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단독] 롯데이노베이트, 육아휴직자 진급 대상서 사실상 제외… “이래서 아이 낳겠나”
- 김경엽 대표 취임 후 바뀐 승진 제도
'최근 2개년 평가' 육아휴직자는 빠져
사측 "복직 후 1개년 평가로 배려해"
기업 변화 유도 공시제 도입 급물살
롯데그룹의 IT 계열사 롯데이노베이트가 육아휴직자를 진급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김경엽 대표 체제 이후 처음 도입한 승진 제도에 앞날이 막힌 복직자들은 “회사가 저출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아이 낳고 왔더니 “진급 대상 아냐”
업계에 따르면 롯데이노베이트는 올해 두 차례 직원 대상 설명회를 열어 GL(레벨 성장) 인증 절차 중 하나인 ‘셀프 노미네이션’ 도입을 알렸다.
롯데이노베이트가 도입한 GL 인증 제도는 기존 연공서열 중심의 문화에서 탈피해 직무 기반의 수평적인 환경을 정착하고 직무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이에 주요 업무와 프로젝트 수행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자기 추천서(셀프 노미네이션)를 작성해 올리면 평가와 면접을 거쳐 상위 레벨로 올라갈 수 있는지 평가받는다.
셀프 노미네이션 접수는 지난 21일 마감했으며 11월 동료·보임자 리뷰와 12월 AI 영상 면접이 이어진다. 이후 내년 1월 경영진 및 HR 부서의 심의가 끝나면 2월 결과를 통보받는다. ▲직무 전문성 ▲문제 해결력 ▲성과 영향력이 핵심 심사 기준이며, 직무 가치와 성과가 임금 인상에 반영된다.
문제는 GL 인증 조건에 붙은 ‘최근 2개년(2023~2024년 또는 2024~2025년(상반기)) 평가’다. 이전 진급 제도는 6년 재직 시 책임 진급 자격을 부여했는데, 이번에 직전 2개년 고과 AV(평균)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으면서 최근 복직해 해당 기간 평가 점수가 없는 육아휴직자들이 무더기로 대상에서 빠졌다.
1년이 조금 넘게 육아휴직 사용 후 연초에 복귀한 롯데이노베이트 한 직원은 “계도 기간도 없이 복직하고 나서 곧장 통보를 받았다”며 “미리 알았더라면 감안했겠지만 회사 정책에 맞춰 육아휴직을 써야 하는 상황도 쉽게 납득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직원은 또 “이전 인사팀은 휴직 전 평가로 진급 신청이 가능하다고 공지했었는데 이마저도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꿨다”며 “회사가 가족 친화 기업을 지향한다고는 하는데 이래서 아이를 낳겠나”라고 토로했다.
같은 처지에 놓인 직원들은 고용노동부와 노무사 등에 문의도 했고, 6개월가량 육아휴직을 쓴 남직원이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 사례도 확인됐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올해 1월과 9월 두 차례 전 직원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바뀐 승진 제도를 안내했다. 작년 11월 지휘봉을 잡은 김경엽 대표의 급작스러운 제도 변경으로 직원들이 혼란에 빠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육아휴직자를 오히려 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셀프 노미네이션의 2개년 평가를 육아휴직자에 한해 복귀 후 1개년으로 축소해 형평성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다만 휴직 전 업무 평가를 반영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직무 중심 평가 체계에 부합하지 않아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남녀 임금 격차 불가피
동종 업계 톱인 삼성SDS는 상황이 다르다. 10개년 업무 평가의 평균을 점수화하는데, 육아휴직을 사용한 기간도 진급 대상에 포함한다. 다만 평가가 없는 휴직 기간은 계산에서 제외한다. 육아휴직을 1년 썼다면, 9개년의 평균으로 승진 심사를 받는 방식이다. 한 삼성SDS 직원은 “육아휴직자에 대한 특혜도, 불이익도 없다”고 말했다.
롯데이노베이트의 새로운 승진 제도가 이대로 자리를 잡으면 회사 내 남녀 임금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2024년 육아휴직 사용 대상 여직원 30명 중 29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모든 대상 여직원이 육아휴직을 활용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남직원이 육아휴직을 쓴 사례는 대상자 49명 중 25명으로 절반에 불과했다. 회사의 책임급 이상 여성 관리자 비율이 2022년 18.9%에서 2023년 20.2%, 2024년 21.0%로 올랐는데, 육아휴직이 불가피한 여직원들이 진급 대상에서 대거 빠지면 이런 추세가 고꾸라지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롯데이노베이트는 그룹의 가족 친화 경영 기조에 맞춰 여러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임신기 근무 시간을 최대 2시간 단축하는 제도를 마련했고, 최대 2년의 육아휴직을 보장하면서 남직원도 1개월 의무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다자녀 가구의 차량 렌털은 물론 난임 치료·시술도 뒷받침했다.
2013년부터는 여성가족부의 ‘가족 친화 기업’ 인증을 유지하고 있다. 가족 친화 사회 조성을 촉진하기 위해 법령에 따라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승진 소요 기간서 빠지는 육아휴직
이런 노력도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 연수로 인정하지 않는 승진 제도로 인해 희석되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의 실태 조사 결과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 소요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사업체의 비중은 2021년 38.9%에서 2023년 46.0%로 증가세를 띄었다.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못하도록 하고,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 기간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사업장마다 승진 소요 연수와 관련한 다양한 인사 관행이 있을 수 있어 일률적으로 법 위반으로 단정 짓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봤다.
이에 국회는 육아휴직 사용자의 성비 및 근속 현황 등을 포함하는 공시제 도입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성평등임금공시제5법’은 사업주가 제출하는 남녀 임금 공시 항목에 성별 승진 관련 현황과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의 성비 및 성별 근속 현황 등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투명한 공시로 기업들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수진 의원은 “직종·직무·직급·근속 연수·육아휴직 사용 근로자 등 성별에 따른 공시가 기관과 기업을 더욱 투명하게 만들고, 구조적 성차별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며 “성평등한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로 위의 크리에이터, ‘배달배’가 만든 K-배달 서사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09/25/isp20250925000152.400.0.jpg)
![비혼시대 역행하는 ‘종지부부’... 귀여운 움이, 유쾌한 입담은 ‘덤’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0/02/isp20251002000123.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속보] '파죽지세' 코스피 4030선 돌파…4034.39 사상 최고치 경신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故신해철 11주기…의료과실 사망 초유의 비극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속보] '파죽지세' 코스피 4030선 돌파…4034.39 사상 최고치 경신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비수기 무색…BBB급 중앙일보 등 회사채 시장 분주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1등 K-바이오]스킨부스터 열풍의 주역 파마리서치③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