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이스피싱 피해액 연 1조원…이젠 안보까지 위협”…정부·금융·경찰 ‘통합대응’ 가동
- [보이스피싱과의 전쟁]①
최근 5년간 피해 4조원 돌파·정지계좌 15만개…정부 ‘무과실 배상’ 논의
24시간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출범, 신고→차단→수사 원스톱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정부와 금융권, 그리고 수사당국이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피해액이 수조 원 규모로 불어난 가운데, 관련 범죄가 단순한 개인 차원의 피해를 넘어 ‘국가적 위협’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이스피싱이란 음성(voice)과 개인 정보(private data), 낚시(fishing)를 합성한 용어다. 주로 금융기관이나 유명 전자상거래 업체를 사칭해 불법으로 개인의 금융정보를 빼내 범죄에 사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85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5% 늘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말에는 누적 피해 규모가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가 속도 역시 가팔라졌다. 지난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처음 일어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5년간 누적 피해액(통계청 기준)이 약 3조800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최근 증가율이 얼마나 빠른지 짐작할 수 있다.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6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에서 사기 이용 계좌로 신고돼 정지된 계좌는 15만 82개로 집계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약 3만 4000개 ▲NH농협은행 2만 7000개 ▲우리은행 2만 4000개 ▲신한은행 2만 2000개 ▲하나은행 2만 1000개 ▲IBK기업은행 1만 9000개 수준이었다. 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 등 5대 지방은행에서도 사기 이용 계좌로 신고돼 지급 정지된 계좌는 총 1만 개에 육박했다.
보이스피싱은 피해액 확대는 물론 ‘보이스피싱 노예’ 사건처럼 국가안보급 범죄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캄보디아·미얀마 등지에서 한국인 청년을 취업 명목으로 현지로 불러들인 뒤 감금·폭행하며 범행에 동원하는 조직이 적발되기도 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개인 재산 범죄가 아니라, 인신매매와 결합한 초국가적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캄보디아 현지 수사당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외교부·경찰청 합동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있다.
경찰청은 10월 15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통합대응단) 개소식을 열었다. 통합대응단은 보이스피싱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 대응방안을 마련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수립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출범했다.
그동안 보이스피싱은 상담 위주의 경찰청 통합신고대응센터가 대응했는데, 이런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 범행을 예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통신·금융 분야 전반에 걸친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을 고려할 때, 보다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관련 기관의 전문가들이 모여 신속하게 협업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금융감독원·금융보안원 등에서 파견한 인력이 함께 근무하며, 실질적인 범정부 협업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통합대응단이 꾸려진 것이다.
신고대응센터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며, 112 등으로 접수된 보이스피싱 신고·제보에 대해 전문 상담을 진행한다. ▲계좌 지급정지 ▲소액결제 차단 ▲악성 앱 삭제 등 피해 예방 조치를 통합 처리한다. 분석수사팀은 신고·제보 데이터를 분석해 전화번호 이용 중지 등 추가 피해를 막고, 전국 시도경찰청 전담수사대·관계기관과의 정보 공유로 범인 검거와 범죄수단 차단을 진행한다. 정책협력팀은 신고·제보 처리 및 사전 차단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각 기관 파견자들과 유기적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법령·제도 개선, 정책 반영, 외국기관 협력 등을 추진한다.
경기도는 지난 9월 지자체 차원에서 금융감독원, 한국인터넷진흥원,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신한금융지주회사, SK텔레콤㈜, ㈜케이티, ㈜엘지유플러스 등 9개 기관과 함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예방 지원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기관은 피해 현황 파악 및 사례 수집, 피해 예방 홍보, 취약계층 예방 교육, 피해 예방 지원 전문인력 양성, 피해 예방 콘텐츠 지원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무과실 배상 카드 꺼내든 정부, 은행권은 “부담 증가 우려”
범죄 예방을 위해 금융사의 책임도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월 ‘보이스피싱 태스크포스(TF) 발대식 및 당정협의’를 열고 금융회사의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 등을 논의했다. 무과실 배상책임은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죄자에 속아 직접 자금을 이체했더라도 금융사가 일정 부분 배상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피해자가 카드 분실을 통지한 이후 발생한 사고에 대해 카드사가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전자금융거래법은 해킹 등 전산 금융사고 발생시 전자금융업자가 배상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와 유사하게 은행에도 관련 법을 적용하자는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TF 간사를 맡은 조인철 의원은 범죄 단체, 즉 피의자가 있는데도 금융사에 책임을 지우는 것이 맞는지, 법적 근거는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제 법적근거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무과실 배상책임이 법제화 될 경우 민법 등 기존 법률에 어긋나거나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는 대형 법무법인을 법률자문사로 선정하고 해당 대책이 적법한지 법률 조언을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예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은행의 과실이 없는 사안까지 일률적 책임을 지우면 은행 비용이 증가하고 그 부담이 다른 금융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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