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팝업스토어,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경험의 무대’
인지도·예산·목적 등에 따라 접근법 달라야
[여동인 리스페이스 대표] 팝업스토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만 1700개 이상의 팝업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성수동 연무장길에서는 한 매장 건너 하나씩 팝업스토어를 마주칠 정도로 붐빈다.
더현대서울에서는 단일 팝업스토어가 10일 만에 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네이버 검색량도 최근 3년 사이 무려 800%나 급증했다. 이제 거의 모든 기업과 브랜드가 팝업스토어 실행을 고민하며, 그 효과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열면 성공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SNS 후기를 살펴보면 “이제 지겹다” “기대보다 밋밋하다” “허무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수천만 원을 투입하고도 기대했던 매출은커녕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입는 사례도 속출한다. 그렇다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팝업스토어의 결정적 요인은 무엇일까.
팝업스토어의 진짜 힘은 어디에 있을까. 본래 매장은 이미 고객과의 오프라인 접점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팝업스토어가 특별한 이유는 ‘한정된 시간, 한정된 공간, 한정된 경험’이 만들어내는 긴장감 때문이다.
이 제약이 오히려 브랜드에게는 무한한 실험의 자유를 제공한다. 오래 유지되어야 하는 매장의 제약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트렌드에 맞춰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실험실이 되는 것이다.
성공적인 팝업스토어들은 공통점을 지닌다.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경험의 무대’로 설계된다는 점이다.
팝업스토어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면 명확한 KPI(핵심성과지표) 설정이 필요하다.
목표가 불분명하면 대부분 실패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팝업스토어를 한 번 여는 데 최소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이 투입되지만, 온라인 마케팅만큼의 노출 도달이나 투자 대비 수익(ROI)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팝업스토어의 가치를 단순히 판매금액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브랜드 인지도 상승, 고객 경험 만족도, 소셜미디어 확산 효과, 장기적 고객 관계 강화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성공적인 사례들은 이런 복합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한 신생 뷰티 브랜드의 경우, 제한된 예산으로 목표 방문객 수의 308%를 달성했고, 매출 목표도 133%를 초과했다. 핵심은 명확한 타깃 설정과 그들의 니즈를 반영한 경험 설계였다.
흥미로운 점은 예산 규모와 성공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9000만원을 들인 아식스 팝업과 3억원대 예산을 투입한 다른 팝업 모두 각자의 목표에 맞는 성과를 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전략적으로 쓰느냐”였다.
팝업스토어 성공의 여섯 가지 법칙
모든 마케팅이 그렇듯, 보장된 성공은 없다. 그러나 수백 건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실패 확률을 줄이는 법칙은 존재한다. 하나는 명확한 목적과 타깃 설정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겠다”는 접근은 실패로 이어진다.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그들만을 위한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위치와 타이밍의 전략적 선택도 중요하다. 단순히 유동인구가 많은 곳보다, 타깃 고객이 자연스럽게 머무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 예컨대 윌슨의 테니스 라켓 팝업은 ‘코리아 오픈’ 기간 중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돼 높은 시너지를 냈다.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할 필요도 있다. 방문객이 “다녀왔다”가 아니라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적정 예산 설정을 명확히 해야한다. 많은 예산을 쓴다고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목적에 맞는 최적 규모를 찾아야 한다.
다음은 디지털 연계 전략이다. 팝업스토어는 오프라인 경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온라인 확산과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또 고객 중심의 현장 운영도 필수다. 완벽한 공간 디자인도 현장 경험이 나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결국 팝업스토어의 성공은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서사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브랜드 DNA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브랜드에 똑같은 팝업 전략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인지도 ▲예산 ▲목적 ▲카테고리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져야 한다. 인지도가 높고 예산이 충분한 브랜드는 플래그십형 팝업스토어로 브랜드의 총체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신생 브랜드는 캠페인형 팝업스토어를 통해 인지도 확산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팬덤 기반 콘텐츠 브랜드는 세계관 구현에 초점을 맞추고, 굿즈 판매를 통해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테크 브랜드는 기능성과 혁신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이처럼 브랜드의 특성과 시기, 타깃층에 맞는 전략적 설계가 필수적이다.
팝업스토어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인 소유보다 경험, 대량보다 한정, 획일보다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결과다.
경험 소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단순 유통 중심의 오프라인 매장은 줄고, 브랜드 메시지를 체험할 수 있는 팝업과 전시 중심의 공간은 늘어나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오프라인 유통의 진화 방향을 보여준다.
다만 지금의 무분별한 팝업스토어 난립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지 못하는 팝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살아남는 것은 브랜드 본질을 명확히 드러내고,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진정성 있는 팝업스토어뿐이다.
앞으로의 팝업스토어는 더 정교해질 전망이다. 데이터 기반 고객 분석, AI를 활용한 개인화된 경험, 메타버스와 연계한 하이브리드 공간 등 기술과 감성의 융합이 가속화될 것이다.
팝업스토어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결국 ‘진정성’이다. 브랜드가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가 명확해야 한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인기 장소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진정한 연결이다.
팝업스토어는 분명 효과적인 도구다. 하지만 그 효과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철저한 기획과 전략적 사고, 그리고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일시적인 공간이 영구적인 브랜드 가치로 확장될 수 있다.
오늘도 수많은 브랜드가 새로운 팝업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당신의 팝업스토어는 고객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다면, 그 팝업스토어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리스페이스는 2024년 연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하며 국내 팝업스토어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현재 약 70명의 인력이 연간 50~60여 개의 팝업스토어와 전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내부에서 처리하는 풀 인하우스(Full In-House)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리스페이스는 이를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 간 깊은 연결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재학중 리스페이스를 창업했다.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를 입상하고 연세대학교 창업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12년 동안 리스페이스를 운영했고,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지난해에는 40개 이상의 팝업스토어를 열고, 연매출 100억 이상을 달성하는 등 팝업스토어 분야를 선두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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