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 대출로 큰 인뱅…포용 금융 강화되고 규제에 발목 잡히고
- [인뱅의 반쪽 혁신]①
카카오·케이·토스, 인뱅 3사 가계 대출 비중 90% 넘어
2분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30% 달성…하반기도 이어질까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인터넷은행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인터넷은행에 대한 평가가 재조명되고 있다. 애초 혁신과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과 국내 금융산업 발전 등을 도모하려고 도입했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캐시카우로 여겨지던 가계 대출에 제동이 걸리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에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인터넷은행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도입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짧은 기간에 압축적인 성장을 했고,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3사 모두 예상치 못한 자본 확충을 해야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이 생각하지 못했던 ▲모임통장 ▲파킹통장 ▲외화통장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면서도 “인터넷은행이 가장 손쉽게 자산·수익을 성장시킬 방법은 주담대를 대환으로 끌어오는 것인데, 이런 영업은 혁신·포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실제 인터넷은행의 대출 현황을 보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얼마나 손쉽게 덩치를 키웠는지 알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대출 44조8007억원 가운데 가계자금대출은 42조2619억원으로 94.33%를 차지했다. 이 중 주택자금 대출은 24조6566억원이었다. 담보물이 확실한 가계 대출이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케이뱅크나 토스뱅크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총대출은 16조9385억원, 가계대출은 15조6051억원(92.13%)로 나타났다. 토스뱅크의 경우 전체 대출은 15조1346억원, 가계 대출은 13조7285억원(90.71%)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경우 가계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인터넷은행의 영업이 얼마나 가계대출에 쏠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영업을 바탕으로 인터넷은행들은 자체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로 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26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84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소폭 줄었지만, 2분기(682억원)만 보면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토스뱅크는 4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5% 좋아진 실적을 확인했다.
6·27대책으로 인뱅 ‘가계 대출 포트폴리오’ 직격탄
문제는 앞으로 인터넷은행이 이런 실적을 계속 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8월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 제한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가계대출 규제를 통해 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주문했다.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을 초과해 받을 수 없도록 했고, 다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도 막았다. 이에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인터넷은행의 타격이 가장 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은행 실적을 나타내는 영업수익 가운데 이자수익 비중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가 모두 80%를 웃돈다. 시중 은행들의 이자수익 비중은 그 절반 수준인 40%를 밑돈다.
여기에 인터넷은행들은 앞으로 전체 신용대출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로 채워야 하는 과제도 수행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올해부터 인터넷은행에 신규 대출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 몫으로 채우도록 주문했다. 인터넷은행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되는 만큼 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요구한 것이다.
3사는 일단 올해 2분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보면 올해 2분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각각 33.1%, 34.4%, 35.0%로 집계됐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도 이런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6.27 대출 규제로 가계 대출 규모가 줄면서 중저신용자 대출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만약 중저신용자 대출이 감소할 경우 신용이 높은 고객에 대한 대출도 강제로 줄여야 할 수 있다.
다만 인터넷은행의 혁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일각에서는 출범 초기 수익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도입한 ‘실험적 모델’인 인터넷은행이 빠른 시간에 흑자 전환을 이루려면 안정적이고 수요가 확실한 주담대 등 가계대출 중심의 성장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은 부실 위험이 높아 연체율 관리가 어렵고 자본 건전성에 부담이 된다”며 “업력이 부족하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인터넷은행 입장에서 처음부터 이런 대출을 확대하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30% 이상으로 강제하는 규제도 2021년 이후에 도입됐는데, 이 역시 금융 안정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조처였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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