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미래에셋 vs 신영·대신, 자사주 소각 엇갈린 행보...경영권 방어 시험대
- [자사주 소각 의무화 후폭풍] ①
상법 개정 3차안, 자사주 소각 의무화 포함
미래에셋 소각·배당 '적극', 신영·대신 '소극'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여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와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패이자 지배구조 안정 수단으로 활용돼 온 자사주가 이제는 주주환원 압박을 받는 ‘환원 자산’으로 성격이 바뀌는 셈이다. 특히 타 업권 대비 자사주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제도 변화에 따른 부담이 크다. 자사주 비중이 20%를 넘는 주요 증권사들은 제도 변화에 맞춰 상반된 대응 행보를 보이며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주환원 강화를 앞세운 선제적 대응을 하는 기업도 있는 반면 일부 증권사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상법 개정의 직격탄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이미 발행한 자기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행위를 뜻한다. 이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지지하거나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여기에 매입한 자사주의 소각까지 진행하면 총발행주식 수가 감소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지고 배당 여력이 커지는 등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 때문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흔히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20대 증권사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신영증권으로 53.1%에 달한다. 이어 대신증권이 25.12%, 미래에셋증권이 22.98%를 기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을 보면 보험·지주사 계열사가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실제 제도 개편의 직격탄은 자사주 비중이 높은 증권업계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들 중 가장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지난 8월 28일 보통주 400만주와 우선주 100만주를 취득하고 오는 11월 소각을 예고했다. 취득 규모만 약 801억원에 달한다. 이번 소각이 완료되면 자사주 비중은 22.98%에서 22.43%로 낮아진다. 회사 측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에도 보통주 2500만주, 2우선주 250만주를 소각했다. 오는 2030년까지 총 1억 주 이상 소각을 목표로 내걸었다.

상법 개정 이전에 이미 장기적인 소각 계획을 발표했던 만큼, 미래에셋증권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도 큰 부담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율은 31.23%에 달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미래에셋증권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캐피탈을 통해 간접 지배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의 박 회장 지분율은 34.32%다.자사주보다 지분율이 높아 소각 과정에서 경영권 침해 우려도 크지 않다. 다만 대우증권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1억1000만주의 합병 자사주 처리 여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합병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자본금 감소와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강혁 미래에셋증권 경영혁신부문 대표 전무는 지난 8월 콘퍼런스콜에서 “법 개정 추이를 지켜보면서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 자사주의 합리적 처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신증권은 보통주 소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상환전환우선주(RCPS) 133만주(722억원 규모)를 취득 후 소각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지난해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한 RCPS 상환 차원의 결정으로 보통주 소각과는 무관하다. 대신증권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16%에 불과, 자사주 비중(25.12%)보다 낮다. 이 때문에 사실상 오너 일가의 우호 지분 역할을 하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신영증권은 1994년부터 자사주매입을 이어왔지만, 지금까지 소각에 나선 적은 없다. 최대주주인 원국희 명예회장(10.42%)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3.13%로, 자사주 53.1%와 합하면 전체 지분의 70%에 달한다. 이 덕분에 원 회장 일가는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자사주 비중이 특수관계인 지분의 두배가량이라는 점이다. 소각을 단행할 경우 지배구조의 균열 가능성이 커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이다. 실제로 소각 실적은 전무한 가운데, 주주들의 소각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향후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더 이상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용으로 쥐고 있을 수 없게 된다. 그동안 ‘경영권 방패’였던 자사주가 ‘환원 자산’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신영증권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영증권이 결국 소각 압박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배당 확대 등 대체적 주주환원 정책을 병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기존에 기업들이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유예를 두기로 했다. 덕분에 오너 중심의 중소형 증권사들은 당분간 강제 소각 압박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자사주 활용에 대한 근본적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상장사가 이미 보유한 자사주에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되, 향후 자사주를 처분할 때는 신주 발행 절차와 동일하게 당국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자사주를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수단으로 활용하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자사주 처분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매입이 곧바로 주주환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려는 것”이라며 “기존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보다는 이미 소각을 단행했거나 소각 계획을 공개한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 기대감을 더 확실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유한양행, 오송 신공장 기공…글로벌 수준 첨단 제조라인 구축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영애, 남편 암 투병+가세 몰락 이중고 '충격'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현대차, ‘25% 관세’ 정면 승부…현실 직면한 공략 카드는(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스타트업도 한류? 日고베시, 한국 스타트업 ‘정조준’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비만약 시장 지각변동…한미약품 신약 기대감 확산[바이오맥짚기]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