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된 IPO 제도]①
에스투더블유·명인제약, 제도 첫 적용에도 높은 확약률 기록
장기 보유 유인 강화…확약 구조가 흥행 새 기준 되나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7월부터 기업공개(IPO) 시장에 제도 개선안이 시행됐다.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의 최소 30% 이상을 의무보유확약 신청 물량에 우선 배정하며 확약 기간에 따라 배정 비중을 달리하고, 기준을 채우지 못할 경우 대표주관사가 전체 공모 물량의 1%(상한 30억원)를 자기자본으로 6개월간 보유해야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단기 차익을 노린 단타성 자금을 걷어내 장기 투자자 중심으로 수요를 재편하겠다는 데 있었다.
제도 시행 직후 IPO 시장은 얼어붙었다. 기관들이 공모주 확약에 얼마나 참여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수요예측 흥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업들은 규제 적용을 피하려 6월 말까지 증권신고서를 서둘러 제출했고, 그 여파로 제도가 처음 시행된 7월에는 신규 증권신고서 제출이 사실상 끊겼다.
특히 상장 기업들에게는 제도 시행의 첫 시험대가 된다는 부담이 작용했다. 만약 상장 기업들이 첫 적용 사례가 돼 기관 수요예측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기업 이미지뿐 아니라 향후 투자 수요에도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주관사 역시 흥행여부에 따라 따라 시장 평판이 좌우될 수 있다는 압박이 있었다.
제도 시행 이후 공백을 깨고 첫 시험대에 오른 기업은 에스투더블유였다. 에스투더블유 역시 본래 6월 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8월 상장을 추진했지만, 전자증권 전환 과정에서 차질이 생겨 일정을 철회한 뒤 엿새 만에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게 돼 제도개선안을 처음으로 적용받는 기업이 됐다. 다른 후보들이 이미 8월 말 상장을 확정한 상황이어서, 9월 상장 일정에 오른 IPO기업은 에스투더블유가 사실상 유일했다.
확약 다 채운 공모주들…시장 불안 완화
다만 에스투더블유는 수요예측과 청약 모두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며 제도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걷어냈다. 기관 수요예측에는 2300여 개 기관이 참여해 114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상단인 1만3200원으로 확정됐다. 일반청약에서도 1973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 증거금 5조1426억원이 몰렸다.
특히 우려가 컸던 기관 확약 비중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은 주목할만했다. 전체 기관 배정 물량 115만2000주 가운데 72.6%인 83만6776주가 확약됐다. 바뀐 제도의 기준인 30%의 두배를 넘어서는 기록이었다.
확약 기간별로 보면 15일 확약이 38%(31만4377주), 1개월이 33%(27만6231주), 3개월이 20%(16만9482주), 6개월 이상이 9%(7만669주)였다. 일각에서는 회전율 저하 부담으로 기관들이 저조한 참여를 보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 미확약 물량은 27.4%(31만5224주)에 그쳤고, 3개월 이상 장기 구간에서도 일정 비중이 확보됐다.

뒤이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추진한 명인제약도 흥행에 성공했다. 명인제약은 9월 17~18일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488.95대 1을 기록했고,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인 5만8000원으로 확정했다. 일반청약에서도 5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무려 17조3634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특히 기관 확약률은 배정 물량 기준으로 90%에 달했다. 이는 명인제약이 시장 친화적인 밸류에이션을 제시하면서 기관들이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 확약을 선택한 결과로 해석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명인제약의 경우 에스투더블유에 비해 중장기 확약 비중이 뚜렷했다는 점이다. 공시에 따르면 명인제약의 기관 15일 확약은 20만3409주(10.5%), 1개월은 57만1104주(29.3%)였다. 반면 3개월 확약은 72만1781주(37.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6개월 확약도 25만868주(12.9%)에 달했다.
기관들의 확약이 늘어나면서 상장 후 유통 물량이 줄어들자 두 회사의 주가 역시 좋은 흐름을 보였다. 에스투더블유는 상장 첫날 공모가(1만3200원)을 훌쩍 넘는 4만원을 기록한 뒤 3만원 내외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고, 명인제약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5만8000원)의 두배 수준에서 마감하며 강세를 보였다.
좋은 성적 거둔 두 기업…참여 기관 늘어나나
제도 적용 후 첫 두 기업이 모두 확약 기준을 무난히 충족하자 시장 참여자들 역시 새 제도에 적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제도 시행이 활황이던 IPO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지만, 제도가 의도한 대로 장기 투자 유인이 강화되자 기관들이 대거 확약에 나서면서 확약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는 기관들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주관사들이 우려했던 불확실성도 한층 줄었다. 제도 시행 직후에는 확약률이 미달할 경우 자기자본으로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첫 두 종목이 기준선을 크게 웃돌면서 최소한의 리스크는 해소됐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결과는 IPO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경쟁률이나 공모가 수준이 흥행의 핵심 지표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확약률과 기간별 구성이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했다. 기관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확약 전략을 필수적으로 고려하게 됐고, 주관사들도 IR 과정에서 장기 보유 논리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시행 초기에는 불확실성이 컸지만 첫 적용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시장의 우려를 조금은 해소했다”며 “앞으로는 기업 펀더멘털과 가격 안정성이 담보된다면 확약률이 흥행을 가르는 핵심 잣대로 자리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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