초 미국 유학 시절이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가를 당연하게 엔트레프레너라고 부르더군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이런 말을 쓰는 곳이 거의 없었어요. 유사한 교육이나 연구도 별로 없었습니다. 마침 닷컴 버블 붕괴 여파로 창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부정적이었죠.” 그는 “그래도 국가 성장의 동력은 결국 창업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대기업만으로는 고용과 성장을 책임질 수 없고, 새로운 기업이 계속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박사 과정의 전공을 창업 연구로 정했다. 자연스럽게 벤처창업학회와도 인연을 맺었다.
이 학회장은 학자의 길을 걷기 전 두 차례 창업도 했다. 대리석 수입업, 와인 수입업을 통해 창업과 경영을 실전으로 체험했다. “6년 동안 즐겁게 했습니다.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투자도 받고, 작은 기업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몸으로 배울 수 있었죠” 그는 사업 경험 덕분에 오히려 학문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고 했다. 이후 다시 박사 과정으로 돌아와 학문과 교육의 길을 걷게 됐다. 이 경험은 이후 창업 현장을 이해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그는 한국벤처창업학회 학회장으로 정책과 현장 사이에서 목소리를 내는 역할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가 제안한 것이 직접 정책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불필요한 규제나 개선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하는 것은 중요한 역할입니다”
실제 최근 온라인 티켓 재판매 규제를 둘러싼 논쟁을 예로 들며 흥미로운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암표 문제를 이유로 재판매 금지를 추진했지만, 학회에서는 “문화적 후생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학회 토론회에는 기업 관계자뿐 아니라 반대 의견을 가진 집단도 초청한다. 한쪽 이야기만 듣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을 교차시켜 학술적·경영학적 해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이 학회장 설명이다.

AER, 한국 스타트업의 살아있는 교과서를 만들다
이 학회장의 경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경험은 아산나눔재단 AER 지식연구소장으로의 활동이다. AER은 2016년 시작된 국내 유일의 스타트업 전문 사례집이다. 지금까지 100여 개 사례를 발간했다.
“AER은 한국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케이스 스터디라고 보시면 됩니다. 스타트업이 어떤 위기에 부딪혔고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실제 인터뷰와 자료를 기반으로 풀어내죠. 중요한 것은 단순 스토리가 아니라 경영학적으로 분석된 ‘티칭 노트’를 함께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이 학회장은 “교수들이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고, 창업자와 학생 모두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특히 실패 사례까지 다루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잘나가던 회사가 사라진 사례도 있지만, 실패 과정 자체가 중요한 학습 자산”이라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실패는 혁신의 자연스러운 일부”라고 말했다.
비영리 재단이 운영하는 AER은 모든 사례를 무료로 공개한다. 교수, 스타트업, 투자자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집필진 역시 교수·VC·기자 등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장성과 학문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기업 이야기는 너무 재밌게 잘 쓰는데, 이 사례를 경영학 이론에 접목하기 어려워하는 분도 있고, 반대 경험도 있어요. 사례를 찾는 게 어렵기도 하고요. AER은 서로 토론하면서 그 접점을 찾고,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방향을 함께 설정하기도 합니다”
그가 직접 집필한 토스 사례는 특히 반향이 컸다. “토스는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 플랫폼 유니콘이자 급성장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급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조직적 진통을 경영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좋은 소재였죠. 학생들도 큰 흥미를 보였습니다.” 특히 사례 연구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딜레마’다. 기업이 돈이 부족한 상황에 부닥치는 건 딜레마가 아니라 단순한 어려움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VC에게 투자를 받을지, CVC 자금을 받을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딜레마로 볼 수 있다.
“스타트업은 이런 양자택일의 순간에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그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 교육적 의미가 큽니다” 최근 AER은 기후테크·펨테크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형 스타트업도 사례로 다뤘다. 그는 “사례 선정 기준은 사회적 파급력, 비즈니스 모델의 독창성, 창업자의 문제 해결 방식”이라며 “시대적 이슈를 반영해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는 기업을 우선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 학회장은 한국벤처창업학회와 AER의 관계를 “서로의 풀(pool)을 넓혀주는 구조”라고 했다. 학회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AER은 실제 스타트업 사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활동이 모여 우리나라에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새로운 기업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실패와 성공이 반복돼야 경제가 건강하게 굴러갑니다. 학회가 그 길을 연구하고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하겠습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李대통령, 지난 두 달 소회…“정신적으로 즐겁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팜이데일리
'체험 공유' 문화 정착...KBO리그, '최소 경기' 1000만 관중 돌파 원동력 [IS 포커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핵심 난제는 중국" 李·트럼프 첫 대면…청구서 딜레마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현대건설·SK이노·코웨이 등 AA급 우량채 줄줄이 출격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주목받는 의료 AI'…씨어스테크·뷰노, 주가 두자릿수↑ [바이오 맥짚기]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