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경제성 시험대 오른 한강버스...‘제3의 길’ 가능할까
- 운항 초기 한강 버스...실효성 두고 갑론을박
관광·통근 두 마리 토끼 모두 노리는 서울시
“노선 확장, 병목 구간 집중 운영 등 탄력적 운영 必”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단순한 관광용이 아니라 ‘출퇴근길 통근 수단’으로도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기존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가 상습 정체 구간인 만큼, 한강버스가 이를 보완하는 수상 ‘제3의 출근길’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강버스가 초기 흥행을 넘어 버스·택시를 대체할 대중교통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살펴보기 위해 기자가 지난 9월 22일 직접 배에 몸을 실어봤다.

기자는 이날 탑승한 시각은 오전 11시, 탑승 장소는 마곡 선착장이었다. 출근을 위해서라면 훨씬 더 일찍 탑승해야 했지만, 첫 배 출발 시간이 오전 11시였다. 물론 오는 10월 10일부터는 오전 7시에 첫 운항이 시작된다.
이날 선착장에는 노년층과 가족 단위의 탑승객이 대부분이었다. 사이클링 저지(Cycling Jersey)와 형형색색 선글라스를 낀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도 보였다. 이들 모두 혼잡한 출·퇴근길에 마주칠 사람들은 아니었다. 늦은 아침인 탓에, 직장인들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승선 대기실은 사람들로 붐볐다. 이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 묻어났다. 마치 여행을 온 듯 밝은 표정이었다. 마곡 인근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A씨 부부는 “단돈 3000원에 한강을 거니는 유람선을 탄다면 훌륭한 것”이라며 “관광 목적으로는 100점”이라고 웃어보였다.
기자가 출·퇴근용으로 탑승할 의향은 있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관광용으로는 100점이지만, 출·퇴근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출·퇴근용으로는 시간이 너무 오래 소요돼 크게 효율적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지하철로 이동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훨씬 낫다”고 말했다.
기자가 오전 11시 마곡에서 출발해 종점인 잠실 선착장까지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10분경이다. 약 2시간 가량 소요된 것인데, 통상 출근 시간이 9시인 점을 감안하면, 오전 7시에 탑승한다고 해도 사실상 지각이다. 지하철을 탑승할 경우 약 1시간이 걸리는 점을 미뤄봤을 때, 계속해서 ‘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다.

수상 버스를 활용한 통근 실험은 서울이 처음이 아니다. 프랑스 파리는 지난 2008년 ‘보게오’(Voguéo)라는 통근형 수상버스를 시범 운영했다. 당시 프랑스 교통조합(STIF·현 프랑스 교통청)가 도입한 통근형 시범 노선으로, 기존 지하철·버스와 연계된 통합 요금제가 적용됐다.
서울시와 비슷한 목적으로 출범한 보게오는 예상보다 낮은 이용률과 높은 운영비로 2011년 종료됐다. 이후 2013년 재개가 논의됐으나 경제성 문제로 무산됐다.
현재 파리의 수상교통은 관광객 대상의 바토버스(Batobus)가 주류를 이룬다. 독립 요금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하루권 가격은 성인 기준 24시간 패스 23 유로(약 3만3000원), 48시간 패스 27 유로(약 3만9000원), 연간 패스 73 유로(약 10만6000원) 등이다.
영국 런던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지난 2013년 ‘리버 액션 플랜’(River Action Plan)을 수립하며 템스강에 리버버스를 띄웠다. 런던시는 리버버스를 지하철과 버스의 혼잡을 완하하는 보완 교통축으로 정의하고 ▲부두 인프라 확충 ▲실시간 정보 제공 ▲요금체계 통합 등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보게오와 달리 리버버스는 현재 4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시속은 50㎞로, 자동차 교통 체증 등으로 이동이 어려운 시민들을 태운다. 템스강을 달려 대중교통처럼 역과 역을 잇는 방식이다. 연간 이용객은 1000만명에 달한다. 런던은 여기에 더해 리버버스를 비즈니스 중심지, 주거지역 등 연결하며 관광수요까지 흡수하는 다목적 교통망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인 한강버스는 보게오와 리버버스의 갈림길에 서 있다.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단순히 ‘이벤트성 관광 교통수단’으로 남기지 않기 위해 운영 전반을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핵심은 운행시간 확대와 급행편 신설, 그리고 접근성 강화다.
우선 서울시는 오는 10월 10일부터 첫 배 출발 시간을 오전 7시로 앞당긴다. 기존에는 오전 11시부터 운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출근길 수요를 흡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아침 출근 시간대에 맞춰 배를 띄우겠다는 결정은, 한강버스를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서울시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급행편을 투입해 마곡에서 잠실까지 약 50분 안팎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고, 연말까지 일일 운행 횟수를 기존 14회에서 48회까지 단계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재정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서울시는 현재 초기 운영비 대부분을 시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향후 장기적으로는 수익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파리의 보게오 사례처럼 경제성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관광형 서비스와 통근형 서비스를 병행해 다각적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기본적인 대중교통 기능을 유지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버스와 지하철 대비 요금 경쟁력 부족과 환승 편의성 미비로 직장인들의 실질적 선택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광객 수요만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선 확장과 병목 구간 집중 운영 등 수요 기반의 탄력적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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