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익에서 신뢰로”…은행권, ‘상생·포용금융’으로 방향 튼다
- [금융이 펴는 사회 안전망]①
‘포용금융 경쟁’ 본격화…정부 기조에 맞춰 전략 전환
고금리 국면 속 초과이익 비판에 상생 카드 확대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은행들이 ‘상생·포용금융’을 강조하고 있다. 포용금융이 과거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에 발맞추고 금융소외계층을 새로운 고객층으로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국면에서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은행들이 ‘이익의 사회 환원’과 ‘신뢰 회복’이라는 압박 속에서 대응책을 찾으면서 포용금융을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
“사회공헌을 넘어 생존전략으로”…우리금융의 80조 실험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9월 향후 5년간 총 80조원을 투입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과 포용금융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해당 프로젝트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2030년까지 5년간 생산적 금융에 73조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국민성장펀드 참여 10조원, 그룹 자체 투자 7조원, 융자 56조원으로 구성됐다.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국민성장펀드’다.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보고대회에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제시한 이후 민간이 이를 추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대통령의 구상대로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가운데 민간과 국민기금이 절반인 75조원을 넣는다면, 우리금융이 이 중 약 13%를 담당하는 셈이다.
이 밖에 ▲그룹 공동투자펀드 1조원 ▲증권 중심 모험자본 투자 1조원 ▲자산운용 계열사의 생산적 금융 펀드 5조원 등 세 가지 방안이 자체 투자 전략으로 추진된다. 그룹공동투자펀드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등 우리금융그룹 자회사가 조성한 금액을 우리자산운용 등 자산운용 자회사가 운용하면서 AI, 바이오, 방산 등 10대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융자 56조원은 ▲K-Tech 프로그램 19조원 ▲지역 소재 첨단전략산업 육성 16조원 ▲혁신 벤처기업 지원 11조원 ▲국가주력산업 수출기업 지원 7조원 ▲우량 중소기업 첨단인력 양성 및 소상공인 금융 지원 3조원 등으로 구성됐다.
우리금융 측은 “첨단전략산업 핵심 대표기업 한 곳과 중견, 중소·벤처기업을 연결해 국내 산업의 밸류체인을 만들고, 지방 우수기술기업 지원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포용금융은 총 7조원 규모로 서민금융대출 등 상생금융 확대에 대부분 사용된다. ▲서민금융대출 등 상생금융 확대에 7조원 ▲상생·보증대출 재원 출연 등 소상공인 금융지원 480억원 ▲배드뱅크 지원 등 정부 연계사업 1000억원으로 구성됐다. 현재 6개인 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를 11개까지 늘려 현장 밀착형 대면 지원을 강화하고, 서민금융상품에 대한 금리우대 정책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가동되도록 그룹 회장이 주재하고 자회사 대표들이 참여하는 ‘첨단전략산업금융 협의회’를 열어 성과 관리와 리스크 현황 점검을 진행하는 등 실질적인 목표 완수에 주력할 계획이라는 게 우리금융그룹의 방침이다. 자회사별 성과평가에도 ‘생산적·포용금융’ 배점을 최대 30% 비중으로 신설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는 기업금융 명가로 축적해온 노하우와 강점, 종합금융그룹 완성을 통해 진용을 갖춘 자회사들의 역량을 총동원해 창업-성장-도약 등 기업 성장 단계별 지원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프로젝트 완수를 통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과 포용금융 확대를 이뤄 우리금융의 지속성장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의 발표에 정부도 즉각 화답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9월 29일 은행장들과 첫 간담회를 열고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금융권이 생산적금융 등 금융 대전환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지주의 생산‧포용금융 80조원 투자에 대해 “정부와 시장이 함께 가는 하나의 예”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번 지주 회장들을 만났을 때 규제합리화 등 가시적인 부분을 빨리 발표해달라는 건의가 있었고, 이에 따라 금융위가 자본규제 합리화 발표를 통해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며 “이를 기초로 우리은행이 시뮬레이션을 하고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신한도 ‘포용금융 경쟁’ 가세…금융권 전반으로 확산
KB금융그룹도 포용금융 강화에 나섰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9월 29일 KB금융 창립 17주년을 맞아 소비자 권익을 최우선에 두고, ‘포용금융’과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권익을 최우선에 두는 금융이 돼야 한다”며 “KB금융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소비자의 신뢰로, 모든 내부통제와 업무 프로세스를 소비자 관점에서 재점검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힘이 돼야 한다. 소상공인, 청년, 취약계층의 든든한 동반자가 된 KB금융이 더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밝히도록 포용금융을 지속 추진하고, 생산적 금융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의 불씨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KB금융그룹의 생산적 금융 전략을 총괄하는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했다. 협의회에는 의장을 맡은 김성현 KB증권 대표를 포함해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윤법렬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참여한다. KB금융은 이 협의회를 통해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기업금융은 물론 투자금융 체계 개선 등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다각적인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정부의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맞춰 지난 10월 ‘생산적 금융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새 조직은 산업별 밸류체인 조사, 유망기업 발굴, 심사지원 기능 강화 등을 담당한다. 산업 분석 전문가를 영입해 기업 선별 역량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첨단 소재·부품,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를 채용하고, 산업리서치·심사지원 두 분야에서 전문 인력을 확보해 생산적 금융 강화를 본격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은행이 대출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생산적 금융을 포함해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대출이 확대되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도 활력이 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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