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증권사 재무부담 가중…배당·지배구조 개편 압박 거세진다
- [자사주 소각 의무화 후폭풍] ②
자기자본 규제와 NCR 악화 우려 겹쳐
‘경영권 방패’ 사라진 증권사 직격탄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는 개별 증권사를 넘어 업계 전체의 근본적 구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자사주 비중이 높아 경영권 안정 장치로 활용해 온 증권사들에게 이번 변화는 곧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파급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은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편 ▲인수·합병(M&A) 시장 재편 등 자본시장 전반의 연쇄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법 개정 3차 논의에 포함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조항은 기업 지배구조의 전환점을 예고한다. 앞서 정부가 밝힌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자사주 보유 공시 기준을 발행주식총수의 5%에서 1%로 낮추고, 보유 목적·처분·소각 계획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여당 내 반발도 크지 않아 이번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업종별 자사주 현황을 보면 우려는 현실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전체 자사주 비중은 2024년 말 기준 7.5% 수준이다. 반면 증권업 평균은 15%로 두 배를 웃돈다. 업계에서는 “자사주가 곧바로 경영권 안정성과 직결되는 업종 특성상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8월 말 기준 자사주 비중이 높은 증권사 주가는 평균 0.88% 하락했다. 제도 변화가 현실화되기도 전에 ‘경영권 방어 약화’ 불안이 주가에 선반영된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상장사들이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단순 소각만으로도 3.3%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질 경우 해외 자본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리스크로 꼽았다. 자본시장연구원 역시 “증권사 자사주는 단순 재무 관리 수단이 아니라 지배구조 안정 장치 성격이 강하다”며 “소각 의무화 충격은 다른 업종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소각을 주주환원과 지배력 약화라는 이중 효과를 지닌 제도로 본다. 소각을 단행하면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친화정책 효과를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오너 지분율이 줄어 경영권 불안정성을 키운다. 반대로 소각을 지연하면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의 압박이 거세진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상장사 대상 행동주의 주주제안은 2022년 48건에서 2023년 72건으로 늘었다.
배당 정책의 한계도 부각된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배당성향은 2023년 31.4%로, 글로벌 주요국 평균(50.4%)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이 80%에 달한다. 이 같은 격차는 한국 기업들의 주주환원정책이 여전히 국제 기준에 못 미치는 것이다. 자사주 소각 논의가 탄력을 받는 배경이다.

배당 확대 요구 거세질 듯...장기적 재무 부담 우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배당 확대 요구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권익 제고 목소리가 겹치면서 증권사들의 배당성향 상향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하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4조원을 넘으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위가 주어지는 만큼,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유지를 위해 배당과 소각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는 내부 유보 축소와 성장 투자 여력 감소라는 또 다른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주가 상승 효과와 별개로 장기적 재무 부담을 우려한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처분 선택지가 사라지면 매입 자체가 곧 자본 감소와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져 재무 부담이 가중된다”며 “특히 금융사의 경우 NCR(순자본비율) 악화로 증자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배구조 개편도 불가피하다. 자사주를 통한 우호 지분 확보가 차단되면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 ▲외부이사 권한 확대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는 곧 오너 중심 경영 구조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M&A 지형 역시 흔들릴 수 있다. 방어 장치가 사라지면서 외부 투자자 개입 가능성이 커지고, 비은행·핀테크 기업의 증권업 진출이 맞물리면 지배구조 취약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선진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관행이 개선되고 소액주주 권익이 강화되면 시장 신뢰도와 매력도가 제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는 경영 불확실성 확대, 오너 리스크 증대가 오히려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 교수는 “자사주는 그동안 증권사 오너 일가에게 단순한 재무 자산을 넘어 핵심적인 ‘경영권 방패’ 역할을 해왔다”며 “제도 변화가 현실화되면 자사주는 방어 수단이 아니라 주주환원의 대상으로 전환되면서 구조적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회계상의 변화를 넘어 배당 확대 압박, 지배구조 재편, 나아가 M&A 지형 변화까지 연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권한 강화로 배당성향 상향 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이사회 중심 경영이나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같은 지배구조 혁신이 요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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