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구글, 반독점 소송서 최악은 피했다”...빅테크 둘러싼 국제 갈등은 여전 [한세희 테크&라이프]
- 美 법원, ‘크롬 매각할 필요 없다’고 판결
온라인 광고 시장 독점 소송은 진행 중

구글은 지난해 미국 법무부와 소송에서 온라인 검색 시장 독점 사업자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구글의 독점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당초 법무부가 법원에 제시한 안은 구글이 만든 브라우저 크롬 매각을 비롯해, ▲안드로이드에서 구글 검색 우대 금지 ▲사용자 검색 데이터 외부 제공 ▲기본 검색 엔진 탑재 거래 금지 ▲검색 광고 노출 순위 투명성 제고 ▲유튜브, 제미나이 등 다른 구글 서비스 우대 금지 ▲다른 브라우저 출시나 투자 금지 등이었다.
이런 조치로도 독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구글의 모바일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 매각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법무부 입장이었다.
크롬은 구글의 검색 시장 지배를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다. 주소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바로 구글 검색으로 이어진다. 브라우저를 통해 수집한 사용자 행태 정보는 구글 검색과 광고를 개선하는 밑바탕이 된다. 이 방대한 데이터는 다른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깊은 해자를 구글에 만들어줬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조차 이런 격차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검색 서비스 ‘빙’이 구글만큼 좋아지기 어렵다”고 법정에서 증언할 정도였다.
크롬 매각 여부는 이번 판결의 최대 관전 포인트였다. 크롬을 매각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면, 구글의 검색 생태계는 적잖은 타격을 입었을 터다. 오픈AI나 퍼플렉시티 같은 AI 기업들은 크롬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9월초 미국 워싱턴DC. 법원에서 나온 판결은 구글의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주는 내용이었다. 작년 말 구글에게 ‘독점 사업자’라는 판결을 내린 같은 판사가 후속 조치인 규제 해소 방안에 대해선 구글 입장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구글이 크롬을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했다. 또 애플이나 삼성전자 같은 주요 파트너 기업들과 검색 엔진 탑재 관련 금전적 계약도 맺을 수 있다고 결정했다.
독점 소송 당시 구글이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모바일 브라우저에 기본 검색 엔진으로 선탑재되기 위해 거액을 지불한 것이 논란이 됐다. 재판 과정에서 구글이 애플 사파리 브라우저 주소창의 기본 검색 엔진 자리를 사는데 2022년 한 해에만 200억달러(약 27조 50000억원)를 지불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애플 영업이익의 17.5%, 구글 매출의 1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독점 해소책의 일환으로 이 같은 거래는 금지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판사는 이 역시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독점적 기본 검색 엔진 채택을 전제로 한 거래는 하지 못한다. 한편으로, 법원은 구글이 검색과 관련된 데이터를 다른 기업과 공유하도록 했다. 이 같은 데이터는 그간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 앞서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법원은 정부가 제기한 급진적 방안들은 대부분 배제하고 비교적 안전한 선택을 한 셈이다. 기업 분할이 시장 경쟁을 회복하는데 필수적 조치임을 법무부가 입증하지 못했다고 법원은 보았다. 또 크롬이 매각되면 제품 품질과 소비자 후생이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구글이 검색 엔진 탑재 관련 금전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역시 휴대폰이나 브라우저 기업들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운영하는 모질라재단은 운영 비용의 상당 부분을 구글과의 계약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광고 시장도 독점 사업자
하지만 구글의 시련이 끝난 것은 아니다. 구글은 검색과 별개로 온라인 광고 시장 독점에 대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구글은 온라인 광고를 게재하기 원하는 광고주와 광고를 싣고자 하는 매체를 자동으로 연결하는 온라인 광고 기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가 언론사 웹페이지나 커뮤니티 등에서 보는 온라인 광고는 대부분 구글의 이 광고 거래소 기술에 의존한다. 이 사업은 지난 2분기 구글 매출의 10% 정도인 71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지난 4월 미국 연방 법원은 구글이 온라인 광고 시장 독점 사업자라고 판결했다. 정부는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구글이 광고 사업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안을 들고 나왔다.
이어 9월 초엔 유럽연합(EU)이 “구글이 온라인 광고 기술 분야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29억5000만유로의 벌금을 물렸다. 약 4조8000억원의 엄청난 규모다. 이는 EU 역사상 두번째로 큰 반독점 관련 벌금이다. 온라인 광고 사업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조치는 차별적이다. 불공정한 처벌을 무효화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시작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행동에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조항이다.
물고 물리는 디지털 국제관계학
국내에서도 구글이 온라인 광고 시장 독점 사업자라 규정했지만, 외국에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반면 EU는 미국과의 관세 협정을 앞둔 민감한 시기였음에도 구글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며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디지털 플랫폼이 단순한 온라인 서비스를 넘어 사회 인프라와 안보 문제가 되어 가는 현실에서 똘똘한 IT 기업을 키우지 못한 유럽의 고민이 묻어난다.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두고 미국과 중국, 미국과 유럽, 유럽과 중국이 서로 물고 물리며 경쟁하고 견제하는 양상이다. AI의 발달은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구도를 더욱 혼란하게 한다. 구글이 크롬 매각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생성형 AI 발달에 힘입어 기존의 검색 시장이 흔들릴 것이란 예측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숨가쁘게 변하는 기술과 물고 물리는 국제 사회의 상호 견제로 세상이 어지럽다. 남들이 넘보지 못한 차별화된 기술과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한 자세, 이를 뒷받침할 정책 역량이 모두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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